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 법정다툼 2년 만에 2배로…가해학생 소송이 압도적
동아일보 2023-03-26 07:08
학교폭력·사이버폭력 예방 대국민 비폭력 캠페인의 모습. 2023.3.24 뉴스1
학교폭력(학폭) 조치사항에 불복해 법정다툼에 나서는 일이 매년 늘어 2년 만에 2배 수준으로 불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불복절차를 밟는 경우는 가해학생이 압도적으로 많았는데, 이는 주로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 기재 등 입시 불이익을 막기 위해서인 것으로 보인다. 소송 증가와 또 다른 피해를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은주 정의당 의원실이 26일 교육부로부터 받은 최근 3년간 학폭 조치사항 불복절차 현황에 따르면 2020~2022년 학폭 행정심판 청구 건수는 3091건, 행정소송은 639건, 집행정지 신청(행정심판·소송)은 1594건이었다.
교육지원청 학폭대책심의위원회에서 학폭 가·피해학생에게 특정 조치를 내린 경우 이들은 행정심판·행정소송·집행정지 신청을 통해 조치 내용에 대한 불복 절차를 밟을 수 있다.
행정심판은 관할 교육청 산하 행정심판위원회에 조치사항에 대한 재결을 요구하는 절차다. 행정소송은 행정법원에 조치에 대한 취소를 소로 제기해 징계의 적절성을 판단하는 것을 말한다. 행정심판·행정소송 진행 중 학폭 조치사항을 유예하는 집행정지 신청도 가능하다.
가해학생과 피해학생을 막론하고 행정심판·행정소송·집행정지 신청 등 불복절차 건수는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정의당 정책위원회 제공
2022년 가해학생이 청구한 행정심판·행정소송 건수는 각각 868건, 265건으로 2020년(478건·109건)의 1.8배, 2.4배 수준이었다. 집행정지 신청 건수도 2020년 346건에서 2022년 649건으로 1.8배 수준으로 늘었다.
피해학생의 행정심판·행정소송 청구 증가폭은 더 컸다. 2020년 175건이던 피해학생 행정심판 청구건수는 2022년 그 2.6배 수준인 447건으로 집계됐다. 행정소송 역시 2020년 5건에서 2022년 34건으로 증가했다. 2년 전의 6.8배 수준이다.
절대적인 불복절차 건수는 가해학생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지난 3년간 학폭 불복절차 가운데 행정심판 건수의 67.2%(2077건) 행정소송의 90.0%(575건) 집행정지 신청의 97.1%(1548건)는 가해학생이 청구·신청한 것이었다.
행정심판·행정소송 진행 중 집행정지를 신청하는 비율도 가해학생이 월등히 높았다.
2020~2022년 가해학생의 행정심판 집행정지 신청 비율은 58.6%로 피해학생(4.0%)보다 훨씬 높았다. 이는 행정심판 절차를 밟고 있는 가해학생 100명 중 59명이 집행정지를 신청한 데 비해 피해학생은 4명이 신청한 데 그쳤다는 것을 의미한다. 행정소송 집행정지 신청 비율 역시 가해학생은 57.4%였으나 피해학생은 7.8% 수준이었다.
이렇게 신청한 가해학생의 집행정지 인용률은 53.0%로 절반을 넘었다. 이에 비해 가해학생의 행정심판 인용률은 14.3%, 행정소송 인용률은 9.2%에 그쳤다.
정의당 정책위원회는 “가해학생의 불복절차 건수·집행정지 신청 비율이 높은 것은 학생부 기재 등의 영향으로 추정된다”며 “학교폭력에 대해 엄정하고 단호한 대처 기조를 견지하면서도 정부 대책이 소송 증가와 또 다른 피해로 이어지지 않도록 대비책을 함께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