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성 산수유마을
여리디 여린 꽃은 봄을 가장 먼저 알아챈다. 우리가 봄을 느끼기 시작할 즈음에는 벌써 꽃은 지천에 만개해 있다.
봄의 한중간에 들어선 요즘, 남도에선 봄꽃축제가 한창이다. 산수유의 마을 구례, 매화가 활짝 핀 광양, 벚꽃으로 유명한 진해 등 꽃소식으로 전국이 들썩인다. 봄꽃을 즐기기에 좀 더 가까운 곳은 없을까. 그래서 이번 주에는 대구에서 한 시간 거리의 경북 의성 산수유마을을 찾았다. 마침 23일 개막된 ‘2회 산수유 꽃 축제’가 4월 10일까지 열린다.
의성 사곡면 화전리로 들어서는 순간 ‘산수유마을’이란 별칭이 꼭 맞아떨어진다 싶다. 마을 입구에 들어서면 버스 정류장에도, 산자락에도 어김없이 산수유꽃이 활짝 피어있어 노란 물감을 풀어놓은 듯 몽환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산수유의 노란빛은 개나리와는 다르다. 선명하고 밝은 개나리빛깔과 달리 산수유꽃은 주변의 빛깔도 함께 머금고 있다. 그래서 좀 더 푸근하고 화사한 느낌이다. 산수유 꽃말 ‘영원불변한 사랑’처럼 아스라한 느낌을 풍기는 이유다.
이 마을에는 수령이 최소 30년, 최장 300년이 넘는 산수유 나무 3만여 그루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 이른 봄에는 노란 꽃물결로, 늦은 가을에는 붉은 열매로 마을 경관이 아름다워 ‘2006 살기좋은 지역자원 경연대회’에서 대상을 받기도 했다.
“산수유꽃이 다 피면 장관이지. 그보다 더 아름다운 풍경은 없을게야.” 마을 어귀에서 만난 한 촌로의 말에서 마을 주민들의 자부심이 느껴진다. 의성 산수유마을이 입소문을 타면서 70여 가구로 이뤄진 작은 마을에 매년 1만여 명의 관광객들이 몰려오고 있다. 주민 입장에선 봄엔 꽃으로, 가을엔 열매로 보답하는 산수유가 그야말로 효자인 셈이다.
산수유마을에 도착했다면 차를 두고 천천히 걸어볼 일이다. 마늘밭 사이로 난 산책길을 따라 천천히 걷다 보면 흙내음과 마늘싹의 알싸한 냄새가 더해져 발걸음마다 봄을 느낄 수 있다. 산수유꽃의 노란 빛깔과 마늘의 초록빛의 선명한 대비는 한 폭의 유화를 연상케 한다.
산수유마을에서 꽃 구경을 실컷 했다면 금성면 산운마을에서 전통마을의 원형을 감상해보는 것도 좋다. 산수유마을에서 의성의 대표적 고택촌인 산운마을까지는 차로 약 10여분. 금성산 수정계곡 아래 구름이 감도는 것이 보여 마을 이름을 산운(山雲)이라 했다고 하니, 그냥 지나치기 아까운 비경이 담겨있을 터.
산운마을은 영천 이씨 집성촌으로서 자연지형 경관이 수려하다. 영천 이씨 입향조인 학동 이광준을 위해 지은 학록정사를 비롯해 운곡당`점우당`소우당 등 전통 고가옥 40여 동이 모여 있어 전통마을의 원형을 만나볼 수 있다.
황톳길의 완만한 곡선을 따라 걷다보면 낮은 돌담을 만난다. 황토에다 돌을 섞어 만든 낮은 담은 정겹다. 아스팔트와 시멘트에 둘러싸여 사는 도시인에겐 생경스런 풍경이다.
한참을 걸어다녀도 촌로들 밖에 보이지 않는다. 노인들만 남아 있는 농촌의 현실이 새삼 안타까워진다.
완만하게 굽이진 황톳길과 전통고택의 곡선, 산의 능선까지 어우러져 하나의 아름다운 곡선을 이룬다. 인위적이지 않은 곡선은 사람의 마음도 부드럽게 한다. 나도 모르게 긴장이 스르르 풀어지니 말이다. 80여 가구가 모여 사는 이 마을은 조선 명종 때 학동 이광준이 입향한 후 400년이 넘는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전통가옥이 아니더라도 나지막한 돌담으로 이어지는 집들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오밀조밀 정다운 시골길을 보여준다. 고택에서 볼 수 있는 한국 전통건축의 아름다움은 덤이다.
