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멕시코의 한 가정집에 있는 성모 마리아상이 피눈물을 흘린다는 소식이 알려져 화제가 되었다.<자료6> 하지만 기적이라고 인정하는 데는 다소 신중한 모양새다. 작년 4월 이탈리아 로마 북부의 한 마을에서 성모상이 피눈물을 흘리며 예언적 메시지를 주고 있다고 주장했지만, 실은 돼지 피를 이용해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논란이 있었다. 이에 대해 프란치스코 교황은 “성모 발현이 항상 진짜는 아니다”라고 답한 바 있다. 지난 달 논란이 된 성모상에 대한 조사를 마쳤고, 초자연적인 현상은 없다고 결론지어졌다.
이 같은 결과에 1981년 시작됐다는 보스니아 메주고르예의 성모 발현 주장에 대한 진위 여부도 주목받고 있다. 최초 목격자들 중 3명은 오늘날까지도 정기적으로 성모 발현을 겪고 있다 주장하는데, 기간이 너무 규칙적이며 그들의 목격담에 의심의 여지가 많아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2017년 페리치 주교는 교구 홈페이지를 통해서 성모 발현은 없었다며 교구의 입장을 밝혔지만, 2019년 교황청은 순례자들의 신심에 도움이 된다며 메주고리예에 대한 순례를 공식적으로 허용했다. 그러나 성모 발현의 진위는 아직 조사 중이며 이것이 진실성에 대한 인정은 아니라고 못박았다.
1917년 포르투갈 파티마에서도 성모가 발현했다고 알려져 있는데 ‘태양의 기적’이라는 일화가 유명하다. 성모 마리아가 나타나서 약속한 날짜에 커다란 기적을 만들어 보이겠다고 얘기했고, 그 날짜에 태양의 기적이 일어났다는 것이다. 그들의 주장으로는 “하늘에는 여러 성인이 나타났고, 태양은 불 바퀴처럼 빠르게 회전하면서 여러 가지 색깔의 광선들을 발산하며 지상을 물들였다. 잠시 후, 태양은 하늘을 가로질러 지그재그 모양으로 전진하면서 지상을 향해 엄청난 속도로 떨어졌다가 다시 제자리로 돌아갔다. 이 현상은 그곳에 있었던 사람들뿐만 아니라 인근 마을의 주민들도 모두 목격하였다. 그리고 앞서 내렸던 비에 의해 젖었던 모든 물체가 마치 강한 열기를 받은 듯 순식간에 말라버렸다.”고 한다. 그러나 이날 파티마와 인근 지역 외에는 어디에서도 태양의 이상 현상을 목격하지 못했으며, 천문학자들도 태양 관측에서 별다른 징후를 감지하지 못했다고 한다. 이는 무함마드가 달을 반으로 갈랐다고 주장만큼이나 상식적으로 불가능한 진술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작년 5월, 미국의 한 성당에서는 성체성사 도중 밀떡을 담는 그릇에서 밀떡이 스스로 늘어났다며 ‘성체의 기적’이 일어났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미라클 헌터’의 작가 마이클 오닐은 물적 증거 없이는 진짜 기적이 일어났다는 것을 증명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가톨릭에서는 종종 빵과 포도주가 실제로 사람의 인체 조직인 살과 피로 변했다면서 이를 ‘성체의 기적’이라 주장한다. 대표적인 예로는 750년 이탈리아 동쪽 란치아노에서 한 신부가 미사 중 축성된 빵 안에 예수의 몸이 있는지 의심하자 실제로 빵이 살로, 포도주가 피로 변하는 사건이 일어났다며 이를 보관해 놓았다고 한다. 1970년 해부학, 조직학 교수 에도아르도 리놀리 박사가 이를 분석하여 실제 인간의 살과 피며 살아있는 구조라는 보고서를 제출하면서, 가톨릭에선 이를 성체의 기적이 과학적으로 증명된 사례라 주장한다.
그러나 이를 비판하는 사람들은 “어떤 신이 사람 먹을 음식을 썩어가는 근육 조직으로 바꾸는가? 한 분자의 포도주도 피로 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리놀리의 실험은 성체의 기적을 증명한 게 아니라 피와 살을 가지고 피와 살임을 증명했을 뿐”이라며 증명의 본질을 벗어났음을 지적한다.
이러한 지적에도 불구하고 화학 박사이자 가톨릭 신자인 스테이시 트라산코스가 “우리가 실체변화를 믿기 위해 이러한 기적이 사실일 필요는 없습니다. 실체변화에 대한 우리의 믿음은 주로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믿음에 기초를 두어야 합니다.” 라고 얘기한 것처럼 독실한 신자들은 사실과 진실에 상관없이 실체변화를 믿는다. 실제로 미국의 감자칩 브랜드인 아미카칩스에서 밀떡 대신 바삭한 감자칩으로 성찬식을 하는 광고를 내자, 한 가톨릭 언론에서는 “예수님이 감자칩으로 변했다”며 분노한 바 있다.
