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 아줌마 중 한 명도 처음에는 나를 경계하고 잔소리를 많이 했다. 이러한 모든 시련은 언제든지 해고당할 수 있는 비정규직 직장에서 겪어야할 애환이기도 했다.
그러나 나는 환자들에게만은 헌신과 봉사의 자세로 대했고, 보잘것없지마는 나름대로의 사랑을 실천했다. 다른 보호사들과 달리 나는 출근하면 방마다 들어가 일일이 환자들과 손을 맞잡고 안부를 물었다. 아침에 퇴근할 때도 그들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일일이 인사를 했다. 때로는 과자, 빵도 사서 간식이 필요한 사람에게 나누어 주었다. 몇몇 노인환자에게는 안마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했다.
동료 보호사들은 환자들과 거리를 두며 주로 스테이션에서 근무한 반면에, 나는 대부분의 시간을 환자들과 대화하며 그들의 고충을 나누고자 했다.
나는 3 개월가량 근무한 시점에서 병원을 떠나기로 했다. 원무과장은 향후 3년을 더 근무하기를 원했다며, 사직을 말렸다. 환자들은 더더욱 말할 수 없이 아쉬워했다. 심지어는 5방의 J는 그 소식을 듣고 충격을 받아 현기증이 난다고 하루 종일 누워있었다. 그들은 내가 그동안 보지 못했던 진정한 보호사였다고 말했다. 그러나 다음 인생행로를 위해서 지금이 적절한 시기로 판단되어 나는 결단을 내렸다.
나는 떠나면서 원장과 과장, 동료 보호사, 간호사에게, 내가 2007년 저술한 에세이 “ 흔적”을 한권씩 선물했다.
나는 떠나기 전 그동안 정들었던 환자들과 석별의 정을 나누기 위해 10월 14일 9시 저녁투약 후 5방에서 뜻있는 환우들과 함께 예배를 드리기로 했다. 그리고 5방은 내가 특히 정들었던 방으로 환자들의 동의하에 “사랑과 화합의 방”이라는 팻말을 부착하기로 했다. 그 팻말 아래에는 고린도 전서 13장, 사랑에 관한 장을 역시 부착하기로 했다.
나는 그날 오후 6시에 출근하기 전 집 가까운 곳에 있는 롯데 마트에 갔다. 거기서 돈을 아끼지 않고 예배 후 다과회에서 환우들과 나눌 먹을거리를 풍성하게 구입했다.
스테이션에서 같이 근무하는 동료 P와 후임자를 위해서도 닭 강정 한 박스를 샀다.
저녁 투약 후 “사랑과 화합의 방” 팻말 및 고린도전서 13장, 사랑의 章(장)을 부착하고, 5방 환우 및 예배에 참석한 환우와 사진촬영을 했다. 그리고 마지막 고별예배가 시작되었다. 나는 환자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정성을 다해 일일이 축복기도를 했다. 내 기도가 끝난 후 나를 사랑했던 방장J가 나를 위한 기도를 간절하게 해 주었다. 찬송은 “내 주를 가까이 하려함은” 과 “참 아름다운 주님의 세계”를 함께 불렀다.
그리고 고별 설교를 간단하게 했다. 성경본문은 마태복음 25장 31절, 내가 가장 사랑하는 성경 구절이었다. “이 세상의 가장 낮은 자에게 행하는 것이 바로 나에게 행하는 것이다”는 주님의 말씀이었다.
예배 후 다과를 나누었다. 치매와 폭력성으로 평소 동료환자들 사이에 따돌림을 당하던 C에게도 음료수와 먹을 것을 주며 함께 품어 안았다. 준비한 다과는 치킨과 음료수, 과자, 캐러멜, 사탕, 웨하스, 빵, 초콜릿 기타 등이었다. 전부 배부르게 먹고 남았다. 담배도 나누어 주었다. J에게는 특별히 고급담배 7갑을 선물했다. 환자L에게는 런닝구 두벌을 챙겨 주었다. 이 날의 5방 전체는 그야말로 사랑과 화합으로 가득했다. 다과회가 모두 끝나고 잠자리에 들었다. 그 밤은 사랑으로 가득한 채 행복한 꿈나라로 갈 수 있었다.
정신병동의 환우들이야말로 이 세상의 가장 낮은 자라고 할 수 있다. 나는 그들과 동고동락하며 보낸 이 3개월의 세월이야말로 물질적인 어떠한 가치로도 결코 계산할 수 없는 가장 소중하고 잊을 수 없는 시간이었다고 생각한다.
