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태시인의음악사랑이야기 (79)
《별이 쏟아지는 바다, 영원히 시들지 않는 낭만의 비트, 키보이스의 '해변으로 가요'》
"별이 쏟아지는 해변으로 가요
젊음이 넘치는 해변으로 가요
달콤한 사랑을 속삭여줘요
연인들의 해변으로 가요
사랑한다는 말은 안해도 나는 나는 행복에 묻힐 거에요
불타는 그 입술 처음으로 느꼈네
사랑의 발자국 끝없이 남기며"
매서운 폭염이 온 도시를 뜨겁게 달구는 한여름이 되면, 사람들은 누구나 일상의 무거운 짐을 벗어던지고 무작정 푸른 바다로 달려가고 싶어진다. 비록 바쁜 일상과 여건 때문에 당장 백사장으로 뛰어가지 못할지라도, 귓가에 흐르는 음악 한 구절만으로 마음은 이미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 한가운데에 서 있게 된다. 그리고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그 순간 떠올리는 멋진 '여름 송가(頌歌)'가 있다.
한여름의 폭염 속, 우리를 바다로 부르는 오래된 록앤롤 곡이다.
바로 1970년대 대한민국 그룹사운드 시대를 연 '키보이스(Key Boys)'의 명곡, '해변으로 가요'다.
"별이 쏟아지는 해변으로 가요..." 첫 소절이 울려 퍼지자마자 가슴이 쿵쾅거리며 설레는 것은 단순히 시원한 멜로디 때문만은 아니다. 그 속에는 우리 청춘의 가장 찬란했던 한때, 불타는 열정과 순수한 낭만이 보석처럼 박혀 있기 때문이다.
당시 산업화의 그늘 속에서 정서적 휴식에 목말라하던 청년들에게 '해변으로 가요'는 단순한 피서지가 아니라 '자유와 청춘의 도피처'를 선물해 준 혁명적인 노래였다.
1970년에 발표된 이 곡은 반세기가 넘는 시간 동안 한국인의 여름 플레이리스트에서 결코 빠지지 않는 '불멸의 클래식'으로 자리 잡았다.
2016년 7월 한국갤럽에서 ‘여름하면 생각나는 노래 Top10’이란 테마로 조사한 결과 압도적 1위는 키보이스(Key Boys)의 '해변으로 가요'였다. 이 노래는 1970년 6월 유니버설 레코드사가 발매한 '키보이스 특선 2집' 앨범에 처음 실렸다.
노랫말은 단순하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별빛이 쏟아지는 해변으로 향하고, 말로 표현하지 못한 감정을 바닷바람에 실어 전하는 이야기다.
그리고 전주에서 울려퍼지는 '짠~짜잔 짜짜자'로 시작하는 기타 리프는 단번에 귀를 사로 잡는다. 여기에 리드 보컬이 먼저 '해변으로 가요'라고 운을 떼면, 백킹보컬이 뒤를이어 '해변으로가요' 라고 화답하는 후렴구가 이어진다. 한번 들으면 쉽게 잊혀지지 않을만큼 강한 중독성을 지닌 곡이다. 그러나 노랫말을
가만히 읊조려보면, 이 노래가 단지 신나기만 한 댄스 곡이 아님을 알 수 있다. 그 속에는 굳이 소리 내어 말하지 않아도 서로의 눈빛만으로 가슴이 벅차오르던 청춘의 순수함이 녹아 있다.
'해변으로 가요'가 지닌 대중음악사적 가치는 매우 깊다. 1960년대 말에서 1970년대 초, 대한민국은 미8군 무대를 중심으로 형성된 주옥같은 록 밴드들이 대중 앞으로 걸어 나오던 일명 '그룹사운드 르네상스' 시대를 맞이하고 있었다. 김홍탁, 차중락, 윤항기 등이 거쳐 간 키보이스는 한국 록 앤 롤과 '서프 뮤직(Surf Music)'의 기틀을 마련한 선구자적 존재였다.
