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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름 : 이름없음: 2014/09/30 19:28:42 ID:UllIJjdg9ng
안녕 주변에서 스레딕이라는 사이트를 듣고 와서 내 이야기를 한번 써보려해
아마 필력이 좋지 않아서 이해가 잘안되거나 지루하다고 느낄 수 있지만 시작할게
한10몇년전에 다마고치라는게 유행했어.
물론 그 전에도 꽤 유명하고 지금까지 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지만, 그 당시엔 애들이 하나씩 가지고있을 정도였어.
어렴풋이 기억나는걸론 밥도주고 똥도 치워주고 그러는 게임이었던 것 같은데, 내가 그 쯤엔 초등학교에 입학한지 얼마되지않았던 시기였고 애들이 모이면 다마고치 밥을 줬다던가 이런 이야기를 자주했어.
그 중 다마고치를 가지지않은 아이는 소수였고 난 소수에 해당했어.
그래서 항상 엄마한테 '뭐라고 해야 사줄까? 언제 말할까? 저번에 망가뜨렸는데 또사줄까?' 그런생각을 했는데, 어느날 학교 교문에서 전단지? 같은걸 나눠주는거야.
자세한건 기억 안나지만 다마고치를 판다나 나눠준다나 그런이야기였어.
난 그 전단지를 보고 '엄마한테 오늘 사달라고해야겠다' 생각하고 집까지 뛰어갔어.
그런데 집에 갔는데 아무도 없는거야.
그렇게 집안에서 조금 기다리다, 밖으로 나가서 엄마를 기다리면 더 빨리 말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밖으로 나갔어.
8 이름 : 이름없음: 2014/09/30 19:36:19 ID:UllIJjdg9ng
나가서 빌라 앞에서 혼자 이리저리 다니면서 노는데, 전봇대에 뭘 하는 아저씨가 있어서 구경을 했어.
사다리를 타고 서있는 아저씨가 신기하기도 하고 대단해보이기도 하고..
내가 자리를 잡고 구경한지 얼마 지나지않아서 아저씨가 "왜 집에 안가고 여기있어?" 라고 물으시길래, 난 "엄마 기다리고있어요" 이렇게 대답했어.
그러니까 "집에서 기다리면 되잖아? 춥다 집에 들어가" 그런 말을 하면서 날 걱정해주셨어.
그래서 난 "엄마한테 다마고치를 사달라고 하려는데 지금 집에 엄마가 없어요. 엄마를 꼭기다려야해요" 그러니까
아저씨가 "그래? 엄마가 늦게 오시면 아저씨가 사줄게" 라길래
난 누군가 공짜로 사준다는말에 신나서 "정말요?" 그러면서 아저씨 근처에서 웃고 장난치고 그랬어.
17 이름 : 이름없음 ◆ExGQrDul2E: 2014/09/30 21:01:44 ID:UllIJjdg9ng
아저씨는 전봇대에서 조금 더 있더니 사다리에서 내려왔고, 옆에 세워둔 작은 봉고차에 사다리를 넣은다음 나한테 다마고치를 사러가자고 하셨어.
난 처음에 거부했어.
아무리 그래도 낯선 사람을 따라가면 안된다고 배웠으니까.
그러니까 나한테 "똘똘하네" 하면서 차안에서 사탕을 주셨어.
"그럼 엄마 오실때까지 아저씨가 같이 기다려줄게" 이러시면서 나랑 같이 길가에서 엄마를 기다렸는데, 어린마음에 다마고치가 너무 가지고싶고 춥고 아저씨가 정말 좋은사람인것같아서 그냥 다마고치 사러가자고 하고 아저씨 차에 탔어.
그 차는 우리동네를 벗어나 어디론가 갔는데, 아저씨는 다마고치가 더 싼곳으로 가는거라했어.
난 받는주제에 투덜거리면 실례라는 생각으로 선해 보이는 아저씨를 믿었어.
19 이름 : 이름없음 ◆ExGQrDul2E: 2014/09/30 21:11:24 ID:UllIJjdg9ng
아저씨는 차에서 내려서 문구점에 혼자 다녀왔어 밖이 너무춥다고.
그리고 내가 가장 좋아하는 색인 분홍색 다마고치를 사가지고 오셨지.
그리고 집에 데려다 준다고 하시다, 기름이없다고 집에서 돈을 가져온다 하셨는데 "요새 세상이 험하다?" 이런식의 말을 하시고 날 집안으로 데려가셨어.
반지하 방이었는데 문밖에 서있다가 "주스좋아해?" 하면서 부르셔서 주스를 마시려고 집안으로 들어갔어.
아저씨가 주스를 주셔서 난 그 주스를 마시고 나가려했는데 아저씨가 '아저씨 딸이 인형이 엄청많은데 이제 안가지고 노니까 하나 가져가라' 며 방안으로 데려가셨어.
그 방은 반지하의 방이라기보단 거실에 문이 달린? 그런 식으로 좀 컸어.
분홍색 침대에는 많은 인형이 있었고
바비인형을 좋아했던 내가 바비인형을 쥐는 순간, 문은 닫혔어.
21 이름 : 이름없음: 2014/09/30 21:16:00 ID:UllIJjdg9ng
바람 탓인가 하고 생각했는데 곧 철컥이는 소리를 듣고 어린아이였던 나도 심각함을 느끼고 방문을 열려했어. 하지만 그문은 열리지않았어.
난 계속 "아저씨 아저씨! 문이 고장났나봐요
아저씨 문열어주세요" 이렇게 외쳤지만 그 너머는 쥐죽은듯이 조용했어.
문앞에 앉아서 난 바비인형을 쥐고 무서워서 울었어. '혹시 이런게 유괴인가? 아니면 그냥 문이 고장나서 아저씨가 못열어주시는건가? 그럼 나는 어떻게 나가지?' 그런 생각으로.
