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 전인가 외국으로 다니며 사업하느라 바쁜 종필이가 전화를 했다. 27일에 충호 형 모시고 광주에서 식사하는데 시간이 가능하냔다. 26일 저녁 광주 약속도 잇어 가능하다고 대답하고 보니, 11시에 운영위원회가 있다. 고약하다. 지난밤 재봉 윤철이와 술을 늦게까지 마신 몸을 일찍 일으켜 동강으로 간다. 출근하는 바보의 차를 보고 집에 와 밥을 어찌 먹었는지 모르겠다. 세수를 하고 11시 동강초에 가 운영위원회를 한다. 과역에 점심이 준비되었다는데 난 사양하고 나온다. 11시 반이 넘어 고속도로를 지나 부지런히 광주로 간다. 상무지구 삼희불락은 가 보지 못한 곳이다. 다행이 큰 길가에 있다. 약속시각인 12시 반에 순환도로 지난다고 종필에게 전화하며 먼저 먹으라 하니 기다리겠단다. 주차하고 1층으로 올라가니 머리 하얀 종필이가 손을 든다. 낙지코스요리를 주문한다. 술이 없이 맛있는 안주만 먹는다. 내 몸은 술이 있으면 딱 해장이 될 듯한데 대리운전이나 광주에서 자고 갈일이 염려되어 참는다. 종필한테 칭찬을 받는다. 1월에 광주에서 만나 새해 신년맞이 만남을 하자고 한다. 충호 형이 계산하겟다는 걸 종필이가 내겠다고 우긴다. 내가 종필이 사업이 잘 되면 내는 것도 좋겠다고 괜한 관여를 한다. 종필이는 오토바이 2차 전지를 생산하는 공장 자금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되었다며 기꺼운 표정이다. 충호 형은 아버지를 여의고 나서 영 힘이 없다 하신다. 부자간의 정이 깊음을 보면서 아버지에게 무심했던 나의 모습을 비춘다. 틀림없이 나도 아이들에게 무심한 대접을 받을 것이다. 건강 이야기를 하다가 충호형의 눈이 안좋다 하니 종필이가 수완지구에 수안과가 잘 한다고 가보자 한다. 충호 형은 다음에 간다고 하시는데 나도 가야 한다고 거드어 영대까지 모두 수완지구로 간다. 영업사원처럼 종필이가 안내하고 셋이 접수를 한다. 충호 형은 검사를 더 받는다. 나도 처음으로 기계 앞에 눈을 대고 턱을 올려 앉아본다. 글자읽기 시력검사를 하는데 지난번 건강검진 때보다는 잘 보인다. 1.0인 듯하다. 의사는 45살이 되면 시력은 퇴화하고 조치를 해야 하는데 눈이 좋다고 한다. 책을 한시간도 못읽어 흐려진다고 하니 인공눈물을 처방해 준다. 영대와 나으 눈은 아직 괜찮다고 하고 충호형은 치료를 더 해보자 하는 모양이다. 충호 형 앞에서 조심스러운데 형은 동생들 눈이 좋으니 다행이라 하신다. 약국에 들러 헤어지는데 지하에서 시동을 걸며 생각하니 준다고 했던 김이 트렁크에 그대로 들어있다. 종필이가 희원씨한테 자랑을 많이 했을텐데,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