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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각의 양쪽 날개, 말과 웃음(2)
-『사막의 말』(김규화 2016)을 중심으로
김지숙(문학평론가, 시인
2. 말(言)
C. F. 호켓(1960)에 따르면 모든 인간은 언어를 가지며, 이 언어는 인간만이 가진 유전학적 특성이며 또한 창의적이고, 보편적 특징을 지닌다. 즉, 문화적 전달은 고유한 언어로 학습이 가능하다는 문화적 전달의 특성을 지니며, 화자가 청자가 되고 상호 뒤바뀌는 교환성을 지니며, 말소리와 개념 사이의 관계는 필연적이 아닌 임의성을 지닌다. 또한 소리체계와 의미체계를 분리하거나 독립되어 있지 않은 소리와 의미를 뜻하는 비연속성 이원적 체계성을 지닌다 또한 생산성과 규칙성에 초점을 두는데, 생산성은 단문을 기본 단위로 하여 수없이 변화하면서 다른 문장을 생성하며, 규칙이 허용하는 범위 안에서만 단어의 나열이 가능하다. 이는 인간만이 생존도구로 언어를 사용하는 의미가 내포된다
하지만 대부분의 인간에게는 의사소통의 수단으로 혹은 신체적 표현이나 심리적 내적 표현을 위해 말이 필요하다 살아가면서 어떤 상대를 만나 대화를 하거나 혹은 경청하는 과정에서 단 한마디도 도움이 되지 않는 사람들을 만나서 말을 하는 상황에 놓이거나 혹은 한 한마디도 버릴 말이 없는 훌륭한 사람과 만나 시간을 보내는 행운을 경험한다. 그 어떤 경우이건 간에 우리는 표정이나 동작 등으로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지만 언어를 사용하는 만큼 정확하게 자신의 의사를 전달해 내지는 못한다. 그러므로 일관성 있고 명료하게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는 말은 훌륭한 소통수단이 된다 이러한 말은 성별 배경 취미 등에 따라서 그 정도를 가늠할 수 있으며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필수 요소가 된다 말하자면 자신의 내면을 표현하는 능력인 말이 곧 경쟁력이 되는 시대를 살아간다. 따라서 말의 표현은 어느 곳에서나 필요하지만 ‘언어로 짓는 집’이라는 의미를 지닌 ‘시’에서 언어를 다루는 일은 매우 소중하다
굳게 닫힌 두 입술을 가만히 열어봐요
문이 삐긋이 열려요
부드럽고 따뜻한 문으로
말 많은 세상이 쏟아져 나와요
활짝 열렸다 부드럽게 닫히는 문
내게 손을 내미는 문
- 『문․3」 전문
사람들 사이에서는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신체적 표현이나 손동작 눈빛 자세 등으로도 의사소통은 가능하다 그렇게 습득된 신체적 표현 등은 대부분 문화권을 중심으로 미묘한 차이들을 보이지만 이들에게 자연스럽게 답습된다. 또한 각 지역에는 방언이 존재하는데, 나아가 지역별로 말하는 방법이나 대화하는 방식 동작 등을 달리하거나 특정 의미를 전달한다 하지만 우리는 대개 이러한 말을 통하지 않을 경우, 상대를 주시하거나 혹은 상대에게 무관심하다.
위의 시에는 주로 일방적으로 쏟아내는 말에 관해 언급된다. ‘문 삐긋이 열려요’에서와 같이 화자는 ‘두 입술’을 말을 쏟아내는 문에 비유한다. 우리의 신체 중 가장 소란스러운 부문이 바로 입이다 하지만 그 문이 열리면 따뜻한 말이 나오거나 세찬 비난이 쏟아진다 나이가 들면 눈이나 귀가 능력을 잃어 가지만 입은 그러지 않고 더욱 활발히 움직인다 그런 입은 눈이나 코에 비해 입이 하는 일은 소리 없는 신체 언어인 눈 동작보다는 정확하다 눈은 서로 응시하는 과정에서 감정이 고조되거나 관계가 친밀해진다 자신의 생각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생각없이 하는 말들이 쏟아져 나오는 것으로 비교적 상대에 대한 배려는 나타나지 않는 편이다
행동주의 심리학자 J. B. 왓슨은 말과 사고의 연결에 관해 언급하는 과정에서 내적 심적 활동의 존재를 부인하고 사고란 단순히 심적 활동을 할 때 ‘자신에게 하는 말’이라 했다 마지막 연에서 여는 ‘문’은 화자 자신의 내면으로 향해 스스로에게 말하기 위해 문을 여닫는 행위의 매개 역할을 한다 생존하는 인간의 대부분은 집단과 조직에 속한다, 나아가 서로 수많은 관계를 맺으면서 살아간다. 인간은 더 이상 혼자서 살 수 없고 타인과 더불어 공동체적 삶을 살아가는 존재이다.