그런데 난 그때야 알았어. 내가 쥐고있는 바비인형이 누군가가 가지고 놀았던 것처럼 손때가 타지 않았단 걸. 드레스는 닳지않아 까끌까끌했고 머리카락은 정확하게 고정된 상태였지.
훌쩍이면서 침대나 서랍위에 있는 인형에도 다가갔어. 그것들 또한 누군가가 가지고 놀았던 것 치곤 너무 깨끗했고 침대위에 놓인 이불은 새로운 냄새? 새물건에서 나는냄새가 그대로였어.
그때서야 더 무서워져 울었어.
엄마를 부르면서도 울었고 아저씨한테 내보내달라고 하면서도 울었던 것같아. 계속 울다보니 배가 고파졌고 시간이 몇시인지도 몰랐어. 방안엔 시계가 없었거든.
난 작은 의자 위에 올라가 분홍색 커튼을 거둬냈고 그 안엔 신문지가 발려있었어. 그걸 조금 떼어내자 나무가 보였고 시간을 가늠할 수조차 없었어.
그런데 한참 더 있다 아저씨가 문을열고 들어와서
밥을 줬어. 정확히 기억나 이건 참기름, 간장, 계란을 넣어 비빈 밥.
그걸 주면서 아저씨는 내게 이름을 물어보지도 않고 자기멋대로 이름을 불렀어.
28 이름 : 이름없음 ◆ExGQrDul2E: 2014/09/30 21:25:56 ID:UllIJjdg9ng
내 진짜 이름이 아니니까 공개할게. 아저씨는 날 슬지라고 불렀어
"슬지야 밥먹자" 그렇게 아저씨는 밥만 주고 방밖으로 나갔고, 난 더 울다가 밥을 먹고 문을 두드렸어. 계속 시끄럽게 하면 이웃집에서 주의를 주러올거고 난 그때 살려달라고 할 생각이었거든.
아저씨는 "슬지야 다마고치 하고있어 아빠 다녀올게" 했고 현관문소리가 나고 집은 다시 조용했었어.
나만 쉬지않고 문을 두드리고 내보내달라고 했고.
29
딸에 대한 미련같은건가...
실제로 딸이 있었든 없었든 간에 뭔가 집착이 있어보이네
30 이름 : 이름없음: 2014/09/30 21:27:53 ID:UllIJjdg9ng
지금 생각해보면 당연히 사람들은 오지 않았을거라 생각해. 그 방은 방음장치가 설치되어 있었던 것 같기도했거든. 그리고 8살짜리 애가 두드리고 악을 써봤자 크게 들리지 않았을거고.
그렇게 한참을 울다가 난 지쳐서 자버렸어.
31 이름 : 이름없음 ◆ExGQrDul2E: 2014/09/30 21:32:25 ID:UllIJjdg9ng
내가 눈을 떴을 때 아저씨는 집에 와 있었어.
아저씨는 내가 있는 방안에서 문을 잡고 뭔가를 하고있었고 난 침대 위였어.
하고있던건 문양쪽에 나사를 박고 문을 잠글 수 있는 그런? 학교 보면 자물쇠 잠그려고 있는거 말이야. 그리고 분홍색 자물쇠를 꺼내 잠궜어.
"아빠가 특별히 우리 슬지가 좋아하는 분홍색으로 사왔어 어때?" 이러면서 내 머릴 쓰다듬고 카레가 있는 작은 상에 데려가서 밥을 먹으라고했어. 깨작깨작먹는데 작은 서랍에서 빗, 분홍색 머리고무줄, 핀을 꺼내서 내머리를 빗겨주고 묶어주고 삔도 꽂아줬어. 그리고 옷장에선 무슨 색인진 모르겠고 긴 원피스를 꺼내서 밥을 다 먹은 다음에 입혀줬다.
그 때 느낌은 내가 느끼기에 나를 성적 대상으로 보는 느낌은 아니었어. 그냥 정말 딸같은 어린애를 대하는, 아니면 딸을 대하는 그런 조심스러운 행동으로 옷을 갈아입혀줬어.
그 옷은 역시나 새것이었어.
33 이름 : 이름없음: 2014/09/30 21:34:50 ID:UllIJjdg9ng
그리고 아저씨는 허둥지둥 나가서 "아빠 일 다녀올게 슬지야 잘놀고있어 올 때 아빠가 선물사올게!"
여전히 날 슬지라고 부르고 자기가 내 아빠라고 했고, 난 아저씨가 나가고 울면서 계속 방문을 두드렸어.
34
문은 계속 잠겨있었던거야?
>>34 문은 화장실을 갈 때, 씻을 때, 그리고 아저씨가 들어올 때 나갈 때 말고는 열리지않았어. 아저씨가 안에 있을 땐 안쪽 문에 자물쇠를 채웠고.
35 이름 : 이름없음: 2014/09/30 21:39:10 ID:UllIJjdg9ng
다시 돌아온 아저씨는 커다란 곰인형과 크레파스 그리고 스케치북을 사오셨었다. 그리고 자기를 그려달라고 내 앞에 앉았지만 난 우리 엄마아빠를 그리고 보내달라고 했어.
아저씨는 내가 한 말을 듣지못했는지 안들으려했는지 딴말만 했고, 난 결국 아저씨를 그려줬어.
아저씨는 막 웃더니 다음날 액자를 맞춰와서 액자에 그 그림을 끼우는 것까지 보여줬다.
아저씨는 "우리 슬지는 누굴 닮아서 이렇게 이쁠까 우리딸보다 이쁜 애는 본적이없다 나중에 시집갈때 아빠가 어떻게 보낼까 상상만 해도 싫다" 하면서 날 끌어안고 막 뽀뽀를 했었어.
정말 내가 아저씨의 딸인것 처럼 말이야.
