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대비 엔화 가치가 하락해 간헐적으로 연초 이래 최저치를 경신하고 있다. 그 요인은 한 가지가 아니지만 엔화 환율을 감안할 때 역시 최근 무역수지를 둘러싼 불온한 환경이 걱정스럽다.
연초부터 일본의 무역수지는 지난해보다는 낫다는 통념 아래 수급여건 개선이 엔화 약세의 정점에 기여할 것이라는 관측이 있었다.
지난해부터 엔화 약세 전망을 이어온 필자조차 무역수지가 반년 정도의 시차를 두고 엔화 환율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기본 인식에 입각해 2023년 하반기 현저한 무역적자 축소가 2024년 이후 엔저 피크아웃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을 해왔다.
■ 중국 경제 실속으로 수출 정체..
다만 최근 일본의 무역수지에는 2가지 예상외가 부상하고 있다. 하나는 중국 경제의 실속, 다른 하나는 유가 상승이다.
전자에 대해서는 7월 시점에서 대중국 수출이 8개월 연속 전년 실적 아래로 떨어진 것으로 상징된다. 그 배경에 부동산 버블 붕괴에 수반되는 중국의 내수 침체가 있는 것은 많은 설명을 필요로 하지 않을 것이다.
이 같은 대중국 수출 정체로 일본의 대세계 수출도 2021년 2월 이후 무려 29개월 만에 전년 실적 아래로 떨어졌다.
일본이 세계 수출에서 차지하는 중국의 비율은 20% 미만이며, 여기가 늘어나지 않으면 수출 전체의 마무리에 영향을 준다. 지금의 중국 경제 정세를 볼 때 이 경로로 수출이 밀리는 상황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더 나쁜 얘기지만 이미 서방국가들이 중국과 디커플링을 시도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대중국 수출 부진은 어느 정도 소여의 조건으로 봐야 할지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면, 일본의 세계 수출은 종전에 비해 구조적인 억제 요인을 안고 만다.
■ 유가 3개월 새 30% 올라
일본 무역수지가 직면한 두 번째 예상 밖은 유가 상승이다.
발등에서 화제가 되고 있듯이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의 감산 연장으로 유가가 연일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지난 9월 6일 WTI(웨스트 텍사스산 원유) 기근물은 배럴당 87.54달러에 거래를 마쳤으나 이는 이미 1년 전과 같거나 조금 높은 수준이다. 3개월 전인 5월 말 시점과 비교하면 약 30%의 상승이다.
대략 추산에 따르면 유가가 1% 오르면 일본의 광물성 연료 수입액은 7% 넘게 늘어난다. 광물성 연료 수입은 일본 수입 총액의 약 4분의 1을 차지하기 때문에 광물성 연료 수입액은 7% 이상 늘어나면 수입 총액은 2% 미만(약 7% × 0.25) 늘어나는 셈이다.
현재 수입 총액은 2023년 상반기 실적을 바탕으로 하면 월평균 9조엔 정도이기 때문에 유가가 1% 상승하면 월 수입 총액은 1800억엔 정도 늘어나는 이미지다. 지난 3개월간 30% 상승한 결과가 당장 최근 수입액에 반영되는 것은 아니지만 월 수입 총액이 5조엔 이상 인상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물론 광물성 연료 가격이 상승하면 기타 재화는 가격 상승의 결과로 수입이 감소하는 측면도 예견되기 때문에 5조엔 모두가 수입 총액에 추가되는 것은 아니다(그렇게 되면 월간 약 14조엔라는 수입액으로서는 파격적인 수준이 된다).
하지만 2022년 하반기 월 수입 총액에 관해서는 10조엔 고지가 상태화돼 있었다 .이것은 향후 상정되는 전개이다.
현재 수출 총액이 월평균 8조엔 정도(2023년 상반기 실적)밖에 되지 않고, 상술한 중국 요인으로 그 하향세가 우려되는 것을 생각하면 2022년과 같은 무역적자는 절대 없다고 할 수 없는 분위기다. 지난해와 같은 배럴당 100달러대까지는 아니더라도 수출이 중국 요인으로 부진하면 결과적으로 무역수지는 크게 손상된다.
■ 미국 금리 내려도 엔고 여지 제한돼
참고로, 본 논문 집필 시점(9월 7일 시점)의 달러-엔 환율은 147엔대 후반까지 하락했지만, 1년 전의 같은 무렵에는 143엔 전후였다. 연초부터 일본의 무역수지와 관련해 지난해보다는 낫다는 논조가 지배적이었던 것은 엔화 약세도 진정되고 공급 제약 해소를 배경으로 유가도 하락하기 때문이라는 게 전제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발밑에서는 지난해를 방불케 하는 엔화 약세와 유가가 살아나고 있다. 이 상황이 계속되면 아무리 미국 금리가 떨어져도 엔고 여지는 상당 부분 제한될 것이다.
지난해부터 필자는 여러 각도에서 수급여건 변조가 엔화 약세의 진인이 아닌지 논의해 왔다. "2023년 후반부터 2024년 전반까지는 수급여건의 변조가 진정되어 미 금리 저하의 영향을 받기 쉬워진다(단적으로는 엔고·달러 약세에 흔들리기 쉬워진다)"는 항설은 최근 크게 흔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