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방살방 사량도 어겐!....
언제 : 2022.06.11.(토)
어디로 : 사량도(옥녀봉 - 가마봉 - 옥녀봉 - 고동산)
누구랑 : 산과바다 산우님들
산행공지가 올라왔다. 사량도란다.
사량도는 작년(2021.03.16.)에 코로나의 엄중한 시절임에도 불구하고
지인들과 어울려 다녀온 산이라 어떨까 싶었지만
내가 어디 산만 보고 산에 가는 전문 산꾼도 아니고
좋은 사람들 만나 좋은 시간 무탈하게 하루를 즐기면 만고에 땡!... 아니런가?....
산행공지를 면밀하게 살펴보니 내지에서 금평까지 8.3km에 5시간 준단다.
작년 산행때 내지 수우도 전망대에서 금평항까지 6시간 40여분 걸린 것을 감안하면
하루가 다르게 쇄잔해지는노인네 체력으로는 감당할 수 없어 나름 잔머리를 굴렸다.
내지항에서 콜밴이나 순환버스를 타고 옥녀봉과 가마봉만 갔다 와도 충분할테고
아내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덤으로 고동산 둘레길까지
살방살방 걸어보면 금상첨화라고 마음을 정했더란다.
이리하여 돌출행동은 금물이라고 노상 지껄이면서도.....열외 고문관이 되기를 자청한다.
사실 고문관이란 말은 미군정 시대에 우리나라에 파견나온 끝발 좋은 미군 고문관(감독자)들을 말했으나
군대에서 어수룩한 사람을 놀릴려고 고문관이라고 불린것은 아이러니가 아닐수 없다.
08:30 내지선착장 → 08:40 옥녀봉 입구 산행시작 → 09:21 주능선 삼거리 → 09:38 옥녀봉 →
10:19 출렁다리 → 10:33 가마봉 스텐 사다리 → 10:42 가마봉(토마토 간식) →
11:29 옥녀봉 → 12:21 고동산 삼거리 → 12:49 고동산 이정목(대항고개) → 13:44 고동산 →
14:19 고동산 둘레길 삼거리 → 14:43 뒤풀이 식당(6시간 03분 산행종료)
고성 용암포에서 사량도에 들어가는 첫배는 07:00이다.
첫배가 출항하기도 전에 우리는 용암포에 도착했다.
이제 겨우 새벽별이 사라진 신새벽 어름이다.
새벽의 고속도로는 쓸쓸할 지경으로 적막강산 이었다.
대장님이 뱃시간을 모르고 당초 공지된 계획에서 30분을 땡긴다는 메시지를 보냈을리 만무하니
전국 화물연대 기사님들의 총파업이 정대장님의 노파심에 한몫을 더했으리라...
그렇게 버스는 예상했던 시간보다 1시간 일찍 용암포에 온 것이다.
인생이란 것이 시계바늘 이빨처럼 한치의 오차없이 계획대로 돌아가는 것도 아닐거고
여지가 없는 인생은 차가운 얼음 바닥일테니 나는 여지 없는 인생이 싫더라!....
아침 일찍 고기 잡으로 나가는 부지런한 어부가 없으니 개평 달라고 달려드는 게으른 갈매기는 일도 안보인다.
그러니 아침 바다는 고요하고 잔잔하기가 거울같다. 산우들은 노숙자 모드가 되어 삼삼오오 선착장에서
아침을 김밥으로 떼우고 큰바위님, 불사초님과 어울려 우리도 김밥 몇개를 나눠 먹는다.
뱃시간을 떼울려고 손바닥만한 부둣가를 어슬렁거리다가 묘하게 생긴 배가 눈에 띄인다.
소금 가마니 싣어 나르는 화물선도 아니고 모래나 뻘을 파는 준설선도 아니고
시커먼 굴뚝과 화구가 여러개 있는 것이 무슨 공장 같기도 해서 기웃거리니
호루라기를 빽빽 불며 차량안내를 하던 아저씨가 나서면서
멸치배가 잡은 멸치를 삶아 운반하는 배란다.
인터넷에서 캡쳐한 또 다른 멸치 작업선의 모습이다.
첫배는 포구를 떠나 사량도로 가고...
사량도에는 상도와 하도 공히 해안 일주도로가 있으니 등산객은 물론이고
노친네들과 멋진 젊은이들이 승용차를 타고 들어가 해안 드라이브를 즐기고
밤에는 둘레길을 걸어 올라가 고동산에서 백패킹을 즐긴단다.