"우리 슬지는 눈도 이쁘고 코도 이쁘고 입도 이쁘고 다이뻐" 이 말을 항상 했고, 어딜 다녀오면 선물을 한가득 사왔어. 과자, 인형, 옷, 머리끈, 핀 이런거 전부 다. 가끔은 동화책도 사와서 읽어주곤 하셨고.
40 이름 : 이름없음: 2014/09/30 21:46:19 ID:UllIJjdg9ng
조금 시간이 지나니까 아저씨는 날 방밖으로 잠시 나올 수 있게도 해주셨어.
아저씨가 밥하는 모습을 보거나 아저씨가
있을 때 TV를 보게도 해줬고.
그 때 봤던거 기억나. '짱구는 못말려' 그걸 항상봤던 것 같아. TV덕에 지금이 몇시인지 대략 알수있게된것 같기도 해. 그런데 아저씨는 항상 나가는 시간이 달랐어. 대부분 오전이나 낮이었지만.
난 꾀를 부려 중국음식이 먹고싶다고 했어. 그건 당연히 배달이니까 통화하면 소릴 지를생각이었거든.
아저씨는 날 다시 방에 가두고 짜장면을 포장해서 사왔어.
아저씨는 모든걸 다 사가지고 왔지만 딱 하나, 하나는 안사왔어 '신발'
신발은 단 한번도 사가지고 오지 않았고 내가 사달라고 해도 한번도 사와주지 않았어.
48 이름 : 이름없음: 2014/09/30 22:08:46 ID:UllIJjdg9ng
돼지저금통도 가져다주면서 올 때마다 아저씨 주머니에있는 동전을 몽땅 넣어주기도했고 어느날은 카메라를 가져와서 내 사진을 찍고 같이찍고 사진을 확인하면서 또 "누구집 딸인지 너무 이쁘다 슬지야 우리 슬지 누구꺼?"
시간이 흐를수록 난 덜 울게되었고
문을 덜 두드리게 되었고 더 잘웃었다
정말 그리 긴 시간은 아니었어.
서서히, 아주 서서히 난 그 아저씨가 부르는 슬지가 되어가고있었던 것 같아.
간혹 '아빠' 하고 불러보라고하면 아빠라고 부르기도 하고, 같이 음식도 만들고.. 내가 적응하기 시작하자 아저씨는 방에 날 가두지않았어.
지금 생각하면 참 무서운게 난 아저씨가 일하러나가도 나가지 않았어. 현관은 아무런 장애물이 없었는데 그냥 인형을 가지고 놀고 TV를 봤어
50 이름 : 이름없음: 2014/09/30 22:12:23 ID:UllIJjdg9ng
왜 엄마나 경찰한테 전화하지않았냐고?
그 집엔 전화기가 없었어 어디에도. 통화가 되는거라곤 아저씨가 가진 휴대폰 뿐이었어. 그 때 쯤에 난 정말 아저씨의 딸처럼 지내고있었다.
51 이름 : 이름없음: 2014/09/30 22:15:01 ID:UllIJjdg9ng
내가 이상하다고 느꼈던게 아저씨는 유독 내 몸무게에 민감했어.
난 어렸을 때도 지금도 마른편이야. 그런데 아저씨는 그게 싫었는지, 기름진것만 사다먹이고 하루에 한번씩 몸무게를 쟀어. 조금이라도 늘었으면 칭찬하고 그대로거나 줄으면 좀 신경질을냈어.
이상하지? 옷무게에 따라 또는 화장실 다녀왔다 갔다 차이로도 몸무게는 늘고 줄어드는데.
아무튼 아저씨가 사오는건 도넛 치킨 피자 짜장면 빵 초콜릿 과자 아이스크림..
거기가서 밥구경을 한건 첫날과 카레먹은날, 중국집에서 볶음밥시켜먹을 때 뿐이었어.
53
도대체 무슨일이 있던걸까...
54 이름 : 이름없음 ◆ExGQrDul2E: 2014/09/30 22:44:46 ID:UllIJjdg9ng
나도 이유는 잘 모르겠어. 그냥 그 아저씨에게 슬지라는 딸이있었다면 슬지는 나보다 살집이있던 편이었을수도있고.
하지만 난 '슬지는 도대체 누구일까?' 라는 생각을 곧 지웠어. 어느틈에 "슬지야" 라고 부르면 대답을 했으니까.
난 우리 엄마 아빠를 잊었어. 정확하겐 비교하기 시작했어. 아저씨를 새 아빠 개념으로 생각했던 것 같기도하고.
그곳에서 나의 체감시간으론 내가 슬지가 되기까지의 시간은 일주일 아니면 그 이상이었다. 겪어보지 않으면 모를거야.
나이가 워낙 어리기도했지만 '나한테 넌 슬지야' 라는 개념을 심어주려고 하는 것처럼, 말마다 '슬지야 우리 슬지' 라는 말을 듣다보니 '내가 슬지가됬구나' 적절한 표현은 아닌 것 같지만 그렇게 느꼈어.
그렇기에 난 두려움 같은 것을 더이상 느끼지않았다.
내가 적은걸 보면 의아해할거야. 저 많은 일이 고작 일주일에?
아저씨는 날 만나기전 추억을 채우려는 것처럼 하루를 이틀 혹은 삼일처럼 지냈어. 물론 나의 체감시간이야.
57
아이가 동화되는데에 일주일밖에 안걸린다는게 소름이 끼친다...
59 이름 : 이름없음 ◆ExGQrDul2E: 2014/10/01 18:30:07 ID:tOqm2ZkvcUM
언제 한번 내가 아저씨한테 밖에 나가고 싶다고 한적이 있었어. 학교에 가고 싶기도하고.
아저씨는 "슬지야 아빠가 일해야해서 안될 것 같아 나중에 시간되면 아빠랑 놀이동산가자"
기약없는 약속이었지만 난 좋다고했어.