말소리 들린다고 말 노인들이 대문 밖으로 한꺼번에 쏟아진다
말에는 말없는 노인들이 윷놀이한다
말이 몽골 초원에서 갈기를 휘날리며 이리로 온다
콘트라베이스의 묵지한 바람소리와 더불어
지그재그로 달리는 네 개의 다리가 어지러운 곱하기 곱하기를 한다
앵글로 아랍은 중동에 사는 “영리하고 용감한”
세상에서 가장 오래되고 아름다운 이름
대추색은 온 몸에 머리와 갈기와 꼬리만 검푸르게 염색을 하고
간밤의 파티장에서는 멋쟁이 신사
할아버지의 몽골 초원이 그리워 긴 입을 들어 힝힝 거리며
통좁은 원피스에 빨간 허리띠를 두른
주인을 등에 업고 초원과 맞닿은 하늘까지
뭉게구름 떠 있는 꿈의 궁전까지
달려라 달려, 달려라 달려 거센 박차를 받아라
겔에서는 어미와 할미가 마유듀부를 만들어 저녁상을 차린다
- 『말․ 1」 전문
무엇보다도 인간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는 가장 중요한 매개로 언어 즉 말을 들 수 있다. 인간의 삶이 생명성을 지니는 이유로는 우리가 언어를 통한 사회적 활동을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 사회 속에서 공통된 언어를 사용하는 덕분에 우리는 서로의 마음을 이해하고 감정을 공유하며 공통된 문화를 형성한다.
시에서 말은 노인과 더불어 노인들이 접하고 살아가는 환경적 특성들을 잘 표현한다. 노인들은 그저 밖에서 들려오는 말을 듣기 위해 몰려나온다 그만큼 대화할 사람이나 말이 부재하는 상황 속에서 살아가는 고독한 삶의 확인이다 그러나 이 부분에서 타인의 말과 존재를 수용하고 이에 경청하려는 노인의 가치관이 나타난다 경청에는 상대의 말을 수긍하고 공감하는 특성이 요구된다 따라서 귀를 열어 듣는다는 의미는 마음을 연다는 의미를 은연 중 내포한다. 상대의 마음을 들어주기 위한 자세는 자신의 마음도 들어주기를 바라는 심리적 상황이 내재되어 나타난다 단지 외롭기 때문에 말할 기회를 찾고 말할 기회를 갖게 되면 한 번에 쏟아내는 상황을 표현하는 과정에서 그러한 말은 심각한 의미를 부여하지는 않는다
따라서 말이란 삶에 활력을 불어넣어 주는 주된 요소이지만 굳이 말하지 않아도 느낌으로 통하는 사람들 사이를 더욱 공고히 잇는 매개가 된다 그러나 공통된 말을 사용하는 과정에서 낯선 사람들과의 소통도 가능하고 또 서로를 이해하기도 쉬워지는가 하면 사회의 이익과 선을 공유한다.
눈을 아래로 내려뜨고 서 있는 말에
말을 걸어보는 말, 말하기를 배워야 할 말
말이 큰다 신하들을 줄지어 양쪽에 세우고 용상에 황금옷을 입고 앉아 있는 말이 점점 커지더니 용이 된다 용은 역사책을 쓰며 달린다 사막의 끝까지 말을 타고 달리는 일은 역사책이 할 일이다
- 『말․ 4 바브」 일부
언어구조학자 W. V. 흄볼트에 따르면 언어를 통해 이루어지는 언어행위가 없다면 언어 안에서 이루어지는 언어행위도 경험될 수 없기에 언어는 사고를 형성하는 기관이 된다 따라서 어떤 지적 활동이나 내면적 의식조차도 언어나 말이 아니고는 외면화되거나 감각적으로 지각되지 못한다. 그렇기 때문에 대부분의 두뇌 활동은 언어나 말로써 이루어진다 이처럼 행동과 분리될 수 없는 말은 필연적으로 서로 얽매여 있으므로 명료하게 스스로의 생각이나 의견에 대해 표현가능하다
시에서 ‘말하기를 배운다’는 의미는 우선 먼저 상대의 말을 끝까지 듣고 상대에게 진정한 공감의 자세를 배우는 행위와 매우 유사하다 즉 공감의 이해가 우선 먼저 필요하다는 의미이다 ‘말을 걸어’ ‘말하기를 배워야 할’말이란 일반적으로 함부로 내뱉는 말이 아니다 허투루 하는 말이 아니라 ‘용’이 되고 ‘역사책’이 되는 말로서 말의 가치와 효용성이 확장된다 이는 편안한 관계라는 의미의 라포(rapport)가 먼저 형성되고 난 후에라야 비로소 대화가 가능해진다 이에는 역지사지의 입장에서 상대를 이해하는 것이 좋다는 의미를 우선적으로 담는다. 같은 말을 하더라도 상대에게 와 닿고 공감하는 말로서 서로에게 상처가 되지 않는 말을 시작하고 또 말을 배우는 것이 좋다는 의미로 이해된다
A. N. 촘스키에 따르면 말을 배우는 것은 단순히 흉내 내는 데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생득적으로 습득되는 언어습득장치(Language Acquisition Device, LAD)를 가지며 주변 사람들과 상호 교류하는 가운데 이루어진다. 따라서 시에서 언급되는 말 배우는 과정을 포함하여 대부분의 인간은 자신이 노출된 언어권의 말을 습득할 수 있는 능력은 어려서부터 가지므로 말은 배워야하며, 또한 그러한 말[言]을 하는 인간이 말[馬]을 타고 달리는 과정에서 역사는 이루어진다는 말과 역사에 대한 의미심장한 표현을 간접적으로 시사한다
말이 갈기를 날리면 저절로 열리는 하늘과 땅
