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대표적인 건설회사인 GS건설이 혹독한 시련을 겪고 있다. 인천 검단 지역에서 시공중인 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 사고가 발생했고 긴급 조사결과 총체적인 부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 건설사고조사위원회는 지난 4월 말 발생한 인천 검단 아파트 지하 주차장 슬래브 붕괴사고와 관련해 두 달간 진행한 사고원인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사고의 원인이 설계, 감리, 시공 등 모든 단계의 총체적 부실 때문인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의 대표적인 건설사가 총체적 부실을 보였다는 것은 참으로 참담한 모습이다.
한국은 부실공사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다. 1995년 6월 29일 서울의 삼풍백화점 붕괴사고로 1500여명이 죽거나 다쳤다. 이때도 부실공사와 부실관리가 근본 원인이었다. 1994년 10월 21일에는 한강에 위치한 성수대교의 중단 부분이 갑자기 무너져내렸다. 이사고로 32명이 사망했다. 이 사고도 업체의 부실시공과 감독 당국의 허술한 안전 점검이 결합된 총체적 인재였다. 부실공사 사고로 대표되는 이 두 사건으로 한국의 건설은 세계시장에서 얼굴을 들고 다닐 수가 없었다. 외국 언론들은 압축 성장이 만들어내고 빨리 빨리 문화가 성장시킨 대표적인 부실이라며 혹평을 하기도 했다. 당시 외국 건설시장에서 한국 건설사들은 외면당하기 일쑤였다. 그 이후 엄청난 만회를 위한 노력으로 겨우 겨우 현재의 위치까지 도달했다. 하지만 그 빨리 빨리와 압축 성장의 부작용은 아직 진행형이었다.
상황이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악화되자 GS건설은 보도자료를 내고 자이 브랜드의 신뢰와 명예를 최고의 가치로 생각하며, 과거 자사 불량제품 전체를 불태운 경영자의 마음으로 입주예정자분들의 여론을 반영해 검단 단지 전체를 전면 재시공 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 부수고 다시 짓겠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1666가구 규모인 이 단지를 전면 재시공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1조원 수준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글쎄 얼마를 아낄려고 했는지 모르지만 아마도 수십배 내지는 수백배 손실을 입게 된 것이 아닐까 추론된다. 재시공 발표가 나오자 외국인과 기관을 중심으로 주식 매도세가 쏟아지고 있다. 정말 이번 사태로 GS건설이 입게된 손실은 어마어마하고 회사전체의 앞날도 어두울 수밖에 없다.
이번 사태가 우려되는 것은 한국 건설에 대한 평가가 다시 엄청난 하향곡선을 긋는다는데 있다. 일본 언론에서는 벌써 이번 일을 크게 보도하면서 한국 건설사들을 폄하하고 있다. 일본 언론은 예전부터 특히 이 건설부분에서 한국 기업들의 잘못만 나오면 대서특필하며 역시 건설은 일본이다라는 주장을 해오고 있었다. 그동안 흠을 잡기 어려웠지만 이번에 큰 것을 물었다며 희색이 만면한 상황이다. 특히 사우디 아라비아 건설시장에서 한국과 첨예한 경쟁을 벌이는 일본으로서는 호재를 만난 격이다. 해외 건설 주변에서는 이번 이런 사태는 그동안 엄청나게 오만하고 기고만장했던 한국 건설 분위기에서 나오지 않았는가 여기는 사람들이 많다. 급등하는 부동산으로 기고만장해진 건설사들이 그냥 짓기만 해도 떼돈을 벌 수 있다는 그 오만한 심보로 인해 소탐대실하고 만 것이라는 분석이다. 오만과 과욕이 부른 총체적 상황이라는 것이다.
자세히 들여다 보면 이런 오만과 과욕이 오직 GS건설에 한정됐겠는가. 2022년 1월에 광주 현대산업 아파트 시공 현장에서 건물이 붕괴되면서 6명이 사망한 사고도 마찬가지 상황이다. 국내 최대 건설사들이 이런 상황인데 더 무엇을 말할 수 있겠는가. 특히 요즘 건설자재와 인건비 인상으로 재건축 재개발 현장에서는 공사비를 더 내놓으라면서 조합측과 갈등을 빚는 시공사가 한두곳이 아니다. 공사가 중단된 곳도 적지 않다.
지금 이런 상황은 비단 건설현장만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 선진국 진입이라는 요상한 들뜸이 과욕과 낭비를 부르는 것이 아닌가 하는 지적도 나온다. 다른 사람들이 하니까 나도 가야지 하면서 해외여행 티킷 구입에 달려드는 사람들이 엄청나게 많은 것도 비슷한 현상이다. 코로나 때문이라고 하지만 다른 서방 선진국들은 그렇지 않다. 유독 한국에 그런 분위기가 사회를 지배하고 있다. 일본의 관광중심지를 한국인들이 선점하고 있고 동남아시아도 같은 상황이다. 뭔가 조금 요상한 상황이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모습이다. 그동안 허리띠를 졸라 맺는데 이제 선진국에도 진입하고 아파트값도 그냥 고공행진을 하고 있고 조금 하락은 하지만 곧 다시 급등할 것이라는 일부 주장에 편승해 일단 쓰고 보자, 빚을 내서라도 먹고 마시자는 풍조가 이 사회에 만연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이번 GS건설 사태를 단순하게 봐서는 절대로 안된다. 큰 댐이 무너지는 것은 아주 작은 구멍에서부터 시작된다. 작은 구멍을 메우면 되는 것이 아니냐 생각할 수 있지만 댐 여기저기에 이런 작은 구멍이 있다면 그 댐의 향방은 아주 심각해진다. 이 사회 이 나라도 마찬가지이다. 정말 어느 곳에 구멍이 생겼는지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 그런 구멍을 무시하고 엉뚱한데 국력을 쏟는다면 앞으로 어떤 엄청난 사태가 발생할 지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이번 GS건설 사태가 단순하게 보이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2023년 7월 6일 화야산방에서 정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