실체변화의 진위에 대해 철학자 데이비드 흄은 ‘진지하게 반박할 만한 가치도 없는 교리’라 얘기했고, 과학자 갈릴레오 갈릴레이는 물질이 다른 물질로 바뀌면 그 특성도 따라서 변해야 한다며, 성체의 기적을 정면으로 부인하는 이론을 제시한 바 있다. 갈릴레오의 주장은 경험적으로도 과학적으로도 사실이며 현대인에게는 당연한 상식이다. 실체변화는 이성적으로 이해하기 힘들기 때문에 가톨릭교도 사이에서도 논란이 되었고, 가톨릭은 16세기 트리엔트 공의회에서 ‘성체 안에서 예수는 단지 상징으로 존재한 것이 아니라 실재적(實在的)으로 존재한다’고 회의를 통해 정했다.
병을 치유한다는 성스러운 물의 진위 여부는 어떨까? 지난 2021년 한창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전 세계적으로 창궐하던 시기에도 성스러운 강에서 죄와 질병을 씻는다는 힌두교의 축제는 강행되었다. 축제 이후 인도의 코로나 확진자 수는 압도적인 세계 1위를 기록하였고, 장마까지 겹치게 되며 불어난 갠지스강 강물에 시신 수백여 구가 떠내려오는 사태가 발생했다.
<자료7> 오염된 메카 ‘잠잠’ 성수가 영국서 판매됐다는 BBC 기사 (출처: BBC)
2011년, 영국의 BBC는 잠잠 우물의 물에 발암물질인 비소가 허용 기준치 3배 가량 함유돼 있다는 것을 밝혔다. 런던의 세 군데 이슬람 서점에서 판매하던 잠잠 물을 분석한 결과다. 공공분석가협회 회장 던컨 캠벨 박사는 “이 물은 비소함량이 높아 유독하다”고 말했다. BBC는 현지의 실제 수원도 분석했으나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잠잠 물은 비소뿐만 아니라 질산염과 세균수 수치도 높았다. 이전에 잠잠 물에 대해 경고했던 환경보건관 유네스 라마단 테이나즈 박사는 이것은 “민감한 문제”라며 “사람들은 이 물을 성수로 본다”고 얘기했다.<자료7>
2020년, 유럽에서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늘어나자 루르드 성지측에서는 사람들이 치유를 위해 루르드 샘물에 들어가는 것을 금지시켰다. 바이러스의 확산세는 계속되었고, 결국 루르드 성지는 출입 자체를 폐쇄시켰다. 병 치유를 주장하여 순례객을 끌어모으던 루르드 성지측의 믿음이 부족했던 것일까? 2020년 3월 27일, 프란치스코 교황은 코로나로 인한 폐쇄 조치로 텅 빈 베드로 광장에서 홀로 ‘인류를 위한 특별기도와 축복 전례’를 주례했다. 교황은 ‘왜 겁을 내느냐, 아직도 믿음이 없느냐’(마가복음 4:40)는 성경 구절을 언급하면서 “주님, 저희에게 믿음을 가지라고 호소하시고, 야단치십시오. 당신께 가서 의지하도록 저희가 믿게 해주십시오”라고 기도했고, “하느님과 함께라면 생명은 결코 죽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연설을 마친 후, 교황은 과거 로마에 번진 흑사병을 물러가게 했다며 ‘기적의 십자가’라 불리는 마르첼로 성당의 십자가 앞에서 기도하였지만,<자료8> 기도 후에도 현지시간 20년 4월 3일 기준, 닷새째 확진자수가 일일 4000명대를 유지하며 증가세를 이어갔고, 사망자수도 일일 700명대를 유지하며 지속적으로 증가하였다.<자료9> 종교의 기적은 코로나19의 위협에 민낯을 드러내게 되었다.