입다물고 있던 파미르고원도 비로소 일어나
몇마디 말을 내뱉으며 똑같은 키로 길게 늘어선다
표고5천미터의 고원은 드넓게 둑을 치고
연회색 바탕에 쑥버무리 새긴 무늬옷의 카납스트롭이
편지를 갈아끼면 고원은 하늘 속으로 빠져들어 하늘 속 흰 골짜기에서 고딕체M자를 수없이 쓴 히말라야 K2봉이 말을 걸어오고
간밤 사교장에서는 느긋한 성격에 스태미나도 좋아
젊은 여자들이 말꼬리를 쳤다
고원의 마을 후르그에는 우글거리는 말 떼
파미르고원을 안뜰 삼아 달리고
긴 목을 뽑아 강한 공막으로 하늘을 끌어들이면
발 끝에 끌려오는 키 작은 풀꽃과 약초 추르크
사막에 떨어진 유목민 몇 낱이 말 몇 낱을 날리며
말등에 올라 말고삐를 잡으니 말과 말이 통해
카납스트롭이 말을 잘 알아들어
한국인3세 영 킴은 카메라에 눈을 맞추고
해가 지고 달이 뜨는 하얀 빛 때, 회색빛 때, 누런빛 때에
또 만나자며 말머리를 돌린다
- 『말․5 카납스트롭」전문
몸과 마음은 한 덩어리이다 따라서 몸을 간질이면 마음도 웃는다. 이 말은 몸과 마음이 같다는 의미이다 즉 생각만으로도 몸은 새로운 반응을 일으키며 말로 하면 더 큰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말이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크다 이처럼 말은 의식을 규정하고 이 의식을 통제하는 과정에서 행동을 지배한다.
시에서 ‘말’은 지시에 해당되는 일방적인 말이다 이러한 방식의 말은 하나의 관점에서 상대를 바라보는 과정에서 생겨난다 이는 명령을 하달하는 ‘나 전달법’에 해당되는 말의 표현 방식이 지니는 특징으로는 책임을 상대에게 돌리지 않고 자신에게 있음을 인지하는 말하기 방식이다 ‘파미르 고원’의 말이나 ‘K2봉’의 말은 화자가 상상 속에서 듣는 말이다 하지만 젊은 여자의 말보다 더 강한 힘을 가지지는 못한 듯하다 많은 사람들은 자신이 어떤 말에 의해 영향을 받았는지 어떤 과정에서 타인의 가치관이 개입되었는지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잘 알지 못한다 언어에 의하여 지배당하는 자들은 정작 자신이 통제되고 있음을 알지 못하고 있다는 점과도 유사하다. 이 점은 우리가 타인들 앞에서 말을 하거나 경청할 때에 그만큼 신중하게 들어야 하며 말의 숨겨진 의도나 드러난 의도들을 정확하게 이해해야 한다 말에 대한 정확한 이해는 무의식적으로 지배받는 불상사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이다.
인간의 말소리는 처음 2-4초간은 감각 저장소의 하나인 소리 저장소에 저장되어 각 음소를 인식하고 음절, 단어로 인식한다 활성기억 단계에서는 구나 절보다도 더 큰 문법구성단위로 묶고, 7개 내외의 정보를 기억한다. 장기기억 구조단계에서는 패턴을 인식하는 과정에서 검색이 가능한 음소와 단어 목록에 대한 정보가 저장된다(채희락) 따라서 인간의 말은 이러한 과정을 거쳐 두뇌에 저장된다 시에서와 같이 상대의 말을 경청하면서 대화를 진행하는 가운데 조화로운 관계는 형성되므로 이에는 많은 훈련과 지혜가 필요하다
『천개의 고원」에는 말 많은 책 한권이
하늘로 누워서 바람이 불 때마다 말을 날리고
들뢰즈와 가타리가 말 사이사이에서 숨바꼭질한다
보올로나이는 새하얀 드레스에 눈과 코와 발톱만 까맣게
멋을 내고
말 많은 사교장에 가면 상냥한 프랑스 숙녀
짧게 단발한 이중 갈기를 목덜미 양족으로 번갈아 쓸어 넘긴다
말과 말과 말 사이를 누비고 다닌다
- 『말․6 보올로나이」 일부
가장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Saint-Exupéry 1943) 말 또한 입 밖으로 내뱉는 순간 사라지므로 눈에 보지 않지만 사람의 몸과 마음을 좌지우지할 만큼 영향력이 매우 크다. 사람은 누구나 혼자 살아가지 않는다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살아가면서도 자신의 존재가 유일하다. 또한 자신의 존재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며 살아간다 삶의 과정에서 다양한 사람들의 영향을 받기도 하고 영향을 끼치면서 자신의 정체성을 확립한다 자신이 지닌 말이나 습관 등도 자신만이 유일하게 지닌 특성이라기보다는 어떤 영향으로 자신의 내면에 존재하는 가치와 더불어 새롭게 형성된 것이다 따라서 어떤 사람들에게 영향을 주고받으며 살아가느냐에 따라서 자신의 정체성을 형성하는데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왜냐하면 사람들은 혼자서 살아가기보다는 대부분 무리지어 살아가는 주된 생활의 습성이 있기 때문이다.
