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상정리를 하다가 ,
금반지 테두리 위에,비취색 옥이 동그랗게 얹혀진 ,
화려한듯 소박한 반지를 발견했다 .
(언니가 엄마한테 선물한 것일듯 ...)
살아생전에 목걸이와 셋트로 하고 다닌 엄마의 모습이
생생하다.
그동안. 서랍속 구석진곳에 덩그러니 놓여있었던 반지가 눈에 들어왔다.
몇년전 까지만 해도 ,
내 약지 손가락엔 너무 커서 덜렁덜렁 흘려 내렸던 반지가
지금은 손가락에 꽉 끼어서
빠질 염려는 굳이 할 필요가 없어진듯 하다.
몸도 손도 얼굴도 점차 평수가 늘고
관심 없었던 것들도,
좋아하는 것들도,
예전과 다르게 변하고 있는 내 겉모습들도
현실감 있게 바로 와 닿는다.(세월의 훈장처럼....)
선물은 그 사람의 언행을 연상시키는 커다란 힘이 있는듯 하다.
누가봐도 고생을 많이 했을거라 느껴지는
투박하고 거뭇 한 손에
외출할때 마다 꼭꼭 끼워져 있었던 그 마디의 손이 눈에 선하다.
딸이 사준 선물이라 남달랐을 그 의미를 품은채,
자랑삼아 하고 다녔을 엄마의 심정이 전해진다.
고스란히 ...!
어느덧 그때의 엄마 나이가 되어 있는 나 .
요사이. 절절함이 간절해진다 .
평생 다른사람의 기준에 끌려다니느라,
눈치보고 주눅들어 있느라 ,
나를 보살피고 격려하는 자존감을 지키지 못하고 살았던듯 하다.
주변인들과의 관계가 소원해질것 같은 두려움이든,
서운함이든, 꽁꽁 싸매고 사는 일들이 있다 .
이제는 ,
하고싶지 않은 일을 하지 않을수 있는 힘을 길러야 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나이듦의 깊이가 없는 사람들과는 말을 섞고 살고 싶지가 않다.
나를 소중히여기지 않는 사람들 떄문에 마음을 다치거나 지치고 싶지도 않다
그러기엔 허비하고 놓쳐버린 시간들이 너무 후회스럽기 때문이다.
누구나 보따리를 풀기 전에는 가슴속 고민들을 품고 산다고 한다.
오늘은 나를 충분히 변화시킬수 있을거라는 기대로 버텨보기로 한다.
말없이 엄마의 반지를 보고 있자니, 감정이 훅 일렁거린다.
물건은 그대로 남아 있는데, 사람은 없다.
너무나 그립고 그립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