물론 그곳에 있으면서 아저씨랑 놀이동산은 간적이 없어. 난 밖에서 뛰노는 활동적인 아이는 아니었지만 오래 실내에만 있으니까 답답했어.
그래서 아저씨가 일을 나간다음에 '밖에 나가봐야겠다 밖에서 놀다 아저씨가 오기전에 들어가야지' 그렇게 생각했어.
62 이름 : 이름없음 ◆ExGQrDul2E: 2014/10/01 18:36:54 ID:tOqm2ZkvcUM
그 문은 열고 닫을때마다 끽끽 거리며 소리가 나는 문이었는데 내가 문을 열려고 밀었을땐 끽 소리만 들릴뿐 열리지가 않았어.
이상하다 싶어 문을 다시 밀어도 꿈쩍않고 있었어. 그 때 난 아주 당황했었어 '왜 안열리지?'
하지만 나는 곧 받아들였어 '난 이곳을 나갈 수 없다 아저씨가 나가지 말라고 하는거야, 난 아저씨를 기다려야해' 이렇게.
그리고 난 그냥 언제나와 같이 아저씨를 기다렸다. 거실에 앉아 그냥 멍하니.
시계 비슷한 물건도 하나 없었기 때문에 그건 정말 끝이없는 일처럼 느껴지곤 했다.
인형을 쥐고 흔들며 웃는것은 금방 실증이났고, 그림을 그리면 칭찬해줄 사람이 없어 그것도 금방 그만두곤 했어.
그렇게 한참을 기다리다 아저씨가 오면 그때가 내가 가장 행복한 시간이 되어가는거다.
누군가 내게 칭찬해주고 걱정해주고 놀아주며 같이 밥을 먹는 그 시간이 가장 행복했다.
사실 Tv를 보면 시간이 빨리갔겠지만 아저씨는 "우리 슬지 Tv많이 보면 눈나빠져 아빠가 보여줄 때만 보자" 하며 제지했고, 뭘했는지 모르지만
내가 몰래보려할 땐 전원도 들어오지 않았다.
65 이름 : 이름없음 ◆ExGQrDul2E: 2014/10/01 18:46:03 ID:tOqm2ZkvcUM
그 땐 전혀 몰랐지만 지금 와서 조금 더 세심한 생각을 더 좋은 대처를 할수있는 이 시각에서 보면 그 집엔 아무도 오지않았다. 흔한 택배, 우편, 이웃 모두 다.
그리고 시계는 단 하나도 없었고 지나치게 깨끗했어. 누구나 뭘 사오면 귀찮아서 대강 구겨 던질법한 영수증도. 그리고 쓰레기통은 내가 버린 것 이외엔 아무것도 없었고 그것도 곧 비워지곤했다.
그리고 아저씨는 청소기를 사용하지도 않았어. 작은 청소기가 있었지만 항상 수시로 빗자루로 청소를 했어. 지금은 상당히 수상하게 느껴지지만 그 땐 아무것도 몰랐다.
70 이름 : 이름없음 ◆ExGQrDul2E: 2014/10/01 22:26:30 ID:tOqm2ZkvcUM
8살짜리 여자애는 오랜 기다림 끝에 오는 누군가를 만났을 때의 기쁨만으론 지낼 수 없어. 그 누군가가 없을 땐 더더욱이.
난 항상 현관문에 바짝 귀를 대고 밖의 소리에 귀 기울였다. 아주 작지만 덜컹이며 지나가는 차소리, 오토바이소리 그 소리만으로도 즐거웠어.
TV소리, 내 소리, 아저씨 소리가 아닌 다른 색다른소리를 아주 오랜만에 들었으니까.
난 아저씨한테 나가면 좋겠다고 칭얼거렸지만 아저씨는 한결같은 대답만 해줬다.
"일이 바쁘다 나중에 꼭 놀이공원에 가자"
난 바보가 아니었어.
그걸 믿지않았고 아저씨한테 소리질렀어.
"엄마아빠한테 보내줘요" 하고.
79 이름 : 이름없음 ◆ExGQrDul2E: 2014/10/01 23:52:37 ID:oshphaTISS2
그 쯤 내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은 그냥 끝없는 길, 그거였어. 더 단순하겐 밖. 그속에 엄마아빠는 없었다.
그리고 내가 그 말을 한뒤 아저씨의 표정은 무표정했어. 정말 말그대로 아무것도 없었어. 어떠한 의미도 감정도 담지않은, 애초에 아무것도 없었던것 마냥.
그건 고작 8살이었던 그 어렸던 어린애도 단박에 '이상하다' 라는 생각을 들게 했을 정도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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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표정이 화 내는 것보다 무서운거같아
81 이름 : 이름없음 ◆ExGQrDul2E: 2014/10/01 23:55:05 ID:oshphaTISS2
그리고 후에 벌어질 일이 범상치않을 것이란 것도 어느정도 예상할 분위기였지. 서로가 아무말이 없던 그 순간은 언제 터질지모르는 폭탄처럼 초조하고 두려운 순간이었어.
엄청 혼이나거나 매를 맞을것같다는 생각이 들고 코끝이 찡해져 눈물이 날 것 같았을 때, 나보다 먼저 눈물을 보인 것은 아저씨였다.
그 표정도 난 아주 이상해보였어.
아까 위에 설명한 표정에서 그냥 눈물만 뚝뚝떨어졌으니까. 다 큰 성인이 뺨이 흠뻑 젖을 정도로 우는데 그 눈안엔 슬픔이란 감정이 한톨도 담기지 않았고 시선은 오직 나만을 향해있었다.
난 그때의 상황을 견딜수가 없었어. 그 표정은 아저씨와 어울리지않았으니까. 꼭 아저씨에게 누군가 다른 표정을 씌워놓은것 같았어.
