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 바람벽이 있어 - 백석 오늘 저녁 이 좁다란 방의 흰 바람벽에 어쩐지 쓸쓸한 것만이 오고 간다
이 흰 바람벽에 희미한 십오 촉 전등이 지치운 불빛을 내어던지고 때글은 다 낡은 무명 샤쯔가 어두운 그림자를 쉬이고 그리고 또 달디단 따끈한 감주나 한잔 먹고 싶다고 생각하는 내 가지가지 외로운 생각이 헤매인다 그런데 이것은 또 어언 일인가
이 흰 바람벽에 내 가난한 늙은 어머니가 있다 내 가난한 늙은 어머니가 이렇게 시러퍼둥둥하니 추운 날인데 물에 손은 담그고 무이며 배추를 씻고 있다 또 내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 내 사랑하는 어여쁜 사람이 어늬 먼 앞대 조용한 개포가의 나즈막한 집에서 그의 지아비와 마조 앉어 대구국을 끓여 놓고 저녁을 먹는다 벌써 어린것도 생겨서 옆에 끼고 저녁을 먹는다 그런데 또 이즈막하야 어늬 사이엔가
이 흰 바람벽엔 내 쓸쓸한 얼굴을 쳐다보며 이러한 글자들이 지나간다 - 나는 이 세상에서 가난하고 외롭고 높고 쓸쓸하니 살어가도록 태어났다 그리고 이 세상을 살어가는데 내 가슴은 너무도 많이 뜨거운 것으로 호젓한 것으로 사랑으로 슬픔으로 가득 찬다 그리고 이번에는 나를 위로하는 듯이 나를 울력하는 듯이 눈질을 하며 주먹질을 하며 이런 글자들이 지나간다 - 하눌이 이 세상을 내일 적에 그가 가장 귀해하고 사랑하는 것들은 모두 가난하고 외롭고 높고 쓸쓸하니 그리고 언제나 넘치는 사랑과 슬픔 속에 살도록 만드신 것이다 초생달과 바구지꽃과 짝새와 당나귀가 그러하듯이 그리고 또 '프랑시쓰 잼' 과 도연명과 '라이넬 마리아 릴케'가 그러하듯이
1912년에 나란히 태어난 시인 백석과 설정식은 식민지 시대 문인으로서는 아주 특별한 삶을 살았다.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로 유명한 백석(1912~1995)은 당시 시인으로는 드물게 친일시가 없는 시인이자 분단 과정에서 납북·월북과는 무관하게 만주에서 고향으로 돌아와 북에 남은 시인이다. 1980년대 후반 재북·월북 문인들에 대한 해금 조치 이후 알려지기 시작한 백석은 불과 100편의 시를 남긴 데다 연구기간이 짧았음에도 학계에서 가장 많이 연구하고 우리 국민들이 사랑하는 시인으로 자리 잡았다.
첫댓글 ㅜ,,,,백석,,,,,,,♡
1912년에 나란히 태어난 시인 백석과 설정식은 식민지 시대 문인으로서는 아주 특별한 삶을 살았다.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로 유명한 백석(1912~1995)은 당시 시인으로는 드물게 친일시가 없는 시인이자 분단 과정에서 납북·월북과는 무관하게 만주에서 고향으로 돌아와 북에 남은 시인이다. 1980년대 후반 재북·월북 문인들에 대한 해금 조치 이후 알려지기 시작한 백석은 불과 100편의 시를 남긴 데다 연구기간이 짧았음에도 학계에서 가장 많이 연구하고 우리 국민들이 사랑하는 시인으로 자리 잡았다.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
감사합니다
아름다운 시와..
멋진 사진..
가을날의 선물..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