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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 애스터 감독의 영화입니다. '유전'이라는 공포영화로 유명한 감독이죠. 이 영화또한 공포영화입니다.
스웨덴의 깊은 숲속에 전통 신앙과 전통을 이으며 살아가는 한 공동체가 있습니다. 그 공동체는 90년에 한 번씩 9일동안 미드소마라는 축제를 엽니다.
이 미드소마라는 축제가.. 어떤 모습일지는 영화를 통해 확인해보시면 됩니다.
이 축제가 일어나는 동안의 일을 담고 있습니다. 이 일들은 매우 폐쇄적이고, 비윤리적이며, 잔인합니다.
편안함, 소속감을 느낄 수 있는 존재에 대한 갈망.
주인공인 대니는 가족이라는 단어에 매우 민감합니다. 가족의 동반자살을 경험했기때문입니다. 그녀는 자신이 모든 것을 믿고 기댈 수 있는 존재를 갈망합니다. 그 존재가 자신을 보듬어주고, 이해해주길 바랍니다. 함께있으면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누군가를 원합니다.
그래서 대니는 남자친구인 크리스티안에게 기댑니다. 그녀는 속으로 자신이 남자친구에게 과하게 기대고 있는 것은 아닐지, 그에게 부담을 주고 있는 것은 아닐지 우려하면서도 그가 자신을 보듬어주길 바랍니다.
약간의 말다툼이 일어날 기미가 생기자 남자친구를 바로 붙잡고 자신을 떠나지 못하게 하는 장면만 보아도 알 수 있습니다. 남자친구가 사과해야할 상황임에도 그가 불만을 표하자 오히려 자신이 그에게 의미없는 사과를 할 정도로 말입니다. 그만큼 남자친구를 붙잡고 싶은겁니다.
대니는 크리스티언을 단순히 이성으로써 사랑을 나누는 남자친구로 여기는 것을 넘어, 자신의 희노애락을 완전히 공유하고 마음의 안식처가 될 수 있는.. 거의 가족과도 같은 존재로 여기고 싶어 하는겁니다.
가족을 잃은 그녀는 그렇게 기댈 수 있고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존재에 대한 갈망을 표시합니다.
여기서 부터 스포일러가 존재합니다. 유의하세요.
그녀는 호르가 마을의 사람들을 마주하게 됩니다. (그 과정은 영화를 통해서..) 약간의 경계심이 존재하지만 그들이 건넨 일종의 마약으로 자연스럽게 호르가 공동체의 일부가 되어 즐깁니다. 그들 중 한 명이 이렇게 말합니다.
"이제 저희 가족맞죠? 가족?"
대니는 가족이라는 단어에 민감하다는 사실을 위에서 말씀드렸습니다. 그녀의 이러한 말에 대니는 당황하며 정색합니다. 그러나 이 부분은 꽤 중요합니다. 대니가 이 공동체를 다르게 인식하게 되는 시발점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전환점은 그녀의 남자친구, 크리스티언입니다.
크리스티언 또한 호르가 마을사람들의 정신을 홀리는 마약으로 인해 그들의 말에 복종하게 됩니다. 그는 의도치않게 호르가 마을의 한 여성, 마야의 약혼자가 되어버렸습니다. 정신이 몽롱해진 크리스티언은 아무런 저항도 하지 못한채 그 마을의 기이한 약혼 의례를 따르게 됩니다.
당연히 그의 여자친구인 대니는 이러한 크리스티언을 아니꼽게 볼 수 밖에 없습니다. 자신의 남은 유일한.. 마음을 기댈 수 있었던 존재가 다른 여성과 약혼을 하고 성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대니는 죽을듯이 웁니다.
여기서 더 알 수 있습니다. 여성들이 대니 옆에 다가와 대니의 거친 울음소리를 그대로 따라하며 그녀의 슬픔에 공감하고 하나가 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참 아이러니 한 상황이라고 생각합니다..
대니입장에서는
자신이 기댈 수 있었던 남은 유일한 존재, 가족을 잃고 바라보며 마음을 나눌 수 있었던 유일한 존재인 크리스티언을 잃은 슬픔을 강하게 표출함과 동시에, 대니가 갈망했던 자신의 슬픔과 고통을 편하게 공유하고 나눌 수 있는, 공감해줄 수 있는 존재와의 만남을 동시에 하고 있습니다.
완전히 결말이기 때문에 여기에 말씀드리지 않겠지만.. 대니는 끝에 미소를 짓습니다. 아무것도 모른채 약에 취해 호르가 마을 사람들에게 억지로 지어보이던 미소가 아닙니다. 호르가 마을에 대한 모든 것을 인지하고, 모든 것을 깨달은 상태에서 미소를 짓고 있습니다.
그 말은 완전히 호르가 사람들과 하나가 되었다는 소리일 것입니다. 그녀가 그렇게 갈망하던,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공동체가 호르가 사람들이라고 인식한 것은 아닐까요. 그녀가 왜 미소를 짓는지, 이에 이르기까진 어떤 과정이 있었는지를 알고 싶으시다면 영화를 통해 확인해보세요.
약간의 뻔함은 느껴짐.
