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문(金文)에 처음 보이는 모(冒)는 위로는 모자의 형상과 아래로는 눈의 형상이 결합된 회의(會意)에 속하는 글자이다.
소전(小篆)에 이르러 모자의 양쪽이 아래로 길어지고 눈의 형상이 목(目)으로 되었다가 그 후 모자의 양쪽이 다시 짧아져 오늘날과 같은 형태로 되었다.
모자와 눈의 회의(會意)는 모자를 덮어쓰고 눈만 드러내 놓은 모습을 통하여 '모자'의 의미를 나타내고자 하였다.
그러나 뒤에 파생의미가 득세하자 모(帽)로 본래의 의미를 대신하게 되었다.
설문해자(說文解字)는 모자의 양쪽이 아래로 길어진 소전(小篆)의 형태에 착안하여 '눈을 덮어씌워 무릅쓰고 나아가다[冒, 蒙而前也]'라고 풀이하여, 이로부터 '덮다' '덮어씌우다'와 '무릅쓰다'라는 두 의미가 파생되었다.
주역(周易)에서 '천하의 도를 덮다[冒天下之道]'라고 하였으며, 부끄러워 얼굴을 가리는 것을 모안(冒顔)이라 한다.
바람을 맞고 눈을 무릅쓰며 앞으로 나아감을 정풍모설(頂風冒雪), 위험을 무릅쓰고 전진하는 것을 모험(冒險), 죽음을 무릅씀을 모사(冒死)라 한다.
눈을 가린 채 억지로 나아가는 것과 일의 앞뒤를 가리지 않고 강행하는 것은 용감할 수는 있으나 자칫 일을 그르치거나 심지어 죄를 범할 수도 있다.
실수를 저지르는 것을 모실(冒失), 죄를 범하는 것을 모범(冒犯)이라 한다.
또 '덮다'라는 의미로부터 자신의 진면목을 고의로 덮어 가리고 다른 사람의 행세를 하는 '사칭하다'의 의미도 있다.
모명(冒名) 모성(冒姓) 등과 같이 쓰이며, 유명 상표를 사칭한 가짜를 모패화(冒牌貨)라 한다.
요즘 정국이 그렇다.
눈과 귀를 가린 채 죽음이라도 무릅쓸 태세다.
소신에 따라 다 같이 용감할지언정 부디 그 이름 역사에 부끄럼 없기를.
김영기. 동서대 중국어전공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