시에서 ‘말’은 ‘말 많은 책’에서의 경우, 많은 무리 지은 말들의 표기로 이루어져 있다는 의미로 사용된다. 많은 ‘말’과 ‘말’ 사이사이에서 그 말들의 뜻은 의미가 쉽게 이해되지 못하는 입장을 화자가 언급한다. 시에서처럼 ‘들뢰즈와 가타리’가 사용하는 언어들은 쉽게 이해되거나 쉽게 기억되는 용어가 아니다 따라서 화자가 이들의 언어에 대한 생각들이 생기고 사라지는 자유분방한 상념들의 생성과정에서 일어나는 일련의 일들을 되짚어가는 가운데서도 자유분방하게 말들을 타고 들판을 달리는 행동과 결부 짓는 점에서 보면 말에 대한 경계를 넘어서려는 의도가 드러난다
우리의 뇌는 말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무의식적으로 강력한 작용을 미치는 가하면 행동을 지배한다. 또한 말로 인생을 바꾸기는 힘이 있다. 한마디 말이 쌓여 인격이 되고 운명이 된다. 시의 화자처럼 자신의 의사와 감정을 전달하는 방식으로 말하는 경우, 청자의 입장에서는 방어성이 약하지만 의사소통은 가능하고 긍정적인 내용을 통해 공감을 형성하는 효과도 크다
무릎을 접고 웅크려 앉아서 눈을 내리깔았다
새하얀 갈기는 단발을 하여
왼쪽으로 모아내렸다 어린이들이 재잘거릴 때면
내 눈꺼풀 위에다 알맞은 말을 쓰시오. 하며
눈을 뜨지 않는다
사막한 가운데서 갈증난 낙타들이
황혼을 바라보며 사구(砂丘)에 한 줄 점선을 긋는다
대상(隊商)들이 낙타응 몰아
모래알로 떨어져버린 말 하나하나를 주우며
황혼 속으로 사라진다
그리스 우라노폴리스에서 배를 타고 두시간
아토스산 절벽에 수도원을 세우고
침묵의 노동을 하는 수도사들이 토해놓은
지상에서 가장 높은 말
하늘까지 닿는 말
- 『말․20 다트무어 포니」 전문
언어분석 철학자인 L. J. 비트겐슈타인에 따르면 불확실성의 주된 요인을 언어의 불명확성에 둔다. 그러기에 언어의 특성 수학처럼 답이 나오기 보다는 비유적 은유적 상징적으로 표현되거나 감추거나 혹은 왜곡되므로 다각도로 파악하여 보다 깊이 있는 내면의 소리를 들어야만이 말의 진실성에 근접 가능하다.
시에서 화자는 자신의 눈꺼풀 위에 말을 쓰고자 한다 여기서 쓰인 ‘말’은 물론 자신의 뜻과 부합되는 의미를 내포하는 말을 청자가 쓰기 원한다 말은 쓰는 정도를 통해서 그 사람의 사상이나 이해력의 정도를 알 수 있다. 또한 화자의 말은 당면한 상황에서 어떤 생각을 표현하는 반면 수도사들이 쓰는 말은 앞의 화자가 말하는 의도와는 전혀 무관한 의미를 지닌 말로 사용된다. 이처럼 동일한 시에서 사용되는 동일한 어휘의 ‘말’일지라도 다른 의미로 사용된다. 따라서 상대의 마음이 고려되지 않은 말은 결코 하늘까지 닿지 못한다 그리고 하늘에 닿는 말은 침묵이라고 언급한 점에서 과연 인간이 사용하는 말 중에서 진실된 말은 어떤 말인가에 대한 의미들을 되짚어보는 계기가 된다
인간의 말은 때로는 단순하게 변형되거나 독창적으로 만들어지거나 혹은 새로운 개념을 만들기도 한다 하지만 많은 이들은 말을 축약 조어 약어 등을 사용하여 스스로가 알지 못하는 가운데 무의식적으로 이러한 말들을 주입한다. 그런데 이러한 인식에 영향을 미치는 정도에 따라서 다양한 결과에 이른다 인간의 말이나 의사소통행위는 매우 복잡한 기능이 서로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이므로 자신이 속단 집단의 태도 가치 신념 등의 사회문화적 요인에 영향을 받는다 왜냐하면 언어는 본질적으로 여러 가지 상징들을 체계적이고 조직적으로 사용하여 사회 구성원 간에 의미를 주고받는 의사소통체계이며 특정한 역사적 사회적 문화적 맥락 안에서 사용되기 때문이다 또한 언어는 사고를 표현하는 기호들의 체계이므로 언어는 사고의 작용과정이 수반되어야 의사소통기능을 한다. 한편, 시의 화자 역시 이러한 말이 세상 밖으로 쏟아지면서 누구의 책임도 없이 변용되고 변질되는 상황들을 염려한다
당신은 두 발로 겨우 서서 나를 보며
아-아- 말도 안 되게 얼버무리고
나도 두 발로 겨우 서서 오-오- 하면서
한 발짝씩 당신에게 마주 선다
내가 당신의 어깨에 손을 앉으면 당신은 내 또 한 손을
붙잡는다
몸을 대는 곳마다 알맞은 대화가 생겨난다
당신이 얼굴을 들고 먼 길에서 달려오고
내가 발을 가지고 먼저 와서 기다린다
우리는 서로 눈과 눈을 맞추고 공중에 떠도는 웃음소리를 맞춘다
내 핸드폰에서 나오는 당신의 음성을 내 귀가 듣는다
당신의 핸드폰에서 나오는 나의 음성을 당신의 귀가 듣는다
당신의 핸드폰에서 나오는 문자가 내 문자와 만난다
나는 ㄱ이 되고 당신은ㅏ가 되어 조각난 기호끼리 부딪는다