다음날 내가 떠나던 날 아침 그동안 정신병동에서 없었던 장면이 연출되었다. 나는 방마다 환자들을 찾아 악수하며 석별의 인사를 했다. 그들은 스테이션 창문 가까이 몰려 나왔다. 홀은 나를 환송 나온 환자들로 금방 가득 찼다. 나는 몇몇 환자들과 깊은 포옹을 나누고 스테이션 안으로 들어갔다. 그들은 떠나는 나에게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동료보호사는 나에게 이런 장면은 정신병원에서는 처음 본다고 하였다. 내 인생의 가장 빛나는 순간이었다. 하나님께서도 이 모습을 지켜보시는 것 같았다.
※환자 이름의 영어 이니셜은 환자의 프라이버시를 보호하기 위하여 실제 이니셜을 사용하지 않았음.
[에피소드129]
내가 정신병원 근무를 끝낸 당일로 초등학교 동창인 Y가 전화 연락을 해 왔다. 그는 삼성중공업 상무로 있다가 퇴직하고 현재 필리핀소재 미국기업에서 육상플랜트 컨설턴트로 일하고 있었다. 따라서 그는 한 달에 절반은 필리핀에 가 있었다. 그의 전화내용은 자기가 사는 마산에 놀러 오라는 것이었다. 나는 이 여행이 문득 하나님께서 나를 위해 준비하신 위로여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그동안 하나님께서 고난의 현장의 고비, 고비마다 나를 챙겨 주시는 것을 여러 번 경험할 수 있었다. 나는 친구의 배려로 마산 어시장에서 내가 좋아하는 꼼장어와 바닷장어를 실컷 먹었다. 다음날 아침에는 친구 부인이 정성껏 집에서 만든 유기농 빵과 보이차를 대접해 주었다.
그의 집에서 일박하고, 충남 당진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대학친구 O에게 갔다. O는 대학시절에 럭비 국가 대표선수를 역임한 바 있다. 나는 거기서도 맛있는 음식과 온천욕(덕산온천), 트레킹(용화휴양림)을 즐겼다. 특히 공기가 맑디맑은 휴양림 트레킹을 하면서 숨을 깊게 내쉬고 들여 마시는 것을 반복하며 폐를 정화했다. 그렇게 하니 정신병원에서 환자들로 인해 마셨던 담배연기의 독소가 상당하게 배출되는 것 같았다.
하나님께서 특별히 마련해 주신 3박4일간의 즐겁고 행복한 투어였다.
첫댓글 진심으로 봉사 하셨으니
'보라 상급이 그에게있고 보응이 그의 앞에있으며'말씀처럼
좋은 일만 가득 차시길요..
고려님 지금까지 저의 졸필을 관심있게 읽어 주심에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ㅡ
필력이 대단하십니다.
아닙니다. 부끄럽습니다ㅡ
다저스님의 온정은 하나님을 믿는 깊은 신앙심에서 큰 영향을 받으신다고 생각이 드네요.
존경합니다..다저스님..
앞으로의 여생도 축복 많이 받으시고
사랑으로 가득한 날 되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ㅡ
다지스님
좋은 경험하셨습니다.
사직하면서
좋은 일하시고
나오셨군요.
대단하십니다.
훌륭하신 일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ㅡ
길지 않은 기간이었지만,
정말 많은 마음 공부를 하셨던 기간이었네요~~
그런 다양한 경험의 축적들이 오늘날의 다저스선배님의 인품이 되신 듯여~~
감사합니다
에피소드 제왕이십니다.^^
감사합니다
필력이 대단하십니다.
부끄럽습니다
정신병원 환자들의
생활이 제가 생각했던거와
너무나 다른 현실에
안타까운 마음 금할 수
없네요..ㅠㅠ
그곳에서 환자들을
돌보시다보면 지금의 내 삶에 감사한 마음이 절로
생기셨을거 같아요..
비록 3개월 기간 이었지만
다저스 선배님께서
베푸신 온정으로
그분들이 따듯한
마음과 사랑을 느끼고
좋은 마음을
가지게 해주셨을
선배님께 존경하는
마음드리며..
감사히
잘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정말 그 어떤
선교 보다
더욱 보람 되고
하나님 뜻
가운데
사랑과
선을 행하신
좋은 봉사를
하셨습니다!❤️🙏🎶🌺🌹💯
귀하신 댓글에 너무 감사한 마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