강형용 박사
경동교회 장로 서울대 의대 내과 외래 부교수 서울 시립 영등포병원장 강내과 의원 병원장
사도바울의 환상과 계시(사도행전 9:1~18, 고후 12:1~10)를 읽으면서 임사체험에 대한 확신을 갖게 되어 천국 소망을 열심히 전도하는 강형용(강내과의원) 원장님을 이번 호 릴레이 대담에 모셨다.
1922년 생이시니 올해 만 85세이시다. 약도를 보며 겨우 찾은 강내과의원은 알려진 대로 당대의 정. 학. 문화예술계의 저명 인사들이 드나들며 질병을 치료한 명의의 병원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도 검소하고 소박한 규모이다. 40년 전에 이 자리에서 개업하여 한 번의 개축도 없었다 하니 집주인의 성품과 살아오신 길을 짐작케 한다. 이날 어렵사리 마련한 대담시간은 단골 환자들의 진료로 거듭 중단되곤 했다.
임사체험에 대한 확신이 하루아침에 생기지는 않으셨을 터, 언제부터, 어떤 계기로 관심을 갖게 되셨는지 첫 질문을 드렸다.
죽음에 관한 책 탐독
홍양희 : 삶과죽음을생각하는회가 1991년 창립하고 그해 6월 일본 죽음학의 권위자인 알폰스 디켄 박사를 초청하여 창립기념 강연회를 열었습니다. 또 아카데미하우스에서 세미나도 가졌는데 철학, 종교학, 신학자들이 주로 참석한 세미나 명단에 강형용 원장님도 계셨더군요.
강형용 : 그 이전에 1985년 고려대 80주년 개교기념식 초청강사로 온 템플대학의 부위훈 교수(‘죽음 그 마지막 성장’의 저자)와 환담할 기회가 있었는데 그의 부전공이 죽음학(Thanatology)이라고 하여 신기한 생각이 들었어요. 그때부터 죽음학 관련 책을 두루 읽다보니 죽음에 대한 새로운 이해를 갖게 되었고 디켄 박사 세미나에도 참석했어요.
홍양희 : 어떤 책을 주로 읽으셨는지요.
강형용 :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가 쓴『사후생』,『인간의 죽음』, 레이먼드 무디의『잠깐 보고 온 사후세계』, 죠지갤럽의『사후세계』,스베덴보리의『천국과 지옥』, 케네스 링의『Life at death』등 이외에도 사위인 최준식 교수(한국죽음학회장)가 추천해준 책들을 많이 읽었어요.
홍양희 : ‘죽음’관련 책을 통해 사유(思惟)에 영향을 받으셨다고 하셨는데 강박사님 고희 문집에 ‘죽는 연습’이란 색다른 제목의 글이 있더군요.
강형용 : 죽음의 음침한 골짜기를 몇 번이고 넘나들며 용케도 목숨을 지탱해온 것도 나의 ‘죽음사유’의 바탕에 깔려 있어요. 일찍부터 죽음에 익숙해 있었다고 할까요. 1946년 함남 신포에 떨어져있는 신혼의 아내를 찾아 밀선을 타고 북행을 감행하는데 엔진고장으로 일주일이나 표류하다가 구사일생으로 살아난 일, 6.25 때 관수동 김내과 지하실에 숨어 있다가 공습을 피해 집을 뛰어나가는 순간 그 집이 직격탄으로 폭삭했던 아찔한 순간, 또 북송 대열에 끌려가다가 인민군 제자가 빼돌려 주어 목숨을 건진 일, 해방 때 소련군의 총구에서 간신히 목숨을 구한 일등 생각하면 하나뿐인 목숨이 제자리에 붙어있는 것은 나의 주 하나님의 오른손이 나를 인도하심이라는 확고한 신앙을 심어 주었어요.
형님은 천국에 계심을 확신
최근에는 나보다 세살 위 형님이신 강원용 목사가 지난해 홀연히 이른 새벽 타계하셔서 엄청나게 비통하고 앞이 캄캄해지는 충격을 받았어요. 교회(경동교회)에 가도 구석구석에서 형님이 보여서 이젠 교회도 못나가겠다 생각했는데, 신약성서 고린도후서 12장을 다시 읽으면서 난해하고 혼란스러웠던 내용들이 확실한 깨달음으로 전해져왔어요.
