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어 투 도어 : 내가 빌 포터로부터 배운 10가지
셸리 브레이디 지음|장인선 옮김|시공사|248쪽|1만2000원
자기계발서들은 말한다. 포기하지 말라고, 절망은 희망으로 가는 다리에 불과하다고. 하지만 때로 이런 말들은 공허하게 들린다. '끊임없이 긍정하기'는 사람의 본성을 거스르라는 '불가능한 명령'처럼 보인다.
그런데 1932년 9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태어난 빌 포터는 달랐다. 그는 태어날 때 뇌 손상을 입어 뇌성마비 장애인이 됐다. 오른손을 못 쓰고, 등과 어깨가 굽었으며, 걷는 것도 불편했다. '좌절할 조건'을 풍부하게 갖춘 인생이었다.
하지만 포터는 포기하지 않았다. 어렵게 특수학교가 아닌 일반고를 졸업하고 다섯 달간 구직센터 앞에서 긴 줄을 섰다. 네 곳에 취직됐지만 모두 1~2일을 못 버텼다. 병원에선 약병을 깨뜨렸고, 대형마트에선 계산기 숫자를 잘못 눌렀다. 하지만 그는 최고의 세일즈맨이 될 수 있다고 확신했다. 끊임없이 취업을 시도했고, 마침내 기본급 없이 판매수당만 받는 외판원으로 취직한다.
그 뒤 24년간 포터는 매일 하루 8시간 이상 미국 서북부 포틀랜드의 주택가를 돌며 물건을 팔았다. 쓸 수 없는 오른손은 몸에 바싹 붙이고, 가방은 왼손으로 든 채 걸었다.
포터는 거절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포터의 귀는 '노(No)'라는 고객의 말을 '더 유용한 상품을 보여주면 살 수도 있다'는 말로 들었다. 어떤 사람들은 포터의 뇌성마비가 하나님이 그에게 던진 최악의 '노'라고 해석했지만, 포터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초인적인 정확성과 끈기는 그가 가진 최고의 힘이었다. 그는 학교를 다닐 때부터 새벽 4시 45분이면 일어났다. 스스로 옷을 갖춰 입고 집안을 정리하려면 긴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7시 20분에 포틀랜드 시내로 가는 버스를 탔다. 근처 호텔 벨보이의 도움을 받아 커프스 단추를 채우고 구두끈과 넥타이를 맸다. 남의 도움을 받는 것을 부끄럽게 여기지 않았다. 누구나 부족한 부분이 있으며, 자신의 부족함은 그저 남들보다 조금 더 눈에 띌 뿐이라고 생각했다.
결국 그는 생활용품 판매기업 왓킨스 프로덕츠의 최고 판매왕, 미 전역에서 강연 요청이 쇄도하는 유명인사가 된다. 신문과 방송, 영화와 강연을 통해 2000만명 이상이 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포터는 "인생에서 멈춤이란 없다. 앞으로든 뒤로든 계속 나아가야 한다"고 말한다.
저자 셸리 브레이디는 고교생 때 포터의 판매물품 배송 아르바이트를 했던 인연으로 20년 넘게 곁에서 포터의 일을 도왔다. 지금은 포터와 함께 강연도 다닌다. 그녀는 살아오면서 난관에 부딪힐 때마다 속으로 이렇게 말하곤 했다. "빌이 할 수 있다면 나도 못할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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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방문하는 고객의 집 앞에서 초인종을 누를 때 빌은 물 만난 물고기처럼 살아 있음을 느낀다. 고객이 어떤 사람일지, 어떤 반응을 보일지, 고객의 심리상태가 어떤지 전혀 알 수 없는 그 순간이야말로 가장 짜릿한 긴장감과 도전의식을 불러일으킨다. 그렇지만 그 순간 빌의 마음을 가장 설레게 하는 것은 ‘과연 판매에 성공할까’하는 기대감이다. p.34
빌이 자신의 장애를 어떻게 생각했는지, 즉 다른 아이들과 달라서 열등감을 느꼈는지는 빌 자신만이 안다. 빌은 자신의 장애를 부정적으로 생각한 적이 없다고 했다. (…) “태어날 때부터 뇌성마비였어. 어머니 말씀으로는 의사가 사용했던 겸자라는 기구 때문에 출산할 때 뇌의 일부가 손상되었다는군. 앞으로 더 나빠지지도 더 좋아지지도 않을 거야. 보다시피 이런 상태로 계속 가는 거지. 별거 아니야. 내 과거일 뿐이지. 그것 때문에 특별히 힘든 것도 없고, 뇌성마비 때문에 문제될 것은 아무것도 없어. 나는 마음먹은 일은 뭐든지 할 수 있으니까.” p.51~p.52
설령 과거로 돌아가서 내 인생을 바꿀 수 있다 해도 나는 그러지 않을 것이다. 좋든 싫든 내 인생에서 일어난 모든 일로 오늘의 내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가끔 힘든 날도 있다. 그럴 때면 과거의 행동패턴으로 회귀하는 내 모습을 발견한다. 그럴 때면 나의 부적절한 행동에 대해 스스로 변명한다. 몸이 피곤하다거나 오늘 하루가 너무 힘들었다거나 집안이 엉망이라든가 하는 핑계거리를 찾는다. 그러나 최근에는 달라졌다. “여기까지 어떻게 왔는지 또는 지금 현재 내가 어떤 위치에 서 있는지는 중요하지 않아. 중요한 것은 오직 내가 지금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느냐는 것뿐이지.” p.61
사람들은 대개 ‘노’라는 말에 막연함 두려움을 갖기도 한다. 불안정하거나 신뢰가 충분히 구축되지 못한 사이라면 ‘노’라는 말 한마디에 관계가 깨지거나 상처를 받을 수 있으며 가까운 사람에게서 이 말을 들으면 더욱 치명적일 수 있다. 그런데 나는 누군가가 ‘노’라고 말할 때 그것이 제안을 수정하거나 제안을 전달하는 방식을 바꿔달라는 단순한 요구라는 것을 빌 포터에게 배웠다. ‘노’라는 말을 대하는 태도와 부정적인 면에 집착하지 않는 빌의 능력은 많은 사람이 그를 존경하는 이유라고 생각한다. p.102
첫댓글 정말 훌륭하다. 내 자신이 정말 별로였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