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동나무 박 근모 모든 나무마다 똑같은 날 똑같은 크기의 굵기를 골라서 똑같은 성깔의 땅에 심었어도 그 중 오동나무는 쭉쭉 하늘만 치켜 본다 줄기가 하늘구름에 닿을 듯 크게 뻗어 나간다
오늘 보니까 오동나무는 그새 한 뼘이 더 자랐다 저것이 달 지는 잎 새를 지니게 되려면 가을까지 안 가도 될 것이다 그맘때는 딸애의 얼굴이 부쩍 보고 싶어질 것이다 오동나무가 자라고 달이 자라던 지난날에 오동나무를 베어버리려던 정월대보름 무렵에 딸애는 울면서 제발 오동나무를 베지 말아달라고 간청했다
안 그래도 가난한 살림살이에 차마 맨 몸으로 시집보낼 순 없었는데 밤새도록 오동잎을 바라보면서 딸애와 함께 흘리던 눈물 울음이 멈추기라도 하면 오동잎의 숫자를 헤아리며 딸애에게 잘 살아다오, 말했을 텐데
나무도 무안하고 난처했던지 그 큰 잎을 약간 오므리면서 그 하늘의 보름달을 조금은 가려주고 있었다 |
오동나무는 현삼과의 낙엽 활엽 교목으로서, 높이 약 10m이고, 봄에 보라색 꽃이 피며, 재목은 가볍고 부드러우며 잘 휘거나 트지 않는다. 오동나무(Korean Paulownia: ‘고상’을 뜻함)는 자랑스러운 우리의 특산 나무로 학명(Paulownia coreana Uyeki)에는 ‘코리아나’라는 단어가 포함되어 있다. 1천여 종에 이르는 우리나라 나무 중에서 이보다 큰 잎사귀를 지닌 나무는 없다.
옛날 어른들께서는 딸을 낳게 되면 앞마당에 오동나무 한 그루를 심어두었다가 딸이 시집갈 때 장롱을 만들어 보냈다고 한다. 나무가 잘 자라기 때문에 아이가 커서 시집갈 때쯤이면 잘라서 옷장을 만들 수 있는 크기가 되는 것이다. 자람이 빠른 나무는 대체로 단단하지 못해 쓸모가 없다고 하나 오동나무는 그렇지 않다. 자라는 속도에 비해 적당한 강도를 지녔을 뿐만 아니라 습기를 적게 빨아들이고 잘 썩지 않으며 불에 잘 타지 않는 성질까지 있다.
그 쓰임새도 넓어서 장롱, 문갑(文匣, 문서나 문구 따위를 넣어 두는 방안 세간의 한가지, 서랍이 있거나 여러 개의 문짝이 달려 있다.), 소반, 목침, 장례용품 등 여러 생활용품에 두루 쓰인다. 특히, 공명(외부 음파에 자극되어 이와 같은 진동수의 소리를 내는 현상)을 필요로 하는 악기에는 오동나무가 필수적이다. 가야금, 거문고, 아쟁 등 우리의 전통악기는 모두 오동나무로만 만든다.
출처 : 장이기(2016). 이야기 숲에서 놀자. 프로방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