사도행전 9장에 보면 다메색 도상에서 사도바울이 강력한 빛을 받고 3일 동안 가사 상태에 빠진 것과 연결시켜보니 이것은 분명 사도바울의 임사체험으로 확신하게 됐어요. 이러한 확신이 오니까 형님도 분명히 낙원에 가 계실 것이고 하나님의 오른손이 형님과 평생 함께 하였다는 신념을 갖게 되니 슬픔도 사라졌어요. 또한 나도 앞으로 신앙을 더욱 돈독히 하여 죽은 후에 형님을 만날 생각을 하니 “하나님 감사합니다”하는 절실한 신앙고백이 되었어요.
홍양희 : 강박사님께서는 임사체험에 관한 많은 저술을 읽으셨는데 정리해서 말씀해주세요.
강형용 : 1970년대부터 퀴블러 로스, 링, 무디, 죠지갤럽 같은 학자들의 죽음연구가 활발했어요. 인류가 죽음에 눈뜨게 된 촉발적인 역할자들이죠. 이들은 죽었다가 다시 살아난 보통사람들이나 환자들의 체험담을 수집, 분석하여 죽음 저편 세계 즉 사후세계를 설명했는데, 대부분 유사한 공통분모가 있어요.
육체를 이탈하고, 캄캄한 터널을 지나, 강렬한 빛을 보게 되는데, 찬란한 꽃동산이 나타나고, 평화롭고 고요함을 느낍니다. 그리고 영적인 존재를 만나는데 지나온 삶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고 죽음에 대한 공포가 사라집니다. 깊은 평화를 느끼는데 이 모든 것은 너무나 황홀하여 말로 표현 할 수가 없다고 합니다.
퀴블러 로스박사는 나비가 고치를 벗어날 때의 현상과 같다고 말했어요. 케네스 링은 임사체험자들의 삶의 변화를 말했는데, 영적 능력이 확대되고 죽음에 대한 공포심이 사라지게 됩니다. 그리고 모든 피조물에 수용적인 태도를 지니고 사랑이 넘치며 삶에 큰 그림을 그리게 된다고 합니다.
사도바울의 임사체험
강형용: 지금부터 3백년전 개신교의 신비가인 스베덴보리는 철학자이면서 과학자인데 57세 때 모든 것을 접고 예언자로 체외이탈과 영매체험에 전념하며 ‘천국과 지옥’이란 책을 냈는데, 2천년 전 사도바울의 체험, 3백년 전 스베덴보리의 체험, 현대의 임사체험 연구 결과가 매우 유사함을 알 수 있어요. 그리고 케네스 링이 체험 후의 변화된 삶을 말한 것처럼 사후에 빛의 존재를 체험한 사람은 사랑에 눈뜨고 인격이 완전히 바뀌고 다른 사람에 대한 사랑을 우주의 생성 윤리로 깨닫고 일상적인 사물에서도 희열을 느낀다고 하였어요. 사울의 개종과 바울의 환상과 계시도 이와 일치하고 있어요.
사도행전 9장과 고린도후서 12장을 종합하면 사도바울의 임사체험을 설명할 수 있어요. 먼저 큰 빛의 작용이 있었고 천사와의 교신, 엄청난 변화, 3일 동안의 가사상태, 환상과 계시를 봄, 제삼 천국에 들어감, 몸을 떠나감, 말로 할 수 없는 경이롭고 찬란한 광경을 체험, 겸허해지다, 주를 위해 희생하겠다는 내용이 임사체험과 유사합니다.
홍양희 : 우리나라에도 임사체험에 대한 통계자료나 학술서가 있나요?