◆ 산운생태공원 공룡`곤충 관련 자료 ‘한눈에’ 산운마을 입구에는 폐교를 활용해 만든 산운생태공원(054-833-6181)이 있다. 산운생태공원은 생태관과 자연학습관을 조성해 공룡`곤충 등에 관한 자료를 한눈에 볼 수 있다. 무엇보다 잔디가 깔린 너른 운동장이 있어 가족단위 관광객들에게 좋은 놀이터가 된다. 특히 이 지역에서 공룡발자국 화석이 발견됐다는 점에 착안, 공룡 화석과 연대기 등에 관한 자료들을 전시하고 있다.
◆ 의성탑리오층석탑 석탑 양식 발달 연구 자료 화강암으로 조성된 통일신라시대의 석탑으로 높이 9.6m로 현존하는 탑 중 대형 석탑에 속한다. 각 부의 석탑재가 거의 완전하며 전탑의 수법을 모방하는 한편 일부에서는 목조건물의 양식을 보이고 있어 우리나라 석탑양식의 발달을 살펴보는 데 귀중한 자료다. 경주 분황사 모전석탑 다음으로 오래된 석탑으로 한국의 석탑양식을 연구하는 중요 자료다.
◆ 의성 제오리 공룡발자국 화석 국내 최초 천연기념물 지정 300여 개의 공룡 발자국 화석이 의성군 제오리에서 발견됐다. 발자국 화석은 지금부터 약 1억년 전, 중생대 백악기 초엽 공룡들이 이곳을 흐르던 옛 강가의 뻘밭을 산책하다가 남긴 발자국이다. 이곳이 초식동물인 대형 울트라룡과 육식공룡들이 떼지어 놀던 공룡공원이었음을 보여준다. 제오리 공룡발자국 화석지는 주로 남해안 일대에 나타나는 발자국과는 달리 내륙에서 발견됐다는 점이 특이하다. 또 단일 면적에 공룡 발자국 밀도가 매우 높아, 공룡화석으로는 국내 최초로 천연기념물로 지정됐다.
◆ 탑산온천 게르마늄`유황 등 복합약수온천 중앙고속도로 의성IC 부근에 위치한 탑산온천(054-833-5001)은 게르마늄`화산염`유황`탄산 등 복합약수온천으로 100% 온천수만 사용하고 있다. 항암작용`피부미용`위장병`관절염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 금성산 고분군 경덕왕릉 등 260여기 산재 의성 금성면은 삼한시대 부족국가 조문국의 도읍지였다. 조문국은 185년 신라 벌휴왕2년에 신라에 복속된 후 잊혀진 나라. 탑리리를 중심으로 당대의 문화유적이 많이 남아있다. 경덕왕릉을 대표로 탑리리와 대리리에 걸쳐 260여 기의 고분이 곳곳에 흩여져 있다. 고분군은 넓은 평야에 조성돼 있어 그 경관이 아름답다.
◆4월10일까지 사곡면 화전리 일대 28일 KBS 전국노래자랑 개최
23일부터 4월 10일까지 열리는 산수유꽃축제는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상춘객들을 불러모으고 있다. ‘노랑 꿈망울 향연’이란 주제로 열리는 축제는 23일 농촌부활 기원제, 지신밟기 농악놀이, 28일 KBS 전국노래자랑 등으로 프로그램을 짜놓고 있다. 참여마당에는 산수유 꽃길걷기, 행운권 추첨, 산수유 퀴즈, 밸리댄스 등이 진행되며 체험행사로 산수유 소망동산 꿈나무 심기, 소달구지 타기, 의성 관광투어, 전국 디카사진 콘테스트, 초등학생 그림그리기 대회, 봄나물 캐기 체험 등이 열린다. 축제기간 중 마을 시골장터에서는 산수유 동동주 및 산수유차 시음회에다 토속먹을거리 및 농`특산품 판매전 등이 열린다.
[맛있어요] 의성마늘소 먹을거리타운
의성IC 부근인 의성 봉양면에 의성마늘소 먹을거리타운이 형성돼 있다. 의성마늘소 작목반, 의성축협, 식당 13곳이 연합으로 형성한 먹을거리 단지에서 의성마늘소를 보다 저렴하게 즐길 수 있다. 1등급 이상 고기만 취급하는 먹을거리타운 의성축협에서 고기를 구입해 13개 식당 중 편리한 곳을 이용하면 된다. 식당에서 1인당 3천원만 내면 푸짐한 야채와 반찬을 함께 즐길 수 있다. 모듬(600g) 2만7천원, 등심(600g) 3만7천200원, 안심(600g) 3만1천800원. 내비게이션을 이용할 경우 ‘의성봉양지구대’를 설정하면 된다. 의성축협 봉양지소 054)833-9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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