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9월 6일 금요일
자랑쟁이
김미순
나는 정말 복댕이다. 주위에서 나처럼 모든 면에서 복이 많은 이는 무척 드물다. 지나기는 사람들에게 자랑치고 싶어 안달이다. 친구들 모임에서 좋겠다, 부럽다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나는 대학 사 학년 때 선을 봤다. 부동산업을 하는 시아버지, 그 외아들, 산업단지의 대기업 대리가 남편이다. 우리 아버지는 선창에서 배가 세 척, 수산물협동조합에서 경매업자다. 나도 외딸이다.
졸업하자마자 결혼을 했다. 신혼여행은 발리로 갔다. 그때까지만 해도 제주도가 제일 좋은 코스였는데, 워낙 잘 사는 양가라 당연했다.
살림은 우리 시에서 가장 고급지고 근사한 아파트다.수영장, 헬스클럽, 골프연습장까지 구비된 최상의 아파트에서 시작했다. 그것도 46평 아파트에서 우리 둘이 살았다. 시아버지가 부동산을 하니 그건 별거아닌 혜택이다.
친정아버지는 건물을 주었다. 시내 노른 자리 복판에 7층짜리 주상복합건물이다. 한달에 70에서 100이 또박또박 들어온다.
남편은 월급으로 팔 백에서 천을 가지고 온다. 그이어게 용돈으로 오십만원을 주고 나머지는 다 내 포켓으로 쏙 들어온다.
나는 남편이 출근하고 나면 그야말고 내 맘껏 세상을 누린다. 간단히 집안 일을 마치고 책상에 앉는다. 주식을점검한다. 한참 오르고 있다. 이렇게 가다간 한 달에 일 억에 도달할 것 같다.
컴퓨터를 끄고 골프장으로 간다. 벌써 회사 사모들이 와 있다. 몇 번 샷을 날린다. 함께 맛집을 찾아 점심을 먹는다. 다음에 먹을 식당을 검색한다.
소화를 할겸 백화점으로 쇼핑을 한다
마음에 드는 옷이 있으면 몇 벌이라도 사 버린다. 사모들에게 선물도 한다.
근교에 찾집으로 차를 마시러 간다. 쿠키나 빵을 먹으면서 느긋나게 오후를 즐긴다. 자식들 얘기. 늦바람 난 주위 아저씨 얘기, 해외여행에 대해 수다를 떤다. 나는 주로 듣는다. 할 말이 별로 없었다, 산 날이 별로 많지 않았으니까~
다섯 시 쯤 집에 돌아와 저녁밥을 준비한다. 요리를 배우지 않았으나 인터넷에 나온 레시피대로 했다. 그이는 정말 맛있다고 칭찬을 남발한다. 엉덩이를 두드리며 뽀뽀를 날리기도 한다.
아이는 딸, 아들 하나 금메달을 땄다. 정말 예쁘고 든든하다. 공부도 잘하고 그림이면 그림, 글쓰기는 글쓰기대로 못 하는 것이 없다.
친구들은 나를 부러워한다. 주식으로 남편 새 차를 사 주고, 양가 부모님께 안마의자를 사 주었던 일을 두고두고 칭찬한다.
자기들은 집이 한 쪽이 기우는 경우도 있고, 남편 수입이 충분하지 않이식자재 마트에 캐셔로 취업을 준비중이라는 것, 아이들이 문제를 일으켜 학교에 불려갔다는 넋두리를 했다.
그때마다 나는
"참 안 됐다. 어쩌냐? 내가 도울 일이 없어서~~"
모임을 마치고 돌아올 때는 다음엔 절대 만나지 말아야지 다짐한다.
그런데 복이 한계가 있는 것 같다
제일 먼저 발생한 게 주식이다. 내가 절대 안 팔았던 종목인 삼성이 폭락을 겪었다. 투자했던 자금의 이분의 일을 잃었다. 다음은 경기가 침체시기에 들어갔다. 또박또박 들어오던 집세가 안들어왔다. 연체가 계속 이어졌다. 공실이 많아졨다.
더 심각한 일은 자식 문제였다. 딸은 실력이 안 돼 의사는 포기했다. 그대서 간호사를 만들어 의사와 짝을 맞추면 좋을 것 같아 간호대학을 보냈다. 고맙게도 서울 대학병원 말단 간호사로 취직했다..2박 3일 교대 근무를 하면서 틈틈히 총각 의사를 엿보았다. 아들도 삼수에 걸쳐 도전해서 의과대학을 갔다.
그러나 세상에 복이 달아날 일이 생겼다. 의료대란에 정국이 흔들렸다. 의대증원 확대를 추진하는 정부와 싸우는 일
나는 불안이 증폭하였다. 그래도 참고 근무하라고 딸에게 당부하였다. 그러나 딸은 병원을 그만두고 제주도로 귀농했다. 귤밭에서 가지를 치는 사진을 보내줬다. 가슴이 무너졌다.
또 아들은 사라져 버렸다.친구들과 동맹을 맺어 휴학을 획책했다. 어떻게 될지 하루하루가 살얼음이다.
아, 그러나 이게 웬 일?
남편이 며칠이나 회사를 안 나고 집에 틀어박혀 있었다. 밥도 안 먹고 이불 속에서 안 나왔다.
강제(?) 퇴직을 당한 것이다. 다 끝났어를 외치며 엉엉 울었다. 친구들에게 어떻게 말해야 하나?
며칠 후 친구들에게 딸의 동향을 얘기했다.
"애들아, 우리 딸 수진이가 귀농을 했어, 미래는 농사가 대세라네~"
"애들아, 우리아들 대단해. 요즘엔 AI가 대세여서 전과하기로 했어"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