내가 기억하는 아저씨는 항상 웃고 다정하고 화를 단 한번도 내지 않았거든. 누구든지 가끔 상대방에서 무표정하게 있을 수 있지만 아저씨는 항상 웃었기 때문에, 내가 그 표정을 바라보며 온갖 생각을 하는 중에도 그리고 그것을 끝냈을 때도 아저씨는 한마디 말도 꺼내지않았어.
눈물은 금방 그쳤고 조금 더 있다가 기계적으로 팔을 올려 흥건한 뺨을 닦았어.
그리고 한참 더 시계가 째깍거리는 소리하나없는 정적이 지나고 아저씨가 입을 열었다
"괜찮아"
그 한마디만 하고 아저씨는 방으로 들어가라고 손짓했어.
내가 조용히 방안에 들어가자 밖에선 자물쇠가 잠기는 꽤 오랫만에 듣는 소리가 들렸었다.
86 이름 : 이름없음 ◆ExGQrDul2E: 2014/10/02 00:10:17 ID:x7HZiCeKZ9s
의외로 머릿속은 터질것만 같았는데 눈물도 비명도 나오지않고 차분하게 방문 앞에 쭈그려앉아 가만히있었다.
뒤늦게 의문이 들었어. '뭐가 괜찮다는걸까'
'내가 엄마아빠 이야기를 꺼낸게 잘못이어서 괜찮다는걸까? 그 전에 그게 왜 잘못인걸까, 그제서야 '그동안 아저씨 앞에서 엄마 아빠 이야기를 하는 것을 내가 잘못으로 생각하고있었구나' 라는 것을 느꼈어.
그 순간 내가 느꼈던 두려움은 스스로가 잘못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고, 물론 난 그때 어렸기 때문에 이 정도로 내 자신을 정확히 이해하고 떠올리진 않았어.
난 아주 자연스럽게 침대로 올라가 커다란 곰인형을 끌어안고 계속 생각했어. 오토바이소리와 차소리가 들리던 밖을.
그리고 이번엔 엄마아빠의 모습도 떠올렸어. 그런데 난 내가 떠올려낸 엄마아빠 얼굴에 확신을 갖지못했어. 더 확실히 표현하자면 흐릿흐릿했다, 엄마아빠의 얼굴이..
하지만 곧 정확하게 떠올랐고 난 그것을 잊지않으려 계속해서 떠올렸어. 비록 한순간이었지만 내가 항상 봐왔던 부모님 얼굴을 확신없이 떠올린 것은 충격이었거든.
그리고 한가지 생각이 더 났어 '집에 돌아가야해'
그 생각도 아주 오랜만이었어.
101
마치 스레주가 다마고치의 그..거 같은
104 이름 : 이름없음 ◆ExGQrDul2E: 2014/10/02 21:38:04 ID:eNXRqJdPXQI
난 내 기억에 믿음이 가지않았어. 그래서 몰래 스케치북에 내이름과 엄마아빠이름을 적어놓았어.
꽤 오랜시간이 흐른 것 같은데도 밖에서는 아무소리도 들리지않았어.
배도 고파오고 이상스럽게 잠도왔어.
하지만 난 그 정적이 마음에 들지않아 문을 두드렸어. 계속 반복해서 아무말 없이 문을 두드렸어.
난 사실 이 문이 열리게 하는 방법을 아주 잘 알고있었어. 하지만 그 방법을 사용하진 않았어.
내가 아무리 문을 두드려도 그 건너편은 조용했지만 난 멈추지않았어.
문을 두드리던 주먹이 아파왔을 때 그제서야 멈췄고, 문을 열기위해 망설였던 방법을 사용했어.
그건 뭐 그렇게 대단한것은 아니야. 그냥 말한마디였지.
"아빠"
아저씨가 시켜서가 아닌 내가 자발적으로 하는.
난 아저씨가 그 말을 얼마나 듣고싶어했는지 잘 알고있었어. 단 한 단어 '아빠'
111 이름 : 이름없음 ◆ExGQrDul2E: 2014/10/02 23:03:49 ID:OXgUmCzZWfc
하지만 그 두글자는 내게는 어떠한 영향도 미치지 않았던 것 같다. 내가 망설였던 이유는 나 자신도 모르겠어. 그리고 나이가 어린 내가 관심을 받을 수있는 단순한 말을했지.
"아빠 나 배고파"
그 말까지 끝내자 맨발이 바닥에 쓸리는 소리와 함께 곧 문이 열렸어.
이번엔 활짝 웃고있었다. 아저씨는 세상을 모두 다 얻은 것처럼 얼굴 한가득 미소였어.
아저씨는 "우리딸 배고파? 미안해 아빠가 몰랐다 뭐 먹고싶어 우리슬지?"
아까의 일은 없던것처럼 아저씨는 이것저것 날 준다고 준비하기 시작했어.
난 실제로도 배가 많이 고팠고 아저씨가 차려준 것을 허겁지겁 먹었어. 아저씨는 "슬지야 그러다 체해 천천히 먹어" 그러면서 머리를 쓰담아줬고 난 그낭 말없이 먹기만했어.
123 이름 : 이름없음 ◆ExGQrDul2E: 2014/10/03 16:00:35 ID:dbEumEm6Fqc
아마 난 두려웠던 것 같아. 또 다시 이 다정한 모습에 내가 슬지가 되어버릴까봐. 내가 대답을하고, 아저씨가 다시 말을하고, 그렇게되면 난 또다시 엄마아빠를 잊어가고 완전히 아저씨의 슬지가 될 것 같아 난 아무말도 하지않고 시선은 음식에만 집중했어.
내가 나 자신이 아닌 다른 누군가가 되어간다는 느낌은 굉장히 표현하기 힘들다. 그것도 내 의도가 아닌 주변환경에 의해. 하지만 그것은 나도 모르게 변해버려.
난 아저씨가 날 다시 가둔순간 알게되었던 것 같아. '맞아 난 슬지가 아니야' 라는 것을.
