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담은 붓질
brushing of sea
김동길 초대전
2021 바다 담은 붓질 1_한지에 채색_145.5x97cm_2021
전시작가 : 김 동 길
전시일정 : 2022.06.07-06.12
관람시간 : Open 12:00 ~ Close 18:00 (화~일요일)
전시장소 : 사이아트 스페이스
서울 종로구 안국동 63-1
T. 02-3141-8842
www.42art.com
2022 바다 담은 붓질 1_한지에 채색_130.3x89.4cm_2022
2022 바다 담은 붓질 3_한지에 채색_90.9x60.6cm_2022
2022 바다 담은 붓질 6_한지에 채색_32x20.3cm_2022
그림을 잘 그리고 싶어 가장 기본인 선 연습을 시작하였습니다. 2010년부터 그렇게 저는 선을 그었습니다. 하루 중 대부분의 시간 동안 선을 긋는 것이 저의 주된 작업이었습니다. 붓에 먹물을 찍어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그리고 위에서 아래로, 아래에서 위로 그렇게 종이 한 장을 다 채우면 새로운 종이에 또 다시 처음부터 반복하며 20대에서 30대로 넘어가는 시기에 약 4년간 길게는 하루에 10시간씩 선을 그었습니다.
선 연습을 하며 필력을 쌓아 일필휘지로 산을 그리고 바다를 그리는 모습을 꿈꾸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제가 원하는 것은 그보다 조금 더 특별함이었습니다. 다른 사람보다 특별해 보이는 쉽게 말해 다른 사람들의 그림을 이길 수 있는 그림이어야 했습니다. 그것이 제가 원하는 특별함이었고 제가 생각하는‘좋은 그림’이었습니다. 그렇다면 남들을 이길 수 있는‘좋은 그림’은 무엇일까?‘구상미술이 좋을까? 추상미술이 좋을까?’,‘재료는 유화? 아크릴? 아니면 더욱 특별한 다른 것?’등 선을 긋는 시간 동안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질문하고 스스로 해답을 찾으며 고민의 시간을 보냈습니다.
처음에는 이 과정이 좋았습니다. 스스로 질문하고 답변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많은 공부가 되었고 하나씩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으며‘나’라는 정체성이 형성되어 가는 듯 했습니다. 4년 동안 선을 그으며 많은 고민을 하고 많은 질문을 하였습니다. 제가 생각하는‘좋은 그림’이 이전처럼 단순하지 않았습니다. 한가지 방향에서 생각하면 맞는 것이어도 열가지 방향에서 생각해 보면 정말 맞는다고 할 수 있을지 모르는 것들이 생겼습니다. 스스로에게 하는 질문은 하루에도 수십 수백개씩 생겨나는데 질문에 답할 수 있는 부분들은 점점 줄어들었습니다. 선 연습을 하며 저 자신이 실력이 늘어간다는 생각보다 저에게 실력이 없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단순한 붓질이었지만 붓질 한 번 하기 위해 따져 물어야 할 것들이 너무나 많아졌습니다. 저 스스로 만들어 내는 고민과 의미가 저를 옥죄어왔습니다. 고민이 깊어질수록 선을 그으며 느껴지는 무게감이 점점 커졌고 결국 붓질 속에 담겨지는 그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선 연습을 멈추었습니다. 4년이란 시간을 선 연습으로 보냈지만 아무런 소득 없이 그렇게 끝나게 되었습니다.
선 연습을 멈추고 많은 것들을 포기하고 나니 마음이 편해졌습니다. 내가 가고 있는 길이 과연 맞는 것인지 잘 하고 있는 것인지 불안하긴 마찬가지였지만 잘 해야 한다는 숨막히듯 조여 오던 부담감은 사라졌습니다.
바다를 보러 갔습니다. 바다와 가깝게 살고 있기에 선 연습을 시작했을 때도 선 연습에 지쳤을 때도 답답한 속내를 바다를 보며 달랬었습니다. 그리고 선 연습을 끝내기로 했을 때도 바다를 보았습니다.
가만히 앉아 바다를 보았습니다.‘들어왔다 나갔다’끊임없이 반복하며‘파도’라는‘선’을 긋는 바다가 보였습니다. 그곳에 제가 있었습니다. 도무지 끝이 보이지 않는 선 연습과 붓질에 쌓여가는 고민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저는 선 연습을 멈추었지만 바다는 저와 다르게 언제나‘파도’라는‘선’을 긋고 있었습니다. 바다는 저보다 먼저 시작했으며 앞으로도 틀림없이 저보다 훨씬 더 오래 선을 그어갈 것입니다. 고작 4년 동안 선 연습을 하고 지쳐 포기하려 하는 저와는 달랐습니다. 끝이 없는 선 연습을 저 혼자서만 하고 있다 생각했었는데 저보다 더 오랜 시간 바다는 선을 긋고 있었습니다. 혼자가 아니었구나. 바다는 저의 선배이자 동지였습니다.
무엇보다 바다는 자유로웠습니다.
저는 붓질을 한번 하려면 따져 물어야 할 것들이 저를 옭아매는데 바다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정해진 형태 없이 움직이는 파도도, 시시각각 변화하는 바다의 색도 어디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로웠습니다. 바다가 부러웠습니다. 자유로워지고 싶었습니다.
끝없이 반복하는 파도가 만들어내는 저 넓고 깊은 바다를 닮고 싶었습니다. 저의 붓질에 조금이라도 저 바다를 담았으면 하는 바람이 생겼습니다. 제가 가야 할 길을 바다가 보여주고 있었다. 그저 붓을 잡고 휘두르기만 했던 붓질에 목표가 생겼습니다. 제 붓질이 바다를 닮아 깊고 자유롭길 바라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지난 4년간 맹목적으로 매달렸던 선 연습을 정말로 멈출 수 있었습니다.
2022. 김동길
김동길 Kim Dong gil
2011 강릉원주대학교 미술학과 졸업
개인전
2021 바다 담은 붓질 _ 갤러리 아미디
2019 비-온, 산. 눈, 온-산. _ 명주예술마당 컨벤션홀
2018 꿈 산, 꿈 바다. _ 명주예술마당 컨벤션홀
2017 개인전을 열다. _ 명주예술마당 컨벤션홀
2016 숲은 말하지 않는다. _ 강릉원주대학교 해람문화관
2015 잿빛 숲, 은은하다. _ 강릉시립미술관
2014 잿빛 숲, 아늑하다. _ 강릉시립미술관
그룹전
2020 ALOHA 강릉 _ 강릉시립미술관 기획전
풍덩색 _ 봉봉방앗간
2019 긴-밤 _ 소집갤러리 초대전
설전 _ 명주예술마당 기획전
반짝번쩍 전시회 _ 강원문화재단 신진예술가 공동프로젝트
2018 동쪽바다 숲 _ 강릉시립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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