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9.어머니와 솥뚜껑
인류가 살았던 구석기 시대부터 지금까지 어머니는 출산, 육아, 길쌈 그리고 취사(炊事)의 업무로 가정에서 어르신을 모시며 어린 자녀들의 생계를 꾸려갔다. 모성애의 본능은 모든 동물세계에서 공통된 속성이다. 언제인가 포수(砲手)에게 총을 맞고 창자가 튀어나온 채로 피를 흘리던 멧돼지 어미가 새끼들을 끝까지 보호하다 애처롭게 죽는 모습을 본 적도 있다.
새 중에서 까마귀는 효조(孝鳥)라고 알려져있다. 어미는 먹지도 못하고 새끼들만 거두다가 새끼 까마귀들이 날개짓 할 때쯤이면 영양실조에 걸려 실명(失明)된다. 그러면 새끼는 먹이를 물어다가 어미 입에 넣어준다 하여 ‘반포지효(反哺之孝)라 하여 자오(慈烏), 효조(孝鳥), 반포조(反哺鳥)라는 말이 있다.
그 뿐이랴, 회귀성(回歸性) 물고기 연어도 새끼들을 낳기위해 자기가 태어난 곳을 끝까지 찾아가 알을 낳을 때는, 온몸의 살덩어리는 너덜너덜하며 피투성이가 된 몸으로 눈은 하늘을 보면서 마지막 숨을 쉬는 아가미는 우리에게 너무도 익숙한 장면이다.
조물주는 여자에게 남자보다 더 긴 수명을 준 것은 끝까지 새끼들을 보살피고 키워야 된다는 의무인 것 같다. 어머니가 안 계신 가정의 어린이들을 보면 간혹 뿔뿔이 헤여져서 어렵게 사는 경우를 주위에서 간혹 보게 된다.
현대 사회에서 의식주는 맞춤형 방식에 의해서 해결되지만, 그래도 가족의 식사는 동서고금 모두가 어머니의 사랑스런 마음과 따뜻한 손길로 지은 밥과 반찬으로 식구와 더 나아가 인류를 건사시키고 있다.
그 옛날은 밥 지을 때, 땔감도 넉넉하지 않아 청솔개비를 아궁이에 몰아넣고 입으로 호호 불어가며 불을 지폈을 그 때, 청솔개비 연기가 매워서인지 시집살이가 서러워서인지 어머니도 솥뚜껑도 같이 울어 부뚜막은 언제나 눈물로 질퍽했다. 어쩌면 우리 어머니들은 한 많은 세월을 부뚜막과 솥뚜껑에서 그을음처럼 속이 타버린 것인지도 모른다.
여기서 솥뚜껑에 엮인 이야기를 소개하면, 일본은 양은솥에 뚜껑은 나무 널빤지로 둥글게 만들어 중앙 부분에 각목 두개를 고정시켜서 손잡이로 사용하고 있어, 옛날 시골에서 겨울에 꼬마들이 탔던 얼음 썰매를 뒤집어 놓은 모양이다. 게다(일본 나막신)는 일본인들이 즐겨 신는 나막신의 일종이다. 일본의 게다는 신발 밑창 모양과 같고 크기는 조금 크게 널빤지를 자르고, 게다 굽은 두툼한 각목을 붙여 만든 나무 신발이다. 그런데 일본인들은 야외(野外) 활동이나 기타 긴급히 이동할 때 솥뚜껑은 필요 없고 솥단지만 가지고 가며 솥뚜껑은 게다짝 한 켤레만 벗어서 뒤집어 덮으면 된다며 편리성을 자랑한단다. 얼마나 비위생적이고 불효스런 발상일까.......
우리나라의 솥뚜껑은 예사롭지 않은 디자인이다. 우선 솥뚜껑은 우리가 이 세상에 태어나서 제일 먼저 젖을 빨던 어머니의 젖꼭지(가마솥 뚜껑의 손잡이)를 중심으로 형상화하여 어머니에 은혜를 하루 세 끼 식사처럼 고마움을 잊지 않으며 평생 생각하고, 효도하도록 영구불변의 철주물(鐵鑄物)로 만들었다. 이것을 솥뚜껑까지 어머니의 자애(慈愛)와 자식의 효(孝)를 생각하게 했으니 얼마나 어머니의 사랑과 효를 중시했던 민족이냐.
독립된 어머니만의 공간이었던 정지속의 부뚜막에 차지하고 있던 가마솥은 없고. 열린 공간의 싱크대(sink臺)위에 전기밥솥이 대신하고 있는 요즘이다. 어머니 사랑의 증표였던 가마솥은 이제는 시골집 사랑방 밖에서 군불 때는 초라한 모습으로 전락되어 병석에 계신 어머니가 더더욱 그리워진다.(2015년 歲暮 즈음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