문자를 누르는 내 손톱이 당신의 손톱을 만난다
우리는 손톱끼리 바지런을 떨며 조용히 수화만 한다
당신의 심장이 리모컨을 들고 내 심장을 누른다
우리는 서로 떨어져서 한 바다 안에서 느낌표로만 만난다
- 『대화는 진화한다」 전문
대화에는 몇 가지 원리가 있다. 화자와 청자가 협동적이어야 소통가능하며, 그리스(Gricean maxims)는 이 협동원리를 만족시키기 위해서 화자는 적어도 ‘대화의 금언’을 충족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즉 ‘요구된 대로 정보를 주되, 요구된 것 이상의 정보는 주지말라.’ ‘진실하라.’ ‘대화에 적절한 내용을 말하는 것.’ ‘명확히 하라.’ 전문가들은 소통의 의도를 달성하려면 말할 필요가 있는 것만을 말하라고 충고한다. 대화의 가운데 하나에 해당되는 비언어적 표현인 웃음에서는 상대를 바라보거나 눈을 맞추고 웃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상대에게 맞춰진 거짓 웃음으로 무의식적으로 소유하게 된 거짓 감정의 표현이다 이러한 거짓 웃음의 대표적인 예로는 ‘팬 아메리칸 스마일(Pan-America smile)’로 승무원의 서비스 차원에서 훈련된 웃음이 있으며 이렇게 웃을 때에는 보통 안륜근을 쓰지 않는다. 즉, 안륜근을 쓰느냐 아니냐에 따라서 웃음의 측도는 가려지는 만큼 그 눈이 자신의 내면을 바라보느냐 타인을 바라보느냐에 따라서 행복도가 가려지는 만큼 웃음과 눈은 매우 긴밀한 관계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시에서 화자가 ‘당신’과 하는 대화란 상대의 감정 뿐 아니라 내면 느낌까지도 파악하고 깊이 공감하는 수준으로 나아간다 따라서 시의 화자와 당신 사이에는 깊은 신뢰가 형성되어 상대가 믿을만한 행동을 유발하게 된 그 행동을 토대로, 서로에 대한 기대와 호응으로 소통하면서 서로 간의 공감대를 형성한다 또한 ‘내가 당신의 어깨에 손을 앉으면 당신은 내 또 한 손을 붙잡는다’는 부분에서 보면 붙잡고 닿는 점이 계기가 되어 대화가 생기는 다양한 의사소통의 모습이 드러나며 이는 몸이 전하는 말을 마음이 읽는다는 의미로 신체가 마음의 상태화로 되는 현상이다. 시에서 보면 대화의 가장 진화된 상태는 경청에서 시작된다 따라서 경청으로 이루어진 대화는 심장과 심장이 소통하는 힘을 지닌다
대화는 말을 통해 서로의 생각과 경험을 공유하는 부분을 찾고 이에서 더 나아가 감정을 공유한다. 상대를 배려하고 존중하는 가운데 인간관계는 깊어진다 1연에서는 상대를 인정하고 관심을 갖는 겸손한 단계라면 2연에서는 상대와의 관계가 보다 깊어지는 상대에게 관심을 갖는 단계이다 3연에서는 상대를 인정하고 경계심을 풀어버리는 단계에 해당된다 대화에서는 항상 각기 다른 경험으로 누적된 기억 또한 다르므로 상대의 다른 점을 인정해야 한다
1.
담이 말을 걸면 담 쪽으로 고개를 기울여 그 말을 듣는다
내가 말을 걸면 담은 키 큰 남자같이 바람막이 하고
내 말을 귀담아 듣는다
2.
금지옥엽 옥이가 안에서 담벽을 만지며 걸어가다가
마당쇠가 밖에서 담벽을 만지며 걸어오다가
안과 밖에서 두 손바닥이 마주치더니 같은 쪽으로 걸어간다
두 손이 나란히 같은 쪽으로 가다가
같은 쪽으로 되돌아온다
허공에 뜬 달이 한밤 내 내려다보다가
마침내 담을 지워버린다
해가 뜨면 달은 다시 제자리에 담을 세우고
골목길이 아상을 피우며 담을 따라 휘돌아가고
- 『담 이야기」전문
공자가 말하기를 말을 배우는 데는 2년이 걸렸지만 경청하는데는 60년이 걸린다고 하여 경청의 어려움을 제시한다. 잘 들어주는 사람은 말을 잘 한다 그 이유는 상대방을 배려하고 상대가 중심이 되고 그러한 상황에 적절한 말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경청에는 소극적 경청으로 건성으로 듣는 배우자 경청(Spouse Listening)과 상대에게 주의를 기울이거나 공감해주지 않고 그저 말하도록 놓아두는 수동적 경청(Passive Listening)이 있고, 적극적 경청으로는 말하는 사람에게 주의를 집중하고, 공감하는 활동적 경청(Active Listening)’과 말하지 않는 것까지 듣는 맥락적 경청(Contextual Listening)이 있다. 최고의 경청에 해당되는 맥락적 경청은 경청법(Listen beyond words)이라 하여 말 자체에 핵심을 두기보다는 어떤 맥락에서 나온 말인지 말하는 사람의 의도 감정 배경까지 헤아리며 경청 방법이 있다.
