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강 후 지금까지 수업을 들으면서, 생각 외로 이 수업이 가장 '실용적인' 수업일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종종 하곤 합니다.
사실 전공과목이나 다른 교양과목은 나중에 우리 직업이나 생활에 쓰일 수도, 아닐 수도 있지만, 죄나 벌, 용서, 폭력(광범위한) 등은 크던작던 살면서 피할수 없는 것이고, 이에 대한 우리의 자세가 정말 중요할 테니까요.
이번 주제도 굉장히 인상적이라, 아직도 머리에 맴도는 의문이나 생각이 많네요. 지난 데드맨워킹, 밀양 도합 해서 2주간의 시간은 이야기를 나누기엔 너무 적은 시간이었던듯 하네요.
사실 이 문제는 제가 이전에도 생각해 봤던 문제라 특히나 관심이 많이 가는 주제였습니다. 이전에 인터넷에서 연쇄 성폭행범 기사를 보고, 저는 아무 상관이 없는데도 며칠간이나 혼자서 광분했던 기억이 있어서요ㅋ 그때 그 인간이 또 크리스챤이라기에, 종교와 용서, 죄값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있습니다.
사실 이 영화나 데드맨워킹, 종교랑 떼어놓고 보기는 힘들듯 하네요. 그냥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라면 좋은놈 나쁜놈 하면 끝일 수 있겠지만, 종교 (혹은 신, 혹은 인간의 자연권이 다 포함되는게 아닐까요) 가 끼면서 굉장히 고민할 문제가 되는 듯 합니다.
우선 객관적으로 볼때 밀양에서 가장 갈등을 지닌 인물은 전도연이겠죠. 사실 혼자만의 갈등이 아닐까요? 유괴범은 용서받았다고 생각하며 느긋하고, 신은 초월적 존재이기에 전도연이 아무리 대들어도 가만이 미소를 띠고 있거나, 아니면 아예 존재하지 않겠죠.
결국은 전도연의 내면의 갈등이 중심인 것 같고, 그 배경에는 신에 대한 배신감이 깔린 것 같습니다. 왜 신이 둘을 똑같이 대하고, 멋대로 용서를 했을까 하는..
그런데 저와 저희 조가 생각해 본 것은, 만일 유괴범이 '나는 신에게 용서를 받았고, 또 당신에게도 용서를 구하고 싶다.' 라고 말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것입니다. 데드맨이나 밀양 두 영화 다 가해자는 용서를 구하지 않았습니다. 만일 용서를 구했으면 '조금 더 빨리' 해피엔딩으로 끝났을 텐데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어쩌면 데드맨 마지막에 피해자 아버지가 죽은 사형수를 찾아간 것도, 사형 직전의 반성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행동이 아닐까 하구요...
여기서 저와 저희 조가 나눈 이야기 중 하나가, 피해자는 "자신이 고통을 당했기 때문에, 고통을 가한 가해자보다 우월한 위치에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하는 것이었습니다. 때문에 피해자는 가해자가 자신보다 더 큰 고통을 당하거나 (데드맨의 사형) 혹은 피해자가 자신에게 무릎 꿇고 용서를 구하길 바랄 것입니다. 때문에 전도연도 "내가" 용서할 기회가 없었음을 그토록 괴로워한 것이겠지요
그런데 신이나 헬렌 수녀는 "모든 이를 동등한 위치로 보기" 때문에, 두 시각 사이의 마찰이 갈등으로 이어지지 않는가 싶구요.. 이러한 존재적 지위(?)에 대한 생각 차이가 가장 밑바닥에 깔려 있는 듯 합니다.
그런데 제 생각엔, 신 혹은 수녀가 매튜 혹은 유괴범을 옹호하는 듯한 인상을 주는 것은, 사회적인 시각에 있어 그쪽이 너무 비어있고 부족하기 때문에 어느정도를 채워주려고 하기 때문이지, 실제로 그쪽 편만을 들어서 그런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종교가 연결되어 있기에 그 이야기를 잠시 언급하면, 성경에 돌아온 탕아의 비유가 있습니다. 방탕한 둘째 아들이 재산을 탕진하고 집에 돌아오는데도 아버지는 큰 잔치를 열자, 항상 성실했던 아들이 불만을 터뜨리지요. 그러자 아버지가 '너는 항상 나와 함께 있으니 내 것이 다 네 것이로되 네 동생을 잃었다가 얻었기에 기뻐하는게 마땅하다" 하고 말하는 구절이 나오는데, 여기서 "'너는 항상 나와 함께 있으니 내 것이 다 네 것이다"라는 구절에 조금 시사하는 바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요.
이전에 제가 잠시 고민을 해본 적이 있다고 말씀드렸는데, 저의 생각은 이렇습니다. 신의 사랑이든 인간의 자연권이든 모든 이에게 동등하지만, 그렇다고 그 대가까지 똑같이 균등하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즉, 모든 이는 평등하다는 신이나 수녀의 입장과 그에 편승(?)하는 가해자, 그리고 자신이 더 우대받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피해자의 시각 사이에선, 서로 상충되는 면이 없이 조화될 수 있다....라고 봅니다. 좀 역설적으로 들릴 수도 있겠지만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만일 유괴범이나 그에게 종교를 전한 사람이 이러한 생각을 가지고, 신의 구원을 추구할 뿐 아니라 자신을 조금 낮추면서 용서를 구했거나 그것을 권했더라면, 아니면 전도연이 다닌 교회의 목사가 유괴범에 대한 구원 이상의 것을 바라보게 함으로써 전도연의 마음을 누그려뜨릴수 있었다면, 갈등이 조금 줄어들 수 있었을 것 같네요.
한번에 쓰다보니까 생각이 엉키고 글이 두서없군요ㅠ 좀더 이야기 나눌 기회가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교수님이나 학우분들의 많은 지적 부탁드릴게요. 아직 제가 너무 부족해서, 생각을 많이 나눴으면 하네요 ^^
이 주제는 그냥 끝내기 좀 아쉬워서요...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