126 이름 : 이름없음 ◆ExGQrDul2E: 2014/10/03 16:09:48 ID:dbEumEm6Fqc
하지만 내가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선 아저씨의 믿음이 필요했어. 그건 아주 절실했지.
그 날 이후로 난 항상 아저씨를 아빠라고 불렀어.
하지만 밤마다 난 내이름과 엄마아빠의 이름을 떠올렸고 엄마아빠의 얼굴도 잊지않게 계속해서 되새겼다.
참 웃기지않아? 가족의 이름과 얼굴을 잊지않으려하는게. 잊으려해도 잊을수 없는 것들인데도.
하지만 그 때의 난 아주 필사적이었다. 내가 그것들을 잊으면 난 아저씨에게서 슬지로 살아갈 수 밖에 없다고 생각했으니까.
그리고 난 내 자신에게 세뇌 시키려는 것처럼 '난 슬지가 아니야' 라고 끊임없이 속삭였어.
128 이름 : 이름없음: 2014/10/03 16:12:05 ID:4Ik+SntMmeo
하지만 계속해서 되뇌이다보면 어느새 다른 것과 혼동되지 않아? 게슈탈트 붕괴처럼.
나는 절실하게 기억하고 싶던 것이 있어서 계속해서 되뇌이다 어느순간 다른 걸 되뇌이고 있었고 기억하려던 걸 잊어버렸던 적이 있었는데 그 땐 패닉이었지.
난 이미 그것을 경험한 상태였어.
처음에 난 엄마아빠를 생각하며 도망쳐야 한다는것을 계속해서 되뇌였지만, 난 그것을 잊었어.
132 이름 : 이름없음 ◆ExGQrDul2E: 2014/10/03 16:25:34 ID:dbEumEm6Fqc
난 아저씨가 밖으로 나갈때마다 '어떻게 이집을 나갈 수 있을까' 를 계속 고민했어.
하지만 문은 뭔가에 가로막혀있고 창문은 너무 작았고 내가 겨우 몸을 밀어넣을수있는 창문은 나무로 못질이 되어있었어.
그걸 경험한 뒤에 아저씨가 방에 다시 가두니까 다시 도망쳐야 한다는 생각이 되살아난거야.
135 이름 : 이름없음 ◆ExGQrDul2E: 2014/10/03 16:28:07 ID:dbEumEm6Fqc
이 스레를 보고있는 사람들은 생각할거야.
'그럼 어떻게 된거야? 그 집에서 나왔다는 거야? 아니면 계속 그 집에 붙잡혀있는거야?' 라고.
난 버려졌어, 아저씨에게서.
137 이름 : 이름없음 ◆ExGQrDul2E: 2014/10/03 16:30:07 ID:dbEumEm6Fqc
어느 날 밖에 다녀온 아저씨는 나한테 소리쳤어.
"넌 슬지가 아니야" 라고.
그리고 그 말을 계속해서 반복했어.
난 아주 당황스러웠어.
아저씨는 그 말을 계속하다 날 붙잡아 질질끌고 내 얼굴을 꽉 잡고 이리저리 살펴봤어.
그러더니 절망에 빠진 표정과 목소리로 한숨쉬는 것처럼 작게 말했어.
"넌 슬지가 아니야"
그러더니 눈물을 쏟아내기 시작했지.
나보다 어린아이처럼 엉엉 소리를내며.
140
뭔가 가슴아프다
141
아저씨도 아픈사연이있겠지 모르는아이를 집에 데려와서 슬지라고부르는걸 보면.. 정말 가슴아픈 사연이 있었을 것 같아..
142
음... 뭔가 소름 끼쳐...
143 이름 : 이름없음 ◆ExGQrDul2E: 2014/10/04 14:19:57 ID:oxGIcCh4yD2
아저씨는 한참 그렇게 울다가 내 머리채를 쥐고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어. 계단을 오르고 대문을 연 뒤 드디어 난 밖에 나올 수 있었다.
해가 조금 지고있던 시간이었고 머리카락이 잡혀 아파도 난 드디어 밖이라는 생각만 가득했어.
아저씨는 날 팽겨치듯 놨고 난 바닥 위에 넘어졌어.
그리고 다시 대문이 닫히는 소리가 났고 난 그제서야 비틀거리면서 일어설수 있었어.
144 이름 : 이름없음 ◆ExGQrDul2E: 2014/10/04 14:25:04 ID:oxGIcCh4yD2
훌쩍거리면서 걷는데 주위엔 아무도 없었어.
난 그냥 계속 걷다가 한참만에 어떤 아줌마를 만났어. 아줌마는 어린아이가 머리는 산발에 신발도 안신은채 걷는 모습을 보고 많이 놀라셨나봐, 집이 어디냐고 물어보고 이것저것 묻는데 난 대답하지않았어. 그냥 머릿속엔 아무것도 떠오르지않았다는게 맞는 것같아.
아줌마는 계속 "집이 어디냐 경찰서라도 데려다줄까?" 하셨고 난 한참만에 우리동네이름을 말했어. 아줌마는 날 안아들고 대로로가서 택시를 잡아탔고 우리집 앞까지 데려다 주셨어.
아줌마는 내가 올라갈 때까지 지켜봐주려고 서계셨고, 난 멍청히 아저씨가 있던 전봇대를 한참 바라보다 비밀번호를 누르려는데 그게 기억이 안나는거야. 그래서 우리집 호수를 누르고 연결하려 했는데 호수도 기억이 안나고.
그래서 아줌마한테 우리집 호수가 기억이 안난다고 해서, 그럼 여기서 아줌마가 안아올려 줄테니까 엄마를 부르라고 하셔서 아줌마 품에서 정말 목이 터져라 엄마를 불렀어.