시에서 화자는 ‘담’이 자신의 말을 경청한다고 생각한다 경청이란 메시지를 받아들이고 그 의미를 구성하고 그에 반응하는 소통방식을 말한다 이는 단순히 소리가 귀에 도달하는 차원을 의미하지 않고 마음깊이 주의를 기울이고 듣고 화자의 마음까지 읽어내는 경청을 의미한다 ‘고개를 기울여’ ‘바람막이’하는 행동은 비언어적 인 것으로 보통 소통의 과정에서 7% 정도가 언어라면 93%가 몸짓 말의 속도 얼굴 표정 자세 등으로 표현된다. 따라서 화자는 ‘귀담아’ 듣는 담의 반응을 보면서 담이 화자에게 느끼는 감정을 전달 받는다 담을 지우고 다시 담을 쌓는 행위들을 통해 이미 상대가 말하지 않은 부분까지 읽어내는 맥락적 경청의 단계에까지 이른다
W. E. 딜에 따르면 세상은 훌륭한 경청자를 갈망한다 그에 따르면 많은 사람들이 상대의 말을 건성으로 듣는다. 듣다 보면 말보다 마음이 앞서가기 쉬우므로 상대의 말을 듣는 순간에 자신이 할 말을 준비하고 상대에 앞질러 자신의 말을 하기도 한다. 이처럼 경청이란 말을 듣는데서 나아가 마음을 기우리고 상대의 내면을 파악하는 맥락적 경청의 상황에 이른 것을 뜻한다 화자와 담은 경청 관계에 있으며 독백에 해당되지만 대화중 반응과 공감은 정서적으로 만족감을 주며 신뢰를 형성하고 감정의 공유로 관계를 돈독히 하는 과정에서 보면 맥락적 경청에서 더 나아가 공명현상마저 불러일으킨다
우랄산맥 기슭에 옹기종기 모인 사람들에 섞어 살아온 말이
얼룩말 엉덩이에 달라붙은 얼룩나비처럼
알타이산맥까지 4천킬로를 달리면서도
꼭 달라붙은 말
어미와 자식으로 모음조화 하는 말
우리나라까지 내려와 내 입술에도 붙는다
- 『말․3」 일부
B. 트레이시에 따르면 카리스마의 4가지 기본 요소 중 하나가 경청하기이다. 이는 얼굴 입술 눈을 보고 고개를 끄덕거리며 관심을 보이는 행동으로 상대는 이러한 공감의 형태를 기뻐한다. 또 대화할 때에 주도권을 잡으려면 말을 줄이고 대신 귀를 기우려야 한다. 모든 대화의 목적은 듣는 데 있으므로 상대방은 언제나 대화의 상대보다도 자기 자신과 자기 문제에 대하여 더 많은 관심을 가진다
시에서 ‘어미와 자식으로 모음조화 하는 말’에서 ‘말’은 서로에게 잘 이해되고 이해하는 사이에서 오가는 공감의 대화 방식으로 나타난다. 이러한 조화로운 대화의 특징은 상대에게 충분히 관심을 보이고 상대의 말을 반복하고 감정이입을 하여 듣고 충분히 생각하고 난 후에 상대방이 이해하는 수준의 정도에 맞춰서 간결하고 명확하게 느낌이 좋은 말을 골라서 사용하는 것이 전제되어야 가능하다 물론 첫째 둘째 연에서 ‘말’은 말(馬)로서 말(言)은 아니다 하지만 달라붙는다는 의미를 부각시키기 위해 들여온 ‘말’은 동음이의어이지만 같은 상태에 놓이도록 의도적으로 배열한다.