허긴 밤하늘에 쏟아지는 별을 바라보며 캠핑 칸데라를 켜놓고
삼겸살에 쇄주 일잔하면 거기가 바로 무릉도원일터이니....
페리 연락선이 떠난 후의 용암 포구
불사초님
버스에서 산행 안내 멘트를 하던 정대장님은 용암포에서 8시에 출항하고
금평항에서 오후 4시에 떠나는 배편을 예약해 놨으니
산행 시간은 널널하다며(얼추 7시간이다) 천천히 놀아가면서 산행을 즐기라고 했지만
막상 산행에 나서면 산행은 언제나 후미 기준이 아니고 선두 기준인 것이 엄염한 현실이다....ㅋㅋㅋ
큰바위님과 아내
배가 내지항에 도착하기전에 정대장님한테 여차저차하니 고문관 하나 열외 시켜달라고 특청을 넣었더니
선선히 수락하드만 잠시후 어떤 여인을 모시고 와서 여차저차 이분도 모시고 함께
가면 안되겠느냐고 도리어 나한테 특청을 넣는다....ㅋㅋㅋ
내지항에 도착해서 단체사진을 찍는다고 어수선한 바람에 내지항 버스정류장 풍경을 놓친것이 아쉽다.
노점상 할매한테 버스시간을 물어보니 예상한대로 버스는 이미 떠났단다.
연락선 도착 시간에 버스 시간이 연계 된다면 사량도에 3대 밖에 없는 콜밴 기사님들은
다 굶어 죽으란 말인가?... 당연한 말을 물어봐서 할매를 번거롭게 했구나...ㅋㅋㅋ
이때 내 품새를 본 콜밴 기사님이 은근슬쩍 나타나서 한다는 말이...
콜밴 기사님 : 어디까지 가슈?
빵과버터 : 대항 옥녀봉 입구까지요.
콜밴 기사님 : 몇명이 가슈?
빵과버터 : 3명인데요.
콜밴 기사님 : 일만오천냥 내시우.
빵과버터 : 헤에~~ 사량도 어디서 콜해도 일만오천냥인데!.... 그냥 일만냥에 갑시다
콜밴 기사님 : 타시우.
좋은데 놀러 와서 오천냥 가지고 너무 야박스럽게 굴었나 싶어 약간 미안한 생각도 들었지만
어짜피 다음 배가 들어올 때까지 기다려야하고...그렇다고 콜밴을 탈사람이 있다는 보장도 없고
공차로 금평항까지 내려가는 것보다 지금 일만냥이라도 버는게 낫다 싶었는지 기사님은 혼쾌히 운전대를 잡는구나...ㅋㅋ
콜밴을 타고 옥녀봉 입구까지 오는 동안에 등산복 차림의 남녀노소 20여명이 무슨 국토종주 행진단처럼
일렬 좌우로 나누어 해안도로를 걸어가는 모습을 보게된다. 아마 첫배로 온 사람들 같은데
아스팔트 도로를 쌩으로 5.2킬로 씩이나 걷고나서 산행을 하다니 참으로 무모하다는 생각이 든다.
콜밴 기사님은 이 사람들한테 찬바람 맞았으니 나한테는 일만냥에 선선히 응했구나 싶어 속으로 웃는다...ㅋㅋ
옥녀봉 입구의 그림이다.
살방살방이란 말은 "살금살금"의 경북지방 방언이란다.
아무리 살방살방 걷는다 해도 가파른 비탈길을 오르자니
금방 숨이 차고 무릎팍이 후둘거려 숨을 돌리며 뒤돌아본 대항의 그림이다.
옥녀봉의 옆모습
나는 멍석 딸기라고 생각했는데 아내는 거지 딸기라네!...
맛은 부드럽게 달았지만 약간 거친듯 싸그락거리며 씹히는 씨가 산딸기와 재배딸기의 차이인거 같다.
계단공사를 하기전 옥녀봉에 오르는 옛길이지 싶다.
자연보호, 생태보존 어쩌구 하면서 산에 케이블카나 계단 설치를 반대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지네들도 나이 먹어 보라지!....그런 말이 나오나...ㅋㅋ
겨우 500메타 오르고 주능선 삼거리에 이르렀다. 여기서부터는 육신은 고달퍼도 눈을 호사를 누린다.
