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밀꽃 잔치 후기
제23회 효석문화제가 2023년 9월 17일에 10일간의 일정을 마치고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이 문화제는 116년 전 1907년 2월에 강원도 산골 마을 봉평(蓬坪)에서 태어난 소설가 가산(可山) 이효석(李孝石) 선생을 기리는 지역 행사다. 가산은 평범한 가정에서 출생했지만 짧은 인생을 살면서 한국 문학의 한 획을 그을 만큼 대단한 족적을 남긴 우리 문학의 거장이다. 그의 작품 중 고향 봉평을 배경으로 메밀꽃이 피어날 무렵에 일어났던 이야기를 소재로 쓴 단편소설 「메밀꽃 필 무렵」 때문에 메밀은 봉평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식물이 되었다. 1999년 이래 효석문화제는 국내외적으로 메밀꽃의 본고장처럼 봉평을 각인시켜 놓았다. 그 후 메밀은 지역 발전과 경제적 수익을 창출하며 미래 세대에게는 희망의 빛을 쏘아 올렸다. 이번 문화제에는 '달빛 흐믓 낭만공원'을 개장하여 화려한 조명등을 밝혀 달빛 아래의 메밀꽃밭을 아름답게 장식했다. 흥정천을 따라 깔아놓은 강변 산책길, 남안동 다리, 그 옆으로 섶다리에도 불빛이 봉평의 밤을 밝혔다. 이것들은 행사 후 지역 주민들에게 유익한 산책 코스로 계속 활용될 것이다. 이처럼 100여 년 전 봉평에서 태어난 문학가 때문에 메밀꽃 필 무렵에 열리는 꽃 잔치는 이 지역의 자랑이고 든든한 버팀목이 되었다. 효석문화제는 계승 발전시켜 후손에게 물려줄 중요한 자산으로 자리매김했다.
그 외 봉평과 관련된 역사의 인물로는 어린 시절을 보낸 조선의 성리학자 율곡(栗谷) 이이(李珥)가 있다. 또 평창군수, 강릉부사를 지낸 조선의 문신 봉래(蓬萊) 양사언(楊士彦)이 있다. 그는 수려한 자연에 반하여 봉평에 자주 와서 시를 읊고 글을 지었다. 그의 호 봉래의 봉(蓬)과 평촌리의 평(坪)이 합쳐져서 봉평이 되었다는 설까지 생겼을 정도다.
이런 지역의 행사에서 교회는 무엇을 해야 할까? 가장 중요한 역할은 기도다. 사람이 아무리 잘해도 하나님이 함께하시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하나님의 전적인 도우심이 뒷받침되어야 다방면에서 성공적인 개최를 보장할 수 있다. 행사 실무자들도 모르는 하나님의 섭리와 도우심을 위한 기도는 교회만이 유일하게 감당할 수 있는 일이다. 누구보다 지역을 사랑하는 교회로서의 위상을 간직할 수 있도록 이번 행사를 위해서 이 지역의 모체 봉평교회는 열심히 기도의 후원자가 되었다. 이번에 효석문화제 때문에 봉평을 찾은 상추객(爽秋客)은 어림잡아 25만 명 정도로 추산한다. 초창기 때에 비하면 반타작이라지만 여러 날 내린 가을비로 인해 발생된 메밀꽃 낙화사고를 감안하면 만족스런 결과다. 주최 측에서는 이번 꽃잔치에는 한 건의 사고도 없었고 잡소리도 들리지 않았으며 무엇보다 방문객들이 지역에 대해서 좋은 이미지를 가질 수 있었다는 것이 큰 수확이라고 자평한다. 다시 찾고 싶어 하는 봉평을 만들기까지 관계자들의 세심한 배려는 물론 주민들의 적극적인 협력이 만들어낸 산물이다. 또한 지역 상인들에게는 경제적 이익을 도모할 수 있는 기회였기에 일거양득(一擧兩得)이었다. 이 모든 것이 우리의 기도에 응답해 주신 것 같아서 감사했다.