그런데 3층에서 불이 켜지더니 엄마가 보였어. 엄마는 날 보더니 순식간에 창문에서 사라졌고 정말 얼마 지나지않아 엄마 아빠가 내려왔어. 둘다 얼마나 급하셨는지 맨발로 내려와서 내이름을 부르면서 아줌마에게서 날 안아들었어.
그리고 울면서 고맙다고 했어. 너무 다행이라고 그리고 미안하다고.
아줌마는 어색하게 우리 앞에 서계셨고 엄마는 아줌마한테 누구시냐고 물어보고 고맙다고 하시면서 무릎을 꿇고 손을 잡으면서 울었어. 아줌마는 괜찮다고 하셨고 아빠는 다시 집으로 올라가서 경찰에 전화를 하셨다.
150 이름 : 이름없음 ◆ExGQrDul2E: 2014/10/04 14:35:45 ID:oxGIcCh4yD2
경찰은 금방왔어. 그 때 참 이상하게 생각했던게 떠올라 '왜 경찰아저씬데 경찰관옷을 안입었지?'
엄마는 날 꽉 끌어안고 계속 울었고, 경찰은 나한테 어디있었냐고 물었어.
엄마는 안에 들어가서 말하자고 내가 너무 추워 보인다고 그랬고 아줌마도 같이 올라갔어.
아마 경찰은 단순 가출로 생각했었나봐. 유괴였다면 유괴범에게서 돈을 달라는 전화가 왔을건데 없었고, 더 큰 이유는 난 재혼가정의 아이였거든.
새아빠가 싫어서 가출했을거라고 생각하셨던 것 같지만 아니였어. 난 새아빠를 금방 아빠라고 불렀고 아빠는 날 친딸처럼 사랑해주셨고 널 위해 우리는 아이를 더이상 낳지않을거라고 약속까지 하셨던 분이였어.
그런데 내가 사라지고, 아빠는 내가 남모르게 그런 마음을 품어왔나 해서 정말 마음이 안좋으셨대.
또 내 친아빠가 날 마음대로 데려갔을수도 있다는 추측때문에 친아빠를 찾았다고도 했어.
마침 연락이 자꾸 안돼서 유력하게 주목받기도했는데 내가 없어진 시간엔 회사에 계셔서 제외됬다고 하셨다.
153 이름 : 이름없음 ◆ExGQrDul2E: 2014/10/04 14:42:10 ID:oxGIcCh4yD2
난 내가 겪었던 것을 모두 경찰에 말했어.
내가 이 스레에 적었던 모든 것을.
그런데 나는 가장 중요한 것은 말하지 못했다. 아저씨의 생김새와 집의 위치.
아줌마가 날 발견한 동네 근처로 그 집의 위치를 찾으려했지만 중요한것은 내가 그 집을 전혀 기억 못한다는 것이었어. 집안의 내부구조와 내가 갇혀있던 방만 아주 또렷히 기억하고 그 이외는 어떤 동네인지, 하다못해 대문이 어떻게 생겼는지도 기억하지 못했어.
또한 난 아저씨의 나이 조차 기억못했다.
30대였는지 40대였는지 키가 큰지 작은지 말랐는지 뚱뚱한지. 아저씨에 대한 단서는 하나였어. 전봇대에서 뭘하는 것과 연관된 직업.
하지만 그것도 아저씨를 찾아내진 못했다.
그리고 이상하게 잘기억 못할 아주 사소한것은 너무나도 또렷히 기억했다. 하지만 아저씨를 찾을 수있는 결정적인 증거는 단 하나도 명확히 말하지못했다.
그리고 경찰은 유괴의 대상을 정해놓은 것이 아님에도 집이 어린 여자아이가 좋아함직하게 새것으로 꾸며져있고 자물쇠가 있다는 것을 듣고 유괴는 계획했지만 그 대상은 어린 여자아이라면 누구나 였다는점이 이상하다고했어.
그리고 내가 말한 슬지라는 이름은 그렇게 도움이 되지않았다고 했어.
158 이름 : 이름없음 ◆ExGQrDul2E: 2014/10/04 14:54:08 ID:oxGIcCh4yD2
난 그 사건이후 상담을 받았고, 상담사는 내가 "무의식중에 그 아저씨를 보호하려는 것 같다" 라는 말을 했어.
잘 모르지만 그 아저씨의 얼굴이 기억나지 않는 것은 사실이니까 또 모르지. 어쩌면 내 일부는 아저씨가 부르는 슬지가 되서 보호했는지도.
159 이름 : 이름없음 ◆ExGQrDul2E: 2014/10/04 14:55:41 ID:oxGIcCh4yD2
그리고 가장 놀라웠던 것은 시간이었어.
난 내가 거의 2주 넘게 한 3주가량 잡혀있었다고 생각했는데 내가 사라진지는 고작 12일이었어.
잘 생각해보면 난 아저씨가 "시간이 늦었다 자자" 하면 밤인줄 알고 "아침을 먹자" 하면 아침인줄 알았어. 하지만 그게 틀렸을 가능성이 아주 높았던거야.
164 이름 : 이름없음 ◆ExGQrDul2E: 2014/10/05 19:31:34 ID:dRyMeIOmbfg
그리고 경찰은 내가 그 당시에 입고있던 옷의 판매처를 찾아 내려했어. 그런데 아저씨는 아주 치밀했다. 상표를 모두 잘라버렸고 그걸 찾는데 시간이 더 소요됐어. 물론 그 판매처를 찾아 내도 아저씨를 찾아낼 순 없었지.
난 그사람이 유괴범이라는 확답을 내려줄 수 없었으니까.
결국 경찰은 아저씨를 찾지못했다.
아니 정확하겐 내가 전부 망쳐놨어.
아주 유력한 남자를 하나 찾았는데 난 그 사진을 보고도 전혀 모르겠다고 말했거든. 물론 그건 사실이었지만.
