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리유차
천지현격
- 털끝만큼 차이가 있으면
하늘과 땅만큼 간격이 벌어진다
송
- 좋다고 하는 생각을 멈추면
좋지 않다고 하는 것 또한
생겨나지 않게 되므로,
이런 것이든 저런 것이든
그냥 그대로 인연이 흐르는
모습만 그저 바라볼 뿐......
강설
- 여기서 유차 즉, 차이를 주목해야 한다.
차이가 있다는 것은 이것과 저것의 분별을 말하는 것이다.
여기서도 역시 유차의 의미인 분별을 논하고자 한다.
따라서 하나를 선택하면 다른 반대의 하나가 또 생기기 때문에,
이러한 상반된 두 가지가 수천수만 가지의 분별을 낳게 되고
끝없는 분별이 생김으로써 계속하여 하늘과 땅만큼의 차이가 벌어진다는 의미다.
좋은 것을 선택하고자 싫은 것을 멀리하게 되고, 또 싫은 것을 멀리하려니
고통과 괴로움이 따르면서 끝없이 고락의 인과를 반복함으로써 결국 크게 간격이 벌어지게
된다는 것이다. 터럭만큼의 분별심이 있으면 터럭만큼의 고락이 생기게 되는데,
이렇게 작은 욕심이 점점 더 많이 생기다 보면 수천수만 가지 욕심이 생기게 된다.
그리하여 천지를 삼키려는 욕심으로 인해 하늘 땅만큼의 고락의 인과가 생김으로써
천지만큼의 고통과 괴로움의 과보를 받게 된다.
그렇다면 털끝만큼의 분별심을 없애야만 하늘 땅만큼의
분별심을 막을 수가 있는데, 이러한 분별심을 없앤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과연 어떻게 해야 분별심을 없앨 수 있을까/
가장 좋은 방법은 방하착이다. 즉, 곧바로 생각과 감정을 놓아버리는 것이다.
일단 인과를 믿는 신심을 굳게 가져야 방하착이 가능하다. 지금까지 수없이 설명했듯이,
좋은 것을 하나 얻으려고 하거나 혹여 얻었다면, 나쁜 것 하나가 이미 생겨났다는 것을
알아야 하고, 언젠가는 나쁜 것 하나가 반드시 나타나 과보를 받게 된다는 사실을 각오해야
한다.
부자이건 빈자이건, 명예가 높건 명예가 없건, 잘 생겼건 못 생겼건, 큰일을 하건, 작은 일을 하건,
늙은이건 젊은이건 여기에 살건 저기에 살건, 보살행을 하건 도둑질을 하건, 살아있는 이건
죽은 영혼잉건, 고락의 인과는 누구나 같은 것이므로 시간과 장소를 불문하고 누구의 차이가 없이
나타난다.
다만 분별심이 작은 사람은 작은 인과의 고통을 받고, 분별심이 큰 사람은 인과의 고통을 크게 받는다.
즉, 원하는 것이 없는 사람은 인과의 고통이 없다. 그러므로 원하는 것이 크고 작음에 따라 크고 작은
인과의 고통을 받게 된다.
사람들이 가장 착각하는 것은 이렇게 되어야 좋고 저렇게 되면 좋지 않다고 하는 생각이다. 세상의 모든 것은
인과의 인연에 따라 저절로 스스로 움직이는 것이므로, 이렇게 되든 저렇게 되든 상관할 일이 아닐뿐더러
상관해서도 안된다.
이렇게 되면 좋다고 생각하는 분별심으로 인해 좋지 않다고 하는 것이 저절로 생겨나는 것이므로,
순전히 나의 생각으로써 나 스스로 좋고 나쁜 고락의 인과를 받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좋다고 하는 생각을
멈춘다면 좋지 않다고 하는 것 또한 생겨나지 않게 된다. 이런 것이든 저런 것이든 그냥 그대로 인연이 흐르는
모습과 그저 바라볼 뿐, 분별심을 내지 않는 것이 진정한 불자의 마음이다.
세상의 모습이나 인간의 모습은 동서고금을 통해 더 좋아지거나 더 나빠지거나 하지 않았으며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다. 좋고 나쁘게 생각하는 내 마음만 인과의 파도가 출렁일 뿐이다. 따라서 어떤 마를 하고, 어떤 생각을 하며,
어떤 행동을 하더라도 '좋다 싫다. 옳다 그르다'라는 생각이나 감정을 가진다면 고락의 인과를 받게 된다.
다만 인연에 따라 주장을 할 수도 있고, 고집을 피울 수도 있고, 화를 낼 수도 있고, 웃고 울고 할 수도 있다.
설사 그렇게 행동을 한다 하더라도 생각이나 감정을 얹지만 않는다면 그나마 분별심을 내지 않고 중도의 마음을
가질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이다.
오늘은 절대 감정을 얹지 않고 분별하는 생각을 놓아버리는 방하착 하는 날이 되기를...
호리유차
천지현격
- 털끝만큼 차이가 있으면
하늘과 땅만큼 간격이 벌어진다
신심명 강설, 진우스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