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쓰는 감상평에 혹평부터 시작하고 싶진 않지만, 민망한 승리, 부끄러운 패배라고 한 줄 정리할 수 있겠다..
경기"력"만 보자면 시즌 막판까지 순위 싸움을 한 후, 플레이오프 1, 2차전 연장 승부를 벌인 후 맞은 3차전 같은 경기였다.
명승부였단 뜻이 아니고 그만큼 선수들 손발이 느리고 무뎠다는 이야기.
나름 리그에서 빠른 농구에 강한 두 팀이라고 알고 있었는데.. 상대성이론에 따라 두 팀의 속도가 비슷했으니 상관 없나
1쿼터부터 오늘 경기의 결말이 그려지는 불안함은 있었다.
속공의 팀 국민이지만, 사실은 박지수 리바운드+쏜튼 약진 돌파가 차지하는 비중이 아주 크다.
오늘 박지수는 무리하게 리바운더들 사이에서 부딪히기보다는 안정적인 백코트 이동에 중점을 두는 모습이었고
쏜튼은 템포를 조절하는 게 아니라 그냥 속도가 어느 이상 안 나는 것처럼 보였다.
평소처럼 달리면 볼 핸들링이 안 되는 모습.
상대가 이렇게 느려지면 잘 될 때의 하나은행이라면 신지현 뿌리고 강이슬 돌아다니고 고아라 흔들고 해야 하는데..
어째 선수들 발이 잘 떨어지질 않는다. 오죽하면 시즌 내내 하체 컨디션이 별로인 강아정이 안 느리게 느껴질 지경.
오늘 코트에 강계리 있었으면 빛의 속도였을 듯
1쿼터엔 그나마 파커에게 엔트리가 들어는 갔지만, 문제는 공만 넣고 사람들은 서 있다보니 (그나마 넣은 위치도 살짝 멀고)
파커가 전성기 르브론도 아니고 알아서 혼자 페이스업으로 다 해결하고 유유히 돌아올 수가 없는 노릇이다.
그것도 1쿼터뿐이었고 3쿼터부터는 자꾸 복잡한 패스길 찾다가 잔실수를 하더니, 4쿼터는 국민의 스틸 연습을 시켜주는 것 같은
줄줄이 패스미스가 나왔다. 파커에게 주면 안 될 타이밍에, 안 될 각도였고, 하다못해 주고 뛰어가는 움직임도 없었다.
이긴 국민 얘기를 길게 하기에는 국민도 사실 잘한 건 없다.
뱅크샷 3점이 두 번이나 들어갔고, 쏜튼은 또 팔꿈치 U파울 직전에 공격자 파울로 간신히 막았(?)으며
박지수는 (지쳐서겠지만) 미들슛과 골밑에서 안 움직이는 수비 시전. 강아정이 만든 찬스는 0.5개 쯤이었고
심성영은 결국 여유있게 이겼으니 망정이지 심성영 파울트러블 때가 하나은행의 역전 찬스였었다. (자멸해서 문제였지만)
염윤아가 인터뷰를 겸손하게 한 건 맞는데, 리그 1위팀이라면 하위권 팀 상대로 오늘 염윤아 정도로 MVP를 받아서는 곤란하다.
안혜지와는 달리 프리로 둘 수 없는 슈터인 심성영을 몇 번이나 놓친 하나은행 수비 실수,
먼로와는 달리 멀리서 풀어나갈 능력이 부족한 빅맨인 파커를 잘못 사용한 하나은행 공격 실수,
제쳤다 싶으면 레이업 놓치고 파울 얻었다 싶으면 자유투 놓치고 별 거 아닌 상황에 라인크로스.. 도 하나은행 실수.
이런 너무나도 어이없는 실수들 다 뺐다면, 오늘 국민 경기력으로는 5점차 정도로 하나은행이 이길 경기였다.
농구에 만약은 없다
최고 라이벌 우리은행을 상대로 그저께 혼신의 경기를 뛰고 온 국민 선수들은 이런 평이 억울할 수도 있다.
(물론 아마추어 농알못인 내 감상평을 찾아서 읽을 선수는 없겠지만)
그렇지만 플레이오프에 가면 이 정도 체력 소모는 기본이다. 유력은 하지만, 아직 국민이 1위를 확정한 것도 아니다.
졸전을 벌인 국민을 못 이긴 하나라고 말하면, 동시에 졸전을 벌인 하나를 압도하지 못한 국민이라는 말도 할 수 있다.
결국 팀 농구가 서로 안 되면 개인 기량에서 한 수 위인 국민이 10+점수차 정도로 이기는 게 자연스럽다.
국민의 대단한 13연승은 축하하지만, 올 시즌 연전 게임에서 우뱅은 국민 상대로 그리 무기력하지 않았다.
아직도 아주 살짝은 1위팀이라는 게 어색하게 느껴지는데, 그런 편견을 깨버리고 당당히 정규리그 우승을 향해 달리기를!
몇 가지 부수적인 부분만 더 얘기해 보자면.
쏜튼은 미운 털 박힌 걸까?
- 어떤 제자가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그 제자를 차별하는 것은 선생님 잘못이다.
- 그러나 선생님에 대해 학교가 어떠한 징계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선생님에게 대드는 건 100% 학생 손해다.
- 심판들도 쏜튼을 다른 모든 선수와 동일하게 바라봐 주고, 쏜튼도 심판은 상대팀이 아니라는 걸 인지했으면 한다.
중계 없는 날도 여자농구 좀 보고 옵시다.