강형용 : 우리 자료는 아직 없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문화의 배경을 떠나서 어느 민족이든지 사후 세계에 대한 염원을 표현한 것이 있는데 인디언들의 토템폴 맨 위에는 항상 나비 형상이 올려져 있어요. 우리나라도 아기무덤을 나비로 환생하기를 바라는 고치 무덤으로 한다든지, 죽음 이후 새로운 생명에 대한 바램을 나타내고 있어요. 인간에게 죽음은 엄연한 현실이며 누구도 그 죽음을 피할 수 없어요. 모든 존재는 태생적으로 ‘無’에 대한 공포가 있지요. 인간은 죽음을 처절하게 느끼는 존재일 수밖에 없어요. 또한 전통적으로 죽은 다음 천당과 지옥으로 입력되어 있어서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막연히 내재되어 있는데 지금까지 읽은 죽음에 대한 책에서 “지옥”에 대한 언급은 별로 없어요.
홍양희 : 어느 신학자 한 분이 ‘강박사님께서는 의사로서 소우주라고 하는 인체구조에만 편재되지 않고 인체생명의 이전과 이후, 즉 대우주까지 깊은 관심을 갖는 사색하는 의사라고 하신 글을 읽었습니다. 박사님께서 바울의 임사체험을 많은 분들에게 전하고 계시는데 그 반응이 어떠시던가요?
강형용 : 긍정적인 관심을 보이는 분들도 있고 또 어떤 이들은 죽음학회장인 사위 최박사의 영향을 받았다고도 합니다.(웃으시면서)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가 말기환자의 심리단계를 대체로 거부-분노-타협-우울-수용의 5단계롤 거친다고 했어요. 알폰스 디켄 박사도 한 단계 더하여 마지막으로 희망의 단계를 말했어요. 저는 환자들에게 고린도후서 12장을 10번 이상 읽어보라고 합니다. 오랜 친구인 소설가 이문구(관촌수필의 저자)가 앓아 누웠는데 그가 ‘죽은 다음 어떻게 될까’하는 막연한 공포심으로 힘들어할 때 집중적으로 만나서 전도하고 천국을 설명했어요. 마지막에 그는 예수 믿겠다고 다짐하고 내가 적어준 기도문을 따라 읽은 후, 임종세례를 받고 편안하게 임종했어요.
홍양희 : 앞으로 하고 싶으신 일이 있으시다면요?
강형용 : 죽음의 고통을 겪는 환자들, 특히 호스피스에서 임사체험에서 얻은 천국 소망을 전하는 일이 앞으로 제가 할 일입니다.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님 곁에 한사람 바라바에게 ‘너는 나와 함께 천국에 간다’고 하시죠. 믿지 않았지만 지금 승인하면 구원받을 수 있다는 겁니다. 죽는 순간에 갖는 마음의 자세가 중요합니다. 그 마음을 유지하기 위해 평소의 삶에서 죽음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합니다. 우리는 잠자듯이 가고 싶다는 소박한 소망이 있는데 임사체험을 믿음으로 죽음 이후 생에 대한 확신을 갖는다면 신앙생활에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홍양희: 환자들이 오래 기다리고 있어서 대담을 마무리해야 할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박사님 건강관리를 어떻게 하고 계시는지요?
강형용: 오래 전부터 기공 명상을 하는데 머리가 맑아지고 집중이 돼서 좋아요. 그러나 이젠 나이가 나이니 만큼 여기저기 아프니까 신변정리를 다 해두었어요.
홍양희: 항상 환자들과 함께 하시는 원장님으로 뵙기를 바랍니다. 안녕히 계세요.
<강형용 박사님이 추천하는 사후생에 관한 저서>
사후생: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 지음 최준식 옮김/ 대화출판사 천국과 지옥: 에마누엘 스베덴보리 지음 강흥수 옮김/ 세종문화사 잠깐 보고 온 사후의 세계: 레이몬드 무디 지음 류근일 옮김/ 정우사 삶 뒤에는: 조지 미크 지음 김병관 옮김/ 밝은생활사 사후의 세계: 조지 갤럽 지음 김진욱 옮김/ 문학세계사 죽음 또 하나의 세계: 최준식 지음 동아시아 어린이와 죽음 :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 지음 오혜련 옮김/ 우진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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