<자료8> 2020년 3월 27일, 텅 빈 베드로 광장에서 ‘기적의 십자가’ 앞에 기도하는 프란치스코
코로나19로 인한 폐쇄 조치로 베드로 광장이 텅 비어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마르첼로 성당의 십자가를 쳐다보며 기도하고 있다. 마르첼로 성당의 십자가는 1522년 로마에 번진 흑사병을 물러가게 했다며 ‘기적의 십자가’라 불린다. 한편, 이탈리아 보건당국에 의하면 27일, 전국 누적 사망자 수가 9134명을 기록해 전일 대비 969명 증가했다. 이 하루 기준 사망자 증가 수치는 당시 이탈리아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도 최고치였다. (출처: NCRonline)
<자료9> 2020년 3월 28일, 성당 가득 줄지어 놓여진 관에 성수를 뿌리는 신부
이탈리아 세리에테의 주세페 성당에서 한 신부가 죽은 이들의 관에 성수를 뿌리고 있다. 당시 이탈리아는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가 너무 많아 영안실이 부족해 성당과 교회에 관을 쌓아두었다. 20년 4월 3일 기준, 이탈리아는 닷새째 확진자수가 일일 4000명대를 유지하며 증가세를 이어갔고, 사망자수도 일일 700명대를 유지하며 지속적으로 증가하였다. (출처: Atlantic)
▣ 증언에 근거한 기적에 관하여
부처가 해와 달을 손으로 만졌다던가, 무함마드가 달을 반으로 갈랐다던가, 예수가 구름을 타고 승천했다는 기록들은 당시 무지했던 기록자의 상상력이 가미된 창작임을 보여주는 사례로, 진위의 검토조차 필요하지 않다. 산 위에서 보이는 구름안개가 폭신해 보일 순 있어도 거기에 올라탈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이렇게 극단적인 사례를 제외하고, 과거에 일어났다고 기록돼 있으면서 현재는 일어나지 않아 실험적으로 검증할 수 없는 기록들의 진실성은 어떻게 검토할 수 있을까?
스코틀랜드의 철학자인 데이비드 흄은 “기적에 관하여”라는 책을 통해 증언에 근거한 기적은 항상 정당성이 부족하다는 논증을 보였다. 증언적 믿음이 일종의 귀납 추론이라는 전제 하에 ‘입증하고자 하는 사실보다 그것의 거짓됨의 확률이 더 크다면 그 기적을 입증하기에 어떠한 증언도 충분하지 않다’는 논변이다. 흄은 기적을 ‘자연 법칙의 위반’으로 정의 했는데, 그의 논증에 따르면 어떤 사건은 기적이 일어날 확률보다 자연법칙을 따를 확률이 항상 크다. 때문에 기적을 믿는 것은 자연 법칙을 믿는 것보다 항상 비합리적이다. 누군가 나에게 “죽은 사람이 살아나는 것을 보았다”고 말했을 때는 즉시 그 사람이 나를 속이고 있는지, 아니면 그가 속은 것인지, 아니면 그가 증언한 사실이 실제로 일어날 수 있는지 생각해보게 되며, 더욱 개연성이 큰 것을 받아들이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흄은 또한 초자연적이며 신비로운 사건들은 주로 무지하며 야만적인 민족들 사이에서 많이 찾아볼 수 있다는 사실이 기적을 믿는 것이 비합리적이라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강력한 근거가 된다고 했다. 만약 계몽된 사람들이 지금까지도 이러한 사건 중 일부를 받아들이고 있다면, 그것은 거부할 수 없는 제재와 권위로 항상 기존의 견해를 수호하고 자손에게 전달하려 하는 무지하고 야만적인 조상 때문이라고 했는데, 자손이라는 단어에 신자를, 조상이라는 단어에 종교를 대입해도 무방할 것이다.
흄은 결론적으로 기적은 종교를 지지하는 객관적 증거가 될 수 없으며 기적에 대한 믿음은 이성이 아닌 신앙에 토대하는 것이라며 기적을 비판했다. 그는 기적에 대한 비판을 통해 일상적인 삶의 토대를 해치는 유해한 미신과 광신을 거부하고, 계시와 신화적인 토대 위에서 인간 본성에 반하는 온갖 광신적인 종교적 실천을 강요해온 타락한 기성 종교를 비판하고자 했지만, 1761년 로마 가톨릭교회는 흄의 모든 저술을 금서 목록에 올렸다.
믿음의 실체를 파헤치는 한 다큐멘터리에서 서울대 종교학과 정진홍 교수는 종교가 믿음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얘기했다. 정진홍 교수는 믿음만으로 종교적 삶이 지속되고 지탱된다고 얘기하는 것은 굉장히 불안한 이해고 불안한 판단이라고 생각한다며, 이성도 믿음과 더불어 같이 있어야 하는 것처럼 믿음과 이성이 더불어 같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그 이유로서 이성을 배제한 믿음은 독선적이고 독단적이고 맹목적이게 되어서 판단을 그르치게 하는 결과를 만들어 왔음을 지적했다.
이와 유사하게 독일의 철학자 칸트와 물리학자 아인슈타인도 “종교 없는 과학은 공허하며, 과학 없는 종교는 맹목적이다.”라고 얘기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적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전능한 신의 능력을 한낱 인간의 지식으로 판단할 수 없는 것이라며 과학과 이성은 신앙을 가로막는 방해물로 여기곤 한다. 하지만 그들이 무시하는 인간의 과학과 상식 수준에서 이미 거짓임이 드러난 기적을 믿는 것이 옳은 신앙일까? 그들이 감히 신의 지혜와 능력을 논할 자격이 있는지 되돌아 보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