167 이름 : 이름없음 ◆ExGQrDul2E: 2014/10/06 14:09:39 ID:CuYw6O5W31A
지금 생각해보면 그 12일의 기억은 내게 아무것도 아니었지만 한편으론 엄청난 타격을 줬어.
난 그 일에 충격을 받지 않았다고 생각했지만 상담과정에선 아주 심각한 상태라고 설명하기도 했어.
이 스레를 보면 내가 어린나이에 겪은 일 치곤 너무 상세하게 적었다고 느낄수있을거야. 난 그 일을 아주 정확히 기억해. 어느 순간 느꼈던 내 감정과 감촉 그 전부를.
169 이름 : 이름없음 ◆ExGQrDul2E: 2014/10/06 14:13:24 ID:CuYw6O5W31A
하지만 그 대신 난 그 이후 기억력이 많이 감퇴했다. 마치 그 상황을 기억하기위해 미리 그것을 써버린것처럼.
우리집 앞에서 비밀번호가 기억이안나 한참을 기다린적도있고 집이 기억이 잘안날 때도 있었어.
병원에선 그게 바로 내가 느낀 정신적 충격의 증거라고 말해줬다. 난 믿지않았어.
의사선생님은 내게 유괴당한 정신적 충격을 인정시키는데 꽤 오랜시간을 들였던 기억이 나.
지금은 인정해. 기억력도 이젠 평범한 사람만큼 회복되었고. 하지만 그 당시의 난 부인했어 "난 전혀 선생님이 말한 증상이 없다. 우울하지도 죽고싶지도 않고 사람들을 만나기가 싫지않다" 고.
어느 정도였냐면, 나의 강력한 반대로 우린 이사를 가지않았어.
내가 유괴당했던 그 동네에서 초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살았어. 결국 이사를 갔지만 그때 이사간 이유는 의문의 꽃다발 때문이었어.
졸업식날 받은 우리집에 배달 온 꽃다발을 보고 엄마는 그 범인이라고 확신하면서 경찰에 신고했어. 물론 그 꽃을 보낸 사람은 찾지못했고, 카드안엔
'축하한다' 만 적혀있었어.
엄마는 그놈은 아직 이곳에 머물고있다면서 서둘러 이사했고 난 그 동네를 떠났다.
난 모르겠어. 그 아저씨가 꽃다발을 보낸건지.
173
그 아저씨가 스레주를 한편으로 정말 딸로생각했고.. 어린나이에 세뇌인지모르겠으나 적어도 잠시 아빠라 생각했다는거에 뭔지모를 안쓰러움과 다행이 느껴진다. 스레주 힘내
174
만약 그 아저씨가 꽃다발을 준거라면 ..짠하기도하고 그렇네
176
그 아저씨 나쁜 짓한 거 확실히 맞긴 한데 좀 안쓰럽고 슬프다...
181
와... 아저씨가 나쁜짓을 하게된 사연이 뭔가 굉장히 슬픈것같다..
그보다 스레주가 크게 다치지 않은것 같아 다행이고
184
레스 미안한데 아마 아저씨가 슬지가 아니야 넌 슬지가 아니야 했던건 슬지 장례식이나 지인에게 죽은걸 들은게 아닐까
185 이름 : 이름없음 ◆ExGQrDul2E: 2014/10/29 18:43:08 ID:45cbyO6C7Ls
정말 꽤 시간이 지난뒤 다시 와봤어
그냥 내가 쓴 스레를 다시 읽어보고싶어서
많은 사람들이 글을 적어줬네 고마워
또 지금의 내 상태를 걱정해준것도 고마워
다시 읽어보니 이렇다 저렇다 할 마무리를 깔끔하게 적지않고 가버린 것 같네
우선 지금의 난 평범한 사람들과 다를게 없어
감퇴했던 기억력도 회복되었어. 건망증이 좀 있긴하지만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을 정돈 아니야
187 이름 : 이름없음 ◆ExGQrDul2E: 2014/10/29 18:49:52 ID:45cbyO6C7Ls
그리고 내생각과 의사의 예상을 적자면 아저씨는 그냥 '슬지라는 아이 또래의 여자아이를 슬지로 만들고싶었다' 가 가장 유력해.
그 슬지는 아저씨의 딸일거고
아마 '죽거나 사라진것을 감당하지못하고 날 유괴한 것' 경찰도 이 가설을 가장 주목하고 슬지라는 아이를 찾기도했지만 도저히 연결성을 찾을수가 없다고 했어
물론 찾아도 그 아저씨가 감옥에가는 확률은 적었을거야
위에 적은것처럼 난 아저씨의 얼굴을 모르니까
아니 어쩌면 난 알지도 몰라 그냥 사람들에게
알리기 싫은것일지도..
짧은 시간동안 날 정말 친딸처럼 여겨준 아저씨의 사랑과 정성에 대한 작은 보답일지도
잘 모르겠어 내가 숨겨주고있는걸까
내가 나를 모르겠어 아직까지도
이 스레는 이제 정말 끝이야 확실히
마무리를 지을게
읽어줘서, 그리고 걱정해줘서
고마워
214 이름 : 이름없음 ◆ExGQrDul2E: 2014/12/05 15:06:32 ID:H9XY+PiNStE
문득 생각이나서 다시 들어와봤어
물론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다고 생각해
중학교때 친했던 내 친구도 이 이야기를 믿지못했으니까. 얼굴을 보며 지낸 사이도 못믿는데 인터넷상으론 더 믿지못했을거야
하지만 나도 내가 겪기전까지 유괴라는것은
뉴스에만 나오는 줄 알았어
자신이 겪지않은 일은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지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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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뭔가 아저씨표정이 정말 무서웠을거 같아서.... 그냥 무서워 소름돋아 ㄷㄷ
출처: 스레딕
첫댓글 좀 뭔가 복잡한기분 듦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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