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사랑에게,
포천 B 낚시터, 그 네 번째 이야기
“너..진짜 낚시..해 보긴 해 본 거야?”
“그럼..해 봤지..”
“근데..몇 시간 째 왜 깜깜무소식이야..?”
“거참..조용히 좀 해..고기가 왔다가 너 때문에 도망가겠다..”
“뭐? 고기 못 잡으니까..괜히 나한테 신경질이야..”
진짜 화가 납니다.
여자 친구 앞에서 폼 좀 잡아보려고 하는데, 이 붕어들이 도와주질 않네요.
인터넷에서 보고 외운 대로 떡밥도 잘 배합하고,
낚시대 사용법도 아버지한테 잘 배워왔는데..이상하게 입질이 안 오네요.
“아무래도 이 자리가 조황이 안 좋은 자린가 봐..”
“조황? 조황이 뭔데?”
“낚시질이 잘 되고 안 되는 상황을..조황이라고 하는 거야..”
“오~지금 전문용어 쓴 거야? 근데 뭔가 어색한데..”
여자 친구가 날 의심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내가 말하면서도 좀 어색하다 싶었어요.
그냥 이 자리가 고기가 안 잡히는 자리인 것 같다고 하면 될 걸..
조황이 어쩌고저쩌고..했으니..
눈치 백단 여자 친구가 수상쩍어 하는 게 당연하죠.
“..뭐..뭐가 어색해? 괜히 방해하지 말고 방갈로에나 가 있어..
가서 매운탕 준비나 해..내가 곧 대어를 낚을 테니까..“
“알았어..잡으면 나 불러..”
그녀가 얼마 전에 자기는 낚시하는 남자가 그렇게 멋지다는 거예요.
낚시대로 대어를 낚아 올리는 순간, 남성미가 철철 넘쳐흐른다나..
그러면서 브레드피트 칭찬을 마르고닳도록 하잖아요.
그래서 내가 참지 못하고 오버를 좀 했습니다.
“나도..낚시 좀 해..어려서부터 아버지랑 많이 다녀서..”
“그래? 그럼 이 번 주말에 낚시하러 가자..”
그래서 나름 열심히 준비를 해서 왔는데..붕어가 날 안 도와주네요.
“자기야~잡았어..? 매운탕 끓일 준비 다 됐는데..”
이 일을 어쩌죠?
옆 좌대라도 가서 이 다급한 사정얘기를 하고,
고기를 한 마리 빌려 오던가..아니면 사 오던가..해야 할 것 같습니다.
사랑이...사랑에게 말합니다.
사랑하는 사람 앞에선 최고가 되고 싶은 거라고,
뭐든 잘 하는 사람이 되고 싶은 거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