그러나 힘든 일은 안 하고 성전에서 기도만 한다면 세인들은 곱지 않는 눈으로 볼 수 있어서 길거리 청소를 실시했다. 매일 새벽 예배가 끝나면 10분 정도 개인 기도한 후에 집게, 반 코팅 장갑, 비닐봉지를 각자 하나씩 손에 들고 교회로부터 행사장까지 구석구석에 널브러진 쓰레기를 주웠다. 대략 한 시간이 지나면 쓰레기 집하장에 모인다. 어디서 그렇게 많은 쓰레기들이 있었는지 제법 많다. 분리 작업까지 하고 기도로 마무리하면 오늘 봉사는 끝이다. 쓰레기의 대부분은 담배꽁초다. 몸에 절대로 해로운 담배를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피고 있는 현실, 담배꽁초 하나도 올바르게 처리 못하는 무책임한 인간의 실상을 보았다. 버리는 사람 따로, 줍는 사람 따로인 게 속상했다.
또 담배는 우리 몸의 건강을 해치는 주원인이 아니던가? 2022년에 보건복지부 질병관리청에서 발행한 「국민건강통계-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성별 흡연율이 1998년 남자 68%, 여자 7%, 전체 36%였던 것이 2020년 남자 34%, 여자 8%, 전체 20%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전히 담배는 국민 질병에 치명적인 해를 끼친다. 담배 때문에 국가가 부담해야 하는 국민 의료비는 천문학적 수치다. 온 국민이 금주, 금연하여 건강 비율을 1%만 올려도 국가 예산이 상당히 절약될 수 있다. 담배꽁초를 주우면서 금연이 애국의 길임을 절감했다. 담배를 꼬나물고 뿜어내는 연초족(煙草族)의 매연은 주변의 사람까지 병들게 하고, 처리 못한 꽁초는 주변 환경을 더럽히고 있으니 이런 인간이야 말로 양심을 장날에 팔아먹은 파렴치한(破廉恥漢)이 아니면 또 누구랴?
새벽에 봉사활동 중 4일 동안 비가 내렸다. 우산 들고 휴지 줍는 일은 두 배의 수고를 요했다. 그래서 비가 내릴 때는 망설였다. 그래도 해야 한다는 누군의 작은 이야기가 하늘의 소리처럼 크게 들렸다. 기왕에 하기로 했으니까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감당하는 게 맞았다. 그런데 하길 잘했다. 여러 사람들이 두 배의 고마운 마음을 전하니 말이다. 행사가 끝난 그 다음날에도 썰물 빠져나간듯 텅빈 행사장 곳곳을 누비며 마무리 청소까지 했더니 관계자들은 유일하게 교회만 끝까지 수고해 주었다면서 허리 숙여 인사했다. 열심히 따라와 준 새벽 신앙의 용사들의 발걸음은 그래서 가볍고 신이 났다. 하나님께 영광 되는 것 같아 흐뭇한 마음이 채워졌다. 꽃 잔치 후기에 유독 마음이 따뜻해지는 이유다. “오직 너희는 여호와의 제사장이라 일컬음을 받을 것이라 사람들이 너희를 하나님의 봉사자라 할 것이며 너희가 이방 나라들의 재물을 먹으며 그들의 영광을 얻어 자랑할 것이라”(이사야 61:6).
효석문화제 둘째날 새벽에 청소하러 모인 성도들
효석문화제 마지막 날 새벽 청소 출발전 기도(2023.9.18)
달빛 흐뭇 낭만공원에 활짝 핀 메밀꽃
메밀꽃과 원두막은 이효석 당시의 봉평을 잘 나타내는 듯하다.
어둠이 슬금슬금 찾아오는 꽃밭에 하나 둘씩 조명등이 켜지고 야간 행사를 준비한다.
첫댓글 우리의먹거리도제공할뿐만아니라꽃으로도우리들의마음을배부르게하는메밀입니다.감사합니다목사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