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 날 저녁
신사/박인걸
문풍지 틈새를 테이프로 막고
보일러 온도를 적정에 맞춘 후
거실 창가에 홀로 서서
어둠이 내리는 거리를 바라본다.
헐벗은 버즘나무 가지가
지나가는 차량의 난류에 휘청일 때면
그 흔들림이 내 속까지 스며들어
삶의 애환을 할퀴고 지나간다.
영하의 바람이 머릿결을 잡아당기던 그해 겨울
단칸방 월세살이 연탄난로 하나에 의지해
세 식구는 수제비 국물로 허기를 달랬다.
연탄불 걱정에 밤새 뒤척이던 아내의 그림자가
새벽 어스름 속에 흔들리고 있었다.
손에 쥔 건 낡은 가방 하나
가슴엔 막연한 기대와 불안뿐이었고,
사다리 없는 현실의 장벽 앞에
두 주먹을 쥐었지만, 매일 무너져 내렸다.
가슴에 품었던 꿈은 부서져 사라지고
긍지와 포부마저 바람에 날려버렸다.
내 슬픈 영혼은 싸늘한 바닥에 누워
고향산천을 떠올리며 소리 없이 울었다.
오늘처럼 추운 날이면
가슴 깊이 시린 바람이 불어오는 날이면
한강 바람이 살을 깎던 노량진 언덕에
내 아픈 기억을 조용히 내려놓는다.
2025,2,6
첫댓글 추운 날 저녁
좋은시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서길순 작가님 감사합니다.
행복한 삶이 되시기 바랍니다.
좋은글 감사 합니다
시인님께서 오늘처럼 맹추위로 힘들게 하는 날...창밖으로 바라보며 그려지는 시상의 풍경을 제가 반사경을 흠춰보듯 합니다..고은 시를 추천드립니다.
다녀가신 네분의 작가분들께 감사드립니다. 행복한 추억 많이 지으시고, 고운 시로 세상을 밝히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