여차저차 여인은 사진찍히는 것을 그리 좋아라하는 눈치가 아닌것 같아 뒷모습만 살짝 잡아본다.
사량대교와 칠현산의 하도
근친상간이라는 말도 안되는 어거지 전설을 간직한 옥녀봉에 이른다.
잘생긴 젊은 남자는 조는듯 멍때리듯 앉아 있지만 사실은 오고가는 사람들의 숨소리까지 가늠하며
심지어 휴대용 카드 리더기까지 갖다 놓고 아이스케키를 팔고 있으니 참으로 프로답다.
여차저차 여인은 콜밴에 대한 앙갚음을 하겠다며 아이스케키를 사준다.
가마봉 출렁다리와 뒤로는 불모산(달바위봉)이다.
능선 오른쪽으로 대항마을과 해수욕장
왼쪽으로 돈지마을
하도의 칠현산
멋진 대항 해수욕장.... 우리가 올라온 옥녀봉 초입의 그림도 보인다.
오랫만에 보게되는 산딸나무꽃이 반갑다. 옛날에는 꽃의 개체수가 엄청 많아 신기하고 보기 좋았는데?....
출렁다리가 만들어지기 전의 옛길이다.
17년전의 옛길이 궁금해서 출입금지라는 푯말을 무시하고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잠시 들어가 본다.
옛길에서
옛길에서 올려다 본 출렁다리
옛길에서
도로 빠꾸해 출렁다리에 올라서 내려다본 옛길
여기도 옛길
염소는 인적을 피해 숲에 숨어 있을테고 여기저기 똥만 퍼질러 놓았구나
올라 갈때는 공포의 스텐 계단으로 올라가고
내려 올때는 우회길로 내려 온다.
아무리 허물없는 만만한 사이라고 해도 남의 아내들한테 기저귀는 차고 왔느냐는등 저질 농지꺼리를 해서야....
여차저차 3인방은 가마봉에서 애기 주먹만한 토마토를 나눠먹고 옥녀봉으로 되돌가면서
정대장님의 현위치를 확인하니 지리산에서 모여 점심들 먹고 출발할려고 한단다.
생각보다 빠른 걸음이 아니니 적이 안심된다.
가마봉 돌무덤에서 아줌마들 기저귀 타령하던 사내를 돌아본다.
나도 약간 고소공포증이 있어서 스텐 사다리를 우회해서 내려간다.
그렇게나 주도면밀하던 아내가 나이를 먹으니 집중력이 떨어져
이정표를 건성으로 보나 종종 갈길을 놓치는 경우가 있다.
출입금지 푯말은 없지만 여기도 옛길 구간이다.
언제 보아도 포근한 대항 마을과 해수욕장
옥녀봉에서 멍때리는 젊은 커플들
하얀나비와 하얀까치수영
이정목에 고동산 방향은 표시되어 있지 않지만 여기서 좌회전 하면 고동산 방향이다.
이렇게 많은 씨그널이 걸려 있다는 것은 무언의 암시다.
문닫은 유스호스텔을 지나면 상도 순환도로다.
방향은 고동산 방향이 맞으니 어떤 이는 여기로 올랐다가 길이 없어지는 바람에 알바 했다는 후기를 읽었다.
10분이나 걸어 올라왔을라나?....고동산 이정목이 반갑다.
초입에 들어서면 옥녀봉처럼 까칠한 암릉은 없고 유순한 산책길에 하얀 삘기가 어릴적을 생각나게 한다.
배곺았던 시절에 저 삘기의 애꽃을 뽑아 먹으며 좋아라 했는데...
첫댓글 고동산은 생각을 못했네요
다음에 다시오면 고동산쪽도 탐방해봐야겠습니다.
옥녀봉의 옛길까지 상세히 올려주시니 그냥 슬쩍 보고 우회도로라고만 생각했으니
아직도 많이 배워야하고 모든걸 예사로보면 안된다는 교훈을 다시금 되새겨봅니다.
2편으로 갑니다...
구수한 입담의 산행지을 봐야
아하
통영 사량도을 댕겨왔구나.
찬찬히 느린걸음이지많
넘들이. 놓친부분까지
세밀히 찍고 설명까지
그속에서 다시금 다녀온길에
발자취을 되집어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