이처럼 말을 통해 ‘어미와 자식’외에도 사람과 사람 사이의 상호 소통은 매우 중요하다 또한 자신의 의사를 전달하지 못한다면 자신의 부재를 인정하는 상황에 처할지도 모른다 따라서 타인의 말에 주의를 기울이는 데서 나아가, 자신의 경험 속에서 들추어낸 다양한 내용들을 상대에게 전달하여 공감대를 형성하는 지점을 파악하기 위해 정확하게 전달하려는 노력해야 한다 이는 경청에 해당되는데, 세부적으로 무시하기 듣는 척하기 선택적 듣기 귀기우려 듣기 공감적 경청 등이 있다. 위의 시에서는 5단계의 마지막 단계인 공감적 경청, 그리고 맥락적 경청의 단계까지 나아간 경우에 해당된다
목구멍으로 나오는 말을 안 하면 귀신도 모른다
초등학생을 업어서 데려다주고
청소원과 함께 돌자갈 골목길 굽이굽이 돌며
쓰레기를 치우고 중얼거리는 말
하산케이프 산악 골목은 말이 없다
-「말․ 2- 애블리그니스」 일부이 말을 누가 하겠단 말이지
나더러 이 말을 옮겨라는 말이지
아무리 말해도 대답을 안하겠단 말이지
두 입술을 떼며 성대를 왈칵 토해내
말을 내어 말 말 말소리 이런 말 저런 말 하는 사이에
말이 밖에 뛰어다니며 말 말아라 한다
-「말․18 아메리칸 미니어처」 일부
관용적 표현이란 둘 이상의 낱말이 합쳐져서 원래의 뜻과는 다른 새로운 뜻으로 굳어져 사용되는 표현이다. 이러한 관용어는 오랜 세월 사람들의 입에서 오르내리는 동안 공감대를 형성하여 새로운 의미를 뜻하는 관습적인 말이다 따라서 그 시대상과 사회적 공간에서 문화가 반영되어 새로운 생명력을 형성되므로 이러한 시공간을 벗어나서 생활한 경우에는 그 말의 뜻을 쉽게 이해하거나 접근하기가 어렵다 시에서는 간혹 시의 행간 사이에서 발견되는 시의 적절한 관용적 표현에서는 진정으로 화자가 하려는 말의 의미를 담아낸다
H. 베르그송은 언어를 매개로 표현되는 희극성과 언어가 창조하는 희극성을 구분되며, 언어는 독자적 희극적 효력을 갖는 한편, 사람을 표적으로 재치와 희극적인 것을 구분하면서 희극적 효과를 창출한다. 따라서 언어를 매개로 하는 희극성에는 창의적 표현 능력과 재치가 필요하고 이 말을 매개로 표현되는 재치는 위의 시에도 나타난다. 시에서 ‘목구멍으로 나오는 말을 안 하면 귀신도 모른다 ’(「말 2」)‘이런 말 저런 말 하는 사이에 말이 밖에 뛰어다니며 말 말아라 ’(「말 18」)에서와 같이 관용적 표현이 나타난다 걸맞는 ‘말’에 대한 재치있는 표현들은 같은 ‘말’로 쓰이지만 때로는 ‘말[馬]’이 되고 또 때로는 ‘말[言]’이 되는 상황을 오가면서 ‘말[言]’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처럼 언어가 매개가 되는 희극성을 지닌 시들은 친밀감을 주는 한편 화자의 입장에 자신을 맞추어가는 상황이 되면서 한층 재미가 더해진다.
말을 사용하는 기능에는 말을 사용하여 자기가 원하는 것을 얻어내는 도구적 기능(instrumental function), 가장 단순한 형태의 언어사용으로 말을 사용하여 다른 사람의 행동을 조정하는 조정적 기능(regulatory function), 말을 사용하여 다른 사람과 관계를 형성하고 유지하는 상호 작용적 기능(interactional function), 말을 사용하여 자신의 생각, 감정, 태도 등 자기만의 개성을 표현하는 표현적 기능(personal function), 말을 사용하여 질문하고 답을 찾아내고 세상을 이해해 나가는 발견적 기능(heuristic function) 말을 사용하여 자신이 만들어낸 환경 속에 자신을 투사하고, 또 가상적인 세계를 만들어내는 상상적 기능(imaginative function), 말을 사용하여 정보를 전달하고 어떤 개념들을 표현하는 표상적 기능(representational function)이 있다.(Halliday 1975) 그런데 시에서는 말을 사용하여야만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를 잘 형성하는 상호작용 기능과 자신의 개성을 표현하는 기능이 나타난다.
폴란드 재노우목장에 사는 중동 앵글로 아랍은
대춧빛 윤기가 자르르 흐르고
흰 발목구두를 신어서
말이 통한다 밤마다 사교장에서 쫑긋 세운 귀로
말을 잘 알아들어
천냥 빚을 말 한마디로 훌쩍 뛰어 넘는다 - 『말․19 중동 앵글로 아랍」 일부
N. 촘스키에 따르면 인간은 유아기의 언어를 통해 학습하므로 사고의 능력도 학습된 언어의 한계 내에서 가능하다고 보고 사고와 언어의 관계를 설명한다. 하지만 우리는 어떤 개념에 대해서 언어로 배우지 않았지만 실제로 느끼고 생각한다. 이처럼 생활과 결부된 말들을 통해 비교적 쉽게 그 의미들을 체득한다. 관용적 표현의 의미는 그러한 언어사용의 한 예이다.
시의 관용적 표현에서 보면 ‘말’은 단순히 사전적 의미로 소통되는 말의 의미를 넘어선다. 즉 대화에서 말과 무관하면서도 말의 본질을 나아가 언어 자체에 대한 ‘말’의 영역이 확장된다 이는 ‘천냥 빚을 말한마디로 -넘는다’에서도 이러한 ‘말’의 확장된 개념이 나타난다 일반적으로 의사전달방식의 하나로 사용되는 말은 이 시에서는 정신적 사회문화적 문화적 영역까지 확장되어 말 자체의 의미를 뛰어넘고 있다.
