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론적인 이야기지만 이런 생각을 해봅니다. 결혼을 왜 하는가? 자식을 가지려고? 자손을 이으려고? 아니면 단순히 서로 사랑해서? 물론 결혼하는 당사자들과 그 부모들의 생각이 다를 수도 있을 것입니다. 부모는 자손을 이으려는 의도가 크리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당사자들은 자식에게 목적을 두기보다는 서로 사랑해서 함께 하고 싶어 결혼할 수 있습니다. 그 중에는 자식을 갖고 싶어서 결혼하는 경우도 물론 있겠지만 우선되는 것은 사랑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리고 자식은 소위 사랑의 열매입니다. 옛날에는 대를 잇는다는 것이 매우 중요했습니다. 결혼의 첫 번째 목적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다릅니다. 결혼해도 일부러 자식을 갖지 않는 경우도 있으니 말이지요. 그러니 결혼의 목적이 꼭 후손을 갖는다는 것은 아닐 수 있습니다. 세상이 변했는지 의식이 변했는지 모르겠습니다.
대단한 부자와 재산이 별로 없는 평범한 사람과의 결혼도 이야기의 소재입니다. 드라마나 영화 소설에도 등장합니다. 어쩌다 사랑에 빠지고 나서 갈등을 겪는 경우도 있지만 처음부터 마치 작전을 수행하듯 치밀하게 결혼까지 밀고 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전자는 사랑으로 갈등하고 후자는 돈으로 갈등합니다. 하나는 사랑을 지키려고 노력하고 다른 하나는 돈을 쟁취하려고 주변과 공방합니다. 어느 쪽이든 흥미를 일으킵니다. 그래서 많은 이야기들을 만들어내는 것이지요. 읽고 보는 사람들 또한 자기 자신과 대입해서 생각해보며 대리만족도 합니다. 이 세상의 이야기들 중 많은 부분이 바로 돈과 사랑 이야기 아니겠습니까?
교제하던 남자가 싱가포르 최고의 부잣집 아들이라는 사실을 전혀 몰랐습니다. 친구 결혼식 들러리가 돼주어야 한다고 참석하는데 함께 가자고 청합니다. 그곳은 엄마의 고향이기도 합니다. 이야기로만 듣던 곳이고 자기 뿌리이기도 한 곳입니다. 가고 싶습니다. 더구나 사랑하는 사람과의 여행, 이 얼마나 환상적입니까. 이런 기회가 항상 있는 것도 아닐 테고, 그러니 기꺼이 동행합니다. 미국에서 태어나 공부하고 재능과 실력이 있기에 그 젊은 나이에 대학교 경제학 교수 자리에까지 이르렀습니다. 홀어머니 밑에서 열심히 노력한 결과이겠지요. 아무튼 누구에게도 꿀릴 것 없는 자부심도 가질 수 있습니다. 사랑하는 멋진 남자도 있고 남부러울 것 없습니다.
비행기 탑승을 하였습니다. 통상적으로 자연스레 일반석으로 들어갑니다. 그런데 안내 스튜어디스가 일등석으로 인도하는 것입니다. 이게 아닌데? 괜찮아. 남자가 그대로 따라가라고 빙긋 웃으며 말합니다. 세상에! 이렇게까지 할 필요 없는데. 너무 과한 거 아니야? 자기를 얼마나 좋아하고 사랑하면 이렇게까지 대우해준다는 말인가 감격스럽기도 합니다. 도대체 얼마를 쏟아 부은 거야? 걱정되면서도 기쁘고 감사하지요. 아무튼 환상적인 여행을 합니다. 그리고 꿈에나 그리던 싱가포르 도착. 함께 공부했던 친구들도 만나고 자신의 뿌리가 얼마나 환상적인 나라요 좋은 곳인지 직접 체험합니다. 그리고 알게 된 진실, 연인인 ‘닉’이 싱가포르 최고의 부호의 자제라는 것. 이게 기쁜 일인지 어떤지 감이 잡히지 않습니다.
문제는 주변의 시선입니다. ‘레이첼이 사전에 알고 닉에게 접근한 것이 아닙니다. 또한 전혀 모르고 있었습니다. 사귀는 동안 그런 내색도 한 적이 없습니다. 그저 평범한 남자였고 서로 사랑하는 사이가 된 것입니다. 그리고 이제 기회가 되어 그의 집에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너무 차이가 나지요. 감히 가까이 가기 힘든 사람입니다. 어떻게 이런 사람과 사랑하는 사이가 되었을까 싶습니다. 그러나 이제 와서 어쩌겠습니까? 일단 멀리 왔습니다. 또 가까운 친구도 있으니 도움을 받습니다. 닉의 친구 결혼식에도 함께 가야지요. 그런데 그 전에 닉의 가족을 만나야 합니다. 닉은 가족들과 주변 사람들에게 자기 사랑을 자랑하고 싶어 합니다. 내 사랑이 미국에서 재색이 겸비된 젊은 인재라고.
두 사람의 진심과 주변 사람들의 생각은 매우 다릅니다. 특히 닉의 어머니는 매우 경계합니다. 아무 것도 없는 주제에 어떻게 감히 우리 집안 며느리가 된다는 말인가? ‘그 쪽이 우리 아들이랑 결혼할 수 있다고 생각하나요?’ 대놓고 찌릅니다. 주눅들 수밖에 없습니다. 더구나 최후의 한방을 먹입니다. 레이첼 엄마의 과거를 캔 것입니다. 딸도 몰랐던 엄마의 아픈 과거입니다. 그래서 숨기고 살았던 것이지요. 엄마가 원망스러운 것이 아니라 엄마가 가엾고 그러나 존경스럽고 감사할 뿐입니다. 그래 다 포기할 수 있어. 모두 박차고 떠납니다. 그까짓 돈에 인격까지 밟힐 수는 없는 일. 문제는 닉입니다. 그렇게 끝내려고 온 것이 아닙니다.
부자들의 삶의 모습과 그 환경을 볼 수 있습니다. 집안에서도 차를 타고 이동해야 하는 대저택과 화려한 의상 및 엄청난 규모의 잔치, 그저 그림으로나 경험해볼 수 있습니다. 일반 서민이 꿈도 꾸기 힘든 삶을 영상으로나마 경험해볼 수 있다는 말입니다. 더구나 인종차별을 뭉개버리는 돈의 막강한 힘에는 차이가 많음에도 동질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서구사회라고 별 겁니까? 돈 앞에는 동서양이 없습니다. 그래서 남 이야기 같아도 공감하면서 신나게 볼 수 있습니다. 21세기 동양의 신데렐라 이야기입니다. 영화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을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