이 영화를 보면서 느꼈던 점이.. 나름 예상한 대로 영화가 흘러간다는 점이었습니다. 정체불명의 공동체를 마주한 주인공들의 비극적인 진전이.. 그렇게 새롭게 느껴지진 않았습니다. 조금 새롭게 느껴졌던 점은 그렇게 주인공들이 호르가에 오게된 것이 매우 정당한 이유와 계획 아래에서 이루어졌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느꼈을 뿐입니다.
약간의 아쉬운 점이랄까요?
불쾌한 시청각요소들.
사실 이 영화의 거의 핵심역할이었다고 봅니다. 아리 애스터 감독의 능력도 이 부분에서 인정받지 않을까 싶습니다. 조금 무난하게 넘어갈법한 장면들도 불쾌한 소리와 영상을 통해 관객들의 불쾌함을 증가시킵니다.
이 불쾌함이라는 것은 왠지모를 공포를 유발합니다.
마약을 한 그들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그들이 바라보는 시각을 그대로 관객에게 전달합니다.
화면은 울렁거리고 소리는 불쾌합니다. 효과적인 연출입니다.
곳곳에 숨겨놓은 이스터에그도 좋습니다.
배경에 주인공 대니의 자살한 동생의 얼굴이 배경의 숲에 나타납니다. 이게 사진으로는 보이지 않습니다만 영화에서는 영상 전체가 울렁울렁거립니다. 호르가 사람들이 대니에게 준 약때문에 그렇습니다. 호르가의 몽롱한 정신상태를 시각적으로 관객에게 보여주는 겁니다.
이처럼 시청각적으로 영화는 훌륭합니다. 불쾌하고 공포스러운 분위기를 위해 점프스케어가 아닌, 연출의 기본인 영상과 소리를 적극활용합니다.
밝아요.
호르가 마을은 스웨덴에 위치합니다. 특히 더 북쪽에 위치하여 백야현상이 일어납니다. 이 백야현상은 늦은 밤이 되어도 해가 지지 않는 것을 말합니다.
이 영화는 그 점에서 더 독특합니다. 공포영화가 밝은 곳에서 진행되는 것을 보신적있습니까? 어두운 곳을 찾아다니기 마련입니다. 이 영화는 완전히 정반대입니다. 스웨덴이라는 공간적 배경으로 백야현상을 데려왔습니다. 아예 밤이 오지 않는 환경을 마련해둔겁니다.
그래서 더 소름끼칩니다. 순수하고 아름다운 영상미와 사람들이 잔인한 모습들과 대조될때 그만큼 소름끼치고 꺼림칙할 수가 없습니다.
동시에 대니의 마음에 초점이 맞춰진 연출일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대니가 고통스러워했던 미국에서의 장면들은 모두 밤입니다.
가족을 상실한 대니. - 밤
호르가로 데려가려는 펠레의 따뜻한 말. - 창문으로 햇빛이..
호르가에 도착. - 백야현상으로 온종일 낮.
제가 제 방법대로 생각해보았습니다. 이러한 연출일 수도 있지 않을까.. 위에서 호르가의 공동체가 대니의 안식처이지 않을까, 영화의 진행은 대니가 호르가를 가족으로 인식하는 것이지 않을까.. 하는 점에서 말입니다.
낮이라는 밝은 공간에서 벌어지는 공포라는 것은 정말 새로웠습니다. 또 다른 불쾌함과 공포였습니다.
하늘의 이치를 깨우친 완벽한 공동체가 되고파.
영화 속에 나오는 호르가 공동체를 보면서.. 이 공동체는 전 세계의 관습과 전통을 가진 문화 공동체와 비슷한 하나의 목적과 이유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우리는 모두 하늘의 이치를 완벽하게 깨우친 공동체가 되려고 한다는 점입니다. 관습과 전통은 모두 이러한 욕구를 바탕으로 합니다. 한 행동 한 관습들에 아름다운 정당성을 부여하여 수행합니다. 그 정당성은 자신이 속한 공동체가 하늘의 이치를 올바르게 수행하고 있다고 믿게하는데 큰 역할을 합니다.
이 영화 속 호르가에 대해서 말씀드리자면 인간의 삶을 절기로 나눕니다.
0세~18세 - 봄
19세 ~ 36세 - 여름
37세 ~ 54세 - 가을
55세 ~ 72세 - 겨울
이 절기에 맞게 각방을 하고, 역할을 나누고 살아갑니다. 72세의 끝에 다다르면..
절기가 끝났으니 아무런 후회없이 하늘이 준 절기에 맞게 다 살았음을 인지하고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의례를 치릅니다. (참 잔인합니다.)
조금 극단적이고 과하지만 전통과 관습에 따르려는 호르가 공동체를 보며 우리 세상의 공동체를 되돌아보는 것이 가능합니다. 관습과 전통이 무엇인지, 우리가 무엇을 위해 그것들을 따르는지..
많이 충격적인 영화입니다. 위에서 제가 시청각적인 것들로 공포와 불쾌감을 이끌어낸다고 했는데 상상이상이실 겁니다. 영화의 핵심 그 자체이기 때문입니다.
단단히 준비하시고 영화를 보시기 바랍니다. 매우 잔인하고 매우 수위가 높습니다.
이상.. 리뷰 마칩니다. 넷플릭스에 있습니다.
밖에서 보면 야만적이고, 안에서 보면 그렇게 편안할수가 없어.
-펌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