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넷째 주 일요법회 법문
거룩하신 부처님 전에 삼배 올리며, 오늘 이 자리에 함께한 법우님들께 깊은 감사와 축복의 마음을 전합니다.
오늘은 불기 2569년 부처님 오신 날을 보내고 처음 맞이하는 5월 넷째 주 일요법회입니다.
우리는 얼마 전 부처님 오신 날의 장엄한 축제를 마쳤습니다.
연등을 밝히고 법요식에 동참하며, 부처님께 예경과 기도를 올리면서 그 마음 안에 정성과 감동이 깃들었을 것입니다.
그날 우리는 분명히 서원을 세웠을 겁니다.
다시는 번뇌에 휘둘리지 않고, 자비로운 마음으로 살아가겠다고. 부처님의 가르침을 따라 정진하는 불자가 되겠다고 다짐하셨을 것입니다.
그런데 그 마음이 지금 이 순간에도 여전히 살아 계십니까?
우리는 늘 다시 물어야 합니다.
나는 왜 그날 그렇게 절을 올렸고, 왜 그날 서원을 세웠는가.
그리고 오늘 나는 그 서원을 따라 살고 있는가.
부처님 오신 날은 단지 기념일이 아닙니다.
그것은 내 삶의 방향을 새롭게 세우는 날이며, 부처님께서 이 땅에 오신 참된 뜻을 다시 새기는 날입니다.
부처님은 왜 이 세상에 오셨습니까?
그분은 단지 위대한 인물이 되기 위해 오신 것이 아니라, 괴로움의 원인을 밝히고, 그 괴로움을 극복하는 길을 우리에게 전하시기 위해 오셨습니다.
『잡아함경』에 부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이와 같은 법(法)을 내가 깨달아 알았고, 이를 중생에게 알려 주고자 세상에 왔노라.”
그런데 이 법(法)이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괴로움이 있고, 그 괴로움의 원인이 있고, 그 괴로움은 멸할 수 있으며, 그것을 멸하는 길이 있다는 사성제(四聖諦)의 진리입니다.
그 진리를 따라 걷는 길이 바로 불자의 삶이요, 수행자의 길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지금 이 순간, 그 길 위에 서 있는 것일까요.
우리는 부처님 오신 날을 경축하고 축하했지만, 정작 그 이후의 삶 속에서는 다시 일상의 습관과 번뇌 속으로 빠져들곤 합니다.
그래서 더욱 필요한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부처님 오신 날의 그 발심과 서원을 일상의 실천으로 옮기는 일입니다.
법우 여러분,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거창하고 대단한 수행이 아닙니다.
작고 소박한 실천이야말로 진짜 수행입니다.
화날 때 한 번 참는 마음, 말하기 전에 한 번 숨을 고르는 인내, 무심코 던지는 말 대신 자비로운 언어를 쓰는 마음, 하루에 한 번이라도 부처님께 감사의 합장과 예를 올리는 그 한 생각, 이것이 바로 부처님께 드리는 진정한 공양이요, 마음속 연등을 밝히는 행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매일 부처님 오신 날처럼 살아야 합니다.
우리의 하루가 자비로 시작되고, 정진으로 이어지며, 감사로 마무리된다면, 그날 하루가 바로 부처님 오신 날이 되는 것입니다.
그 어떤 날도 특별한 날이 아니고, 그 어떤 순간도 수행의 길에서 벗어나 있지 않습니다.
언제 어디서든 부처님은 우리 마음 안에서 숨 쉬고 계십니다.
우리는 그 마음을 자주 들여다보아야 합니다.
우리의 서원이 꺼지지 않도록, 마음의 등을 밝히고 유지해야 합니다.
마음의 등불은 법당의 등불보다 더 중요합니다.
법당의 등불은 전기가 정전이 되면 꺼질 수 있지만, 마음속의 등불은 오직 나의 태만과 망각만이 꺼뜨릴 수 있습니다.
법우님들의 마음속에는 부처님 오신 날의 등불은 꺼졌지만, 우리의 마음속 불은 꺼지지 않았습니다.
그것을 다시 기억해냅시다.
부처님께서도 깨달음을 이루기까지 수없는 고행과 실패를 겪으셨습니다.
우리가 때로는 마음이 흐트러지고, 신심이 약해진다 해도, 다시 다짐하고 다시 일어나는 그 발심이 바로 수행입니다.
삶은 늘 되풀이되고, 번뇌는 다시 고개를 들고, 습관은 또 우리를 휘감지만, 우리는 언제나 다시 처음처럼 발심할 수 있습니다.
그것이 바로 올바른 불자의 삶입니다.
어제의 허물로 오늘을 무겁게 하지 말고, 오늘의 서원으로 내일을 환히 밝히는 불지가 되어야 합니다.
그러니 오늘 이 법회는 부처님 오신 날을 되새기는 날이 아니라, 그날의 마음을 다시 내 삶으로 이어가는 다짐의 날이 되어야 합니다.
우리 모두 이렇게 다짐해 봅시다.
“나는 다시 처음처럼 발심하겠습니다.
나는 오늘 하루를 부처님 앞에 바치겠습니다.
나는 자비로 말하고, 인욕으로 참으며, 보시로 살겠습니다.”
이 다짐이 오늘 하루를 살게 하고, 이 다짐이 일주일을 지탱하게 하며, 이 다짐이 삶 전체를 부처님 길로 이끌 것입니다.
부처님은 지금 우리와 함께 계십니다.
바로 이 순간, 이 자리에, 우리 마음속 청정한 본성 속에, 그러므로 부처님을 찾기보다 부처님처럼 살아가기를 원합시다.
남을 미워하지 않고, 말 한 마디를 조심하며, 마음을 탐욕에 맡기지 않고, 하루하루를 정직하게 살아간다면, 그 자체가 곧 부처님이신 것입니다.
오늘 일요법회를 통해 다시금 우리가 그 뜻을 새기고, 그 뜻을 현실로 살아갈 수 있기를 간절히 축원합니다.
삼보님 전에 깊이 발원합니다.
모든 법우님들의 마음속 등불이 꺼지지 않기를,
오늘의 서원이 내일의 삶을 이끌어줄 밝은 지혜가 되기를 진심으로 기도드립니다.
감사합니다.
불기 2569년 5월 25일
정법포교도량
무창포불교대학 불심사
주지 眞虛 性宗 합장 정례하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