재미있는 것은 이 명곡의 작곡과 탄생에 얽힌 스토리다.
"정작 이 노래의 역사는 그보다 2년전으로 거슬러 올라 간다. 1968년 서울시민회관에서 개최된 ‘아시아 그룹사운드 페스티벌’에 재일교포 이철이 이끄는 일본의 8인조 록밴드 ‘아스트로 제트(The Astro Jet)’가 경선에 참가했다. 아스트로 제트는 리더 이철이 1965년경 요코하마 쇼난 해변을 배경으로 하여 작사, 작곡하여 1966년에 발표한 ‘하마베에이코’(浜辺へ行こう, 해변에 가자)라는 노래를 출품했다.
당시에는 일본어로 된 노래를 부를 수가 없어 이철의 형 이건의 소개로 소설가 이호철에게 번안을 맡겼고, 경선에서 이 노래를 접한 키보이스가 이철의 허락을 받고 다시 부르게 된 것이 바로 지금 우리에게 익숙한 ‘해변으로 가요’이다."라고 유명 음악 평론가는 말하고 있다.
그런데 호사다마(好事多魔)라고, 이런 멋진 곡도 저작권 문제로 한동안 시끄럽다가 우여곡절 끝에 결국은 원작자 이철이 2003년 저작권 소송을 시작해 2007년에 대법원 판결로 저작권을 돌려 받게되는 일도 있었다.
무더운 여름날, 당장 바닷가로 달려가지 못하는 아쉬움 속에서도 미소를 지을 수 있는 것은, 음악이라는 위대한 도구가 우리 마음속에 언제든 푸른 바다를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음악을 사랑하는 삶이란 결국 세상의 소음에 지치지 않고, 가슴속에 시들지 않는 해변 하나를 품고 살아가는 것 아닐까.
세월이 흘러 계절은 바뀌고 머리 위엔 어느덧 하얀 서리가 내려앉지만, 키보이스의 '해변으로 가요'를 들을 때만큼은 누구나 청춘의 청년으로 돌아간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삼복 한여름, 창밖의 매미 소리 너머로 이 노래의 기타 선율을 틀어본다. 가슴 속에서 잊혀졌던 옛 설렘이 다시금 불꽃처럼 피어나고, 마음은 이미 젊은 날 친구들과 함께 거닐던 별빛 쏟아지는 해변을 달리고 있다.
인생이라는 거대한 바다에서 우리는 저마다의 파도를 타고 항해한다. 때로는 찌는 듯한 무더위와 거친 파도가 몰아칠지라도, 가슴속에 록 앤 롤의 율동과 시적 감수성이 살아있는 한 우리의 계절은 언제나 뜨겁고 찬란한 여름이다. 나훈아의 '해변의 여인'이 노을빛에 물든 아련한 황혼의 서정이라면, 키보이스의 '해변으로 가요'는 우리의 가슴을 다시 뛰게 만드는 영원한 청춘의 소환장이다.
오늘도 음악을 품은 시인으로서,
해변가 어딘가에 남아있을지도 모를 우리의 젊은날이 다시 한번 윤슬처럼 반짝이며 다가올 것 같은 기대감으로, 나만의 마음속 해변에서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희열에 찬 시와 선율을 건져 올려본다. '아직 철 덜든 하얀 서리 앉은 시인'이란 소리들어도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문화칼럼니스트 최진태
*키보이스 - 해변으로 가요 kpop 韓國歌謠
https://youtube.com/watch?v=ay9TRuB1coc&si=K4b48rNyIuG25rlV
**#해변으로가요/키보이스 #하모니카 (Am,C)
https://youtube.com/watch?v=Db4VZ45nL4w&si=Ln_CoAm1OIIJOkmU
첫댓글 우여곡절이 있었던 곡이 다시 편안하게 부를 수 있게된 곡이어서 그럴까요? 더 정감이 가는것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