관용적 표현을 통해 우리는 상대가 지닌 특징에 자신을 맞추려는 상황이 나타나기도 하며 그 결과, 서로의 친밀감이나 신뢰감이 형성된다 이러하게 형성된 친밀감은 자신을 되돌아보거나 모방하여 되돌려준다, 이처럼 관용적 의미를 지닌 말들은 오랜 세월 삶과 더불어 자연스럽게 익히는 말이다 이 말에는 지역적 특성이나 문화적 고유성이 드러난다. 관용적인 말은 사람과 사람이 만나서 사회가 이루어지고 사회 속에서 의사소통을 하기 위해 생겨난다. 대부분의 경우 말은 삶에서 필수 요건이 된다. 따라서 어떤 상황 속에서든 말을 잘 하거나 말의 맛과 의미를 즐기며 제대로 제때 전달하는 사람은 드물다 이러한 말에는 때로는 용기와 결단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보들레르에 따르면 웃음은 인간 속에 든 항구적인 이중성의 존재를 의미하고 자기와 타자가 동시에 될 수 있는 능력을 명시하는 모든 차원의 예술 현상 속에 나타난다 따라서 웃음은 진화 과정 중 증인에 불과하며 그 과정은 특별한 체험이 된다(Julia Kusteva 2000) 그의 시에 나타나는 ‘웃음’은 세상의 작은 움직임에도 스스로 자각하는 한편, 이를 가장 섬세하게 체득하고 포착하는 신체적 표현방식으로 드러난다 이에는 공동체 감각을 표현하는 공통적 미소로서의 환대하는 웃음이 있고, 또한 자연 일체감으로서 웃음은 모든 경계를 걷어낸 지혜가 바탕이 된 초월적 상황은 자연 속에서 자연스럽게 찾아온 때로는 낯선 정서의 표출이 되기도 한다. 또한 소소한 웃음에서는 오히려 삶에 적극성을 띤 상징적 표현으로 나타나며 때로는 슬픈 분노를 가장한 너털웃음으로도 표현된다 이를 통해 그의 시의 화자들은 웃음소리를 통해 오랜 세월 살아온 삶을 촉각적으로 느끼는 계기가 된다. 무엇보다도 그의 시에서 주된 웃음은 경계가 무장 해제된 천진난만한 아이들의 웃음이 주를 이루는 이는 인간이 웃을 수 있는 진짜 웃음에 해당되고 윌리엄 제임스의 표현처럼 특정한 신체를 표출하는 방식으로서의 웃음이 나타난다.
말은 우리의 삶과 늘 불과분의 관계에 놓인다. 의도적이건 아니건 간에 우리는 말로서 상처를 주거나 받는다 상대의 심리를 가장 잘 드러내는 말을 통해 상대의 진심 진실과 정직 사랑과 소통 공감 등에 관해 파악 가능하다 또한 말은 특징적 인식 속에서 그들의 사유를 드러내는 과정에서 각각의 다른 의미를 표출하거나 때로는 전혀 다른 의미의 결과물을 산출한다. 따라서 그의 시에서 ‘말’은 일방적으로 쏟아낸 말의 양만큼 상대에 대한 배려는 사라진다는 의미를 내포한다 또 다른 부류의 말에서는 외롭기 때문에 한번에 기회가 왔을 때 의도적으로 말을 쏟아내는데 이 말에는 어떤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는 의미를 드러낸다 그의 시에서 ‘말’은 상대와의 소통과 공감을 위해 또 자신의 내면에서 들려오는 작은 소리에도 심혈을 기우려 경청하며 살아가는 소박한 삶의 방식을 표현한다.
또한 그의 시에서 말들은 자신의 내면에서 시작되어 몽골 파미르 우랑 알타이 중동에 이르기까지 연결고리가 된다. 또한 들뢰즈와 가타리에 이어 인터텟 상의 말의 세계에 이르기까지 그 말은 그물망을 총 망라한 채 그 속에서 얽혀 있다. 말이 지닌 본연의 의미들이 쉽게 이해되지 못하거나 청자의 입장에서 보면 사고의 폭이 넓어질수록 시적 화자의 말에 대한 방어력은 약하진다 그의 시에서 말[言]은 구분 불문하고 구성체로서의 말을 본래의 의미대로 설득력 있게 말의 합리성을 주장하거나 혹은 궁극적으로 말들이 어떤 방식으로 삶에 존재하며 어떤 역사성 속에서 이어져 내려왔는지 알게 된다 또한 어떤 주체와 객체로 주고받느냐에 따라서 정서를 표출하는 방식들이 초월 불안 고통 흥분 등의 다양화된 감정에 실려 달리 읽혀진다. 예를 들어 경청하는 상대의 자아 존중감이 높아지고 신뢰를 바탕으로 형성된 관계에서는 서로의 깊은 공감대를 형성하고 감정과 경험을 공유하는 적극적으로 관계를 형성하는 자세를 갖는 한편 감정의 공명현상도 불러일으킨다 또한 그의 시에서 공감하는 말은 상호관계에서 말의 가치와 효용성이 확대되고 편안한 관계를 형성하는 한편, 일방적인 말은 강한 힘을 가지지는 못하며 도리어 하나의 관점에서만 바라보게 되어 상대의 숨겨진 의도를 정확하게 파악하거나 이해하는데 어려움이 드러난다
끝으로, 대부분의 사람들은 ‘웃음’과 ‘말’로 자신의 의사 표현하지만 이들의 작품화는 흔하지 않다 김규화 시인의 시집『사막의 말』(2016)에서는 ‘웃음’과 ‘말’을 중심으로 사물을 섬세하게 관찰하고, 깊이 있게 내면을 바라보는가 하면 성찰한 흔적들이 시의적절한 언어들로 잘 갈무리되고 있다. 오랜 세월 연마해 온 빛나는 언어적 운용 능력이 결실을 맺은 한편, 노익장의 힘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첫댓글 대화의 기술에서도 '경청'을 최고로 치더라구요..'배려'라는 단어를 떠올리면서 시공부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