- 심성영이 슈팅가드로 성공적으로 변신한 게 올 시즌 국민의 자랑거리 중 하나인데, 굳이 왜 자꾸 약점이라면 약점인
리딩 쪽을 강조하는지 모르겠다.
- 그런 면에서, 와이드 오픈 심성영이 3점 넣는 건 그렇게 깜짝 놀랄 일도 아니다. 근데도 자꾸 화들짝 놀라시네.
- 중계했던 경기 내용을 잘 기억하고 인용하는 건 분명 장점이지만 중계 아닌 날 경기에서 잘한 선수도 기억해 주면 더 좋겠다.
(심성영=슥점. 이렇게 외우세요.)
파커 설마...
- 내가 너무 오랜만에 봐서 그런가? 설마라고 생각하지만 태ㅇ.... 설마. 설마 아니겠지. 파이팅 괜찮던 선수인데.
- 그냥 잔부상이나 컨디션 난조라고 일단은 믿기로 했다. 한 두 경기 더 지켜 보는 것으로.
감독 책임, 감독 탓.
- 오늘같이 선수들이 말 그대로 집단 무기력으로 내준 경기는 감독 탓을 할 수 없다. 그건 너무 가혹하지.
- 오늘같이 선수들이 말 그대로 집단 무기력으로 내주는 팀은 감독이 책임져야 한다. 그건 너무 당연하지.
끝으로...
승부는 질 수도 있다. 경기도 못할 수도 있다. 그러나 투지를 빼앗긴 팀에게 봄은 오지 않는다.
덧.
여행 잘 다녀왔습니다.
미리 공언(?)한 바와 같이, 혼자서 바다 파도 소리 들으면서 앉아 있으려니까 저절로 마음이 고요해지더군요.
소장 목적으로 찍은 짧은 동영상 하나 공유합니다. ^^
첫댓글 하나은행의 오늘모습은 프로선수답지않았어요.지고있는데도 웃고있는선수들이더라구요.웃지말라는건 아닌데 화면에 웃는모습은 좀 그랬어요
오늘 경기 무기력했던 게 일시적인 집단 컨디션 난조였을 뿐이고, 우리 팀 원래 모습은 이게 아니다.. 라는 걸 다음 경기에서 증명해 보이길 바랍니다. 그게 계속 안 되면 카진님 말씀대로 프로의 투지가 없는 거고요.
@은경이 제글이 너무 지나친거같아요.괜히 제가 넘 흥분한 댓글이네요
@카진 솔직히 팬들이 오늘 경기는 실망했다고 말해도 할 말 없는 모습이었습니다.. 그 심정 이해가 갑니다.
오늘 저녁은굶어야할듯 반성의 의미로
저녁은 먹어도 굶어도 좋으니 반성은 꼭 하길 바랍니다.
아....아무리 그래도 밥은 먹어야......죠........;;;;;
영상 잘 봤어요.영상만 봤을땐 벌써 봄이 오고 여름같은 느낌마저 드네요^^
적도 근처로 간 거라 저기 겨울이 우리나라 여름이랑 비슷하더라구요. 신선한 경험이었습니다. ^^
우와 어디바다인지 알려주실수 있나요? 제마음까지 시원해집니다^^
인도네시아 북쪽 끝 섬 해안가입니다 ㅎㅎ 시원해지셨다니 좋네요 ㅎㅎ
턴오버만 비슷했어도 충분히 접전은 가능했던 경기였죠.
약팀이 턴오버 잔치에...전력으로 붙어서 지는 건 이해라도 가는데...
딱히 KB가 트랩을 잘 해서 나온 턴오버도 아니고.. 속공 잘 해보려다 나온 턴오버도 아니고..
말 그대로 그냥 실수 연발 그 뿐이었죠. 오늘 한 경기로 이 팀이 그간 보여준 리빌딩 노력이 평가절하되지 않도록 다음 경기부터 분발해 주면 좋겠습니다.
@은경이 전 하나뱅이 답은 이거 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공을 빠르게 돌려서 수비를 퍼트려 놓고 무조건 일대일 하는 겁니다.
오히려 기술적으로 나쁜 선수들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피지컬도 예년에 비해 많이 올라왔고
일대일 해서 그자리에서 스스로 슛찬스를 만들면 좋고 최소한 헬프 수비가 오게 만들어서
그 순간적은 오픈 찬스를 이용하는 거
어느 팀과 붙어도 거의 전 포지션이 높이 열세를 겪는 이팀이 해볼건 이거 밖에라고 생각합니다.
절대 공을 세워 놓고 하면 안됩니다 패턴상 돌아나올 시간을 벌기 위한 목적이라도
주고 받으면서 하든지 드리블로 횡단하면서 해야지 세워 놓고 하면 불리한 길을 만드는 거고
그럼 무리하게 하다...
@칼윈 좋은 지적이십니다. 칼윈님 댓글에 있는 모습은 잘 될 때 하나은행 플레이가 그려지는 듯하네요. 하나은행은 어느 팀이랑 만나도 공을 세워 놓고 하면 안 되지만, 특히 박지수 선수가 있는 KB랑은 그렇게 하면 정말로 못 이긴다는 게 오늘 증명된 셈이네요.
어제 회사 일로 직관 못 갔는데 다행이었습니다.
경기장에서 욕할 뻔 했어요.
팬들은 오래 기다리지 않습니다.
빼앗긴 들에 봄이 오려면 이렇게 하면 안 됩니다.
오랜 만입니다.
직관 못 간 걸 다행이라고 해야 하다니 참... 다음 경기부터는 이러진 않겠죠.
반갑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