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복수집 - 마당(낮)
복수, 정성스레 발을 씻기더니 벌떡 일어나 부리나케 방으로 간다.
뽀송한 수건을 가지고 나와 중섭의 발을 닦아준다.
그리곤 또다시 벌떡 일어나 부리나케 부엌으로 간다.
중섭, 얼이 빠져서 복수의 하는 냥만 보는데, 부엌에서 복수가 밥
상을 들고 나온다.
입을 벌린 채, 복수를 바라보는 중섭.
밥상 위엔 신선한 쌈과 생선이 놓여져 있다.
중섭 뭐하는 짓이야?
복수 점심 먹으러 왔잖아, 아빠.
중섭 ...생선두 구울 줄 알어?
복수 나 빵에서 식당일 했어.
중섭 (복수를 빤히 본다)
복수 ... (눈을 내리깐 채 상추쌈을 싼다.) 깜빵두 유용할 데가 있어, 그지?
중섭 ... (눈살) 깜빵 얘긴 하지 마. 듣기 싫어.
복수 (중섭의 입에 쌈을 넣으며) ...야채랑 생선을 많이 먹어, 아빠. 그래야, 안 아프대.
중섭 (우물 우물 씹으며 자신도 쌈을 싸서 복수의 입에 쌈밥을 넣어준다) ...너 두 아프지 마, 이 녀석아.
복수 (쌈 때문에 볼록해진 볼을 잡으며 왈칵 울어버린다.)
중섭 (깜짝 놀린다.)
복수 (바락 소리친다) 혀 깨물었잖어. (원망스런 눈으로 중섭을 보곤 또 소리 친다.)
아빠 책임이야. (그리곤 대문 밖으로 후다닥 뛰어 나간다. 웃기는짓이다.)
중섭 (어안이 벙벙)...(그리곤 미소. 밥상을 보며) 애썼네, 우리 복수.
7. # 대문 밖(낮)
중섭이 보이지 않는 뒷곁 담벼락에 서서, 여전히 상추쌈을 우물대
며 씹는 복수.
옷자락으로 흐르는 눈물을 계속 닦아댄다.
밥을 먹다말고 복수는 앞뒤 맞지 않는 말을 하고는 대문을 등지고 섭니다.
그리고는 입속의 음식물을 재갈인양 이를 꽉 물고 소리죽여 웁니다.
밥풀이 튀어나오건 말건 웁니다.
나도 웁니다.
복수처럼 엄마발도 못씻겨 드려봤고 밥상도 못 봤지만..
밥상머리를 일어서면서 울어봐서 나도 웁니다.
훌쩍 커버려 내 갈길 찾아가는 나이가 되었을때
부모님과 마주한 밥상은 한달에 다섯손가락안에 꼽을 수 있는 만큼이 되었을때
어느날
오랜만에 집에서 밥먹는 딸을 위해서 이것저것 준비하신 엄마와 겸상을 합니다.
함께 밥먹는것도 오랜만인데... 평소에 대화가 드문건 당연합니다.
이럴때는 어떤 얘기들이 나올것 같아서 밥을 빨리 먹고 싶습니다.
나는 퉁명스러운 얼굴로 그저 밥먹기에만 열중하고 있지만
엄마는 이것저것 말씀하시고 싶은 눈칩니다.
그 이것저것들 중 짧은 얘길 꺼내십니다.
"일은 할 만 하나?"
"그렇지머.."
"요새는 또 왜 그렇게 늦게 다니도.. 집에서 밥먹을 시간도 없이.."
"바쁘니까 그렇지.."
살가운 구석이라고는 없는 대답들은 더이상의 얘기가 나오지 않기를 바랍니다.
그래도 꼭 한번은 더이상의 얘기들이 나옵니다.
떠올리기 싫고 내 일이 아니었으면 하는 엄마도 하기 싫을 얘기가
여지껏 결말짓지 못한채로 자질구레하고 중요하게 남았습니다.
엄마는 선뜻 말문을 못열고.. 이래저래 맴돕니다.
그러다가 끝내는 얘기들이 나오고 맙니다.
성의 없는 대답을 하다가는 '이 얘기만 안나오면..' 할때쯤 그만은 고개가 푹 수그러집니다.
느려지던 숟가락질은 마침내는 멈추고 수저는 밥상 가장자리에 놓아집니다.
그때면 벌써 내 눈엔 가득히 눈물을 가두고 있습니다.
그 눈물이 떨어질세라 얼른 자리에서 일어섭니다.
일어서자마자 눈물이 얼굴을 구릅니다.
엄마는 나를 쳐다보시지 않습니다.
나도 엄마를 보지 않습니다.
물도 마시지 않고.. 방으로 들어가려하면 엄마는 " 밥 다묵었나.."고 하십니다.
나는 벌써 목이 메이지만, 떨리지않는 목소리를 내려 성대에 꽉 힘을 주고는 "으.."라고 합니다.
"물 안마시나..."는 엄마목소리가 들리며 방문은 닫아집니다.
방에 들어와서도 아직 다 씹히지 않은 음식을 물고 조금씩 삼켜가며..
소리죽여울때면 느껴지는 목메임때문에 더 웁니다
엄마도 아시겠지요. 분명 그 얘기가 나오면 내가 좋아하지 않는다는것도 내가 울고 있다는 것도..
그러나 나도 압니다.
방 바깥쪽 밥상머리에서는 엄마도 우신다는걸..
나는 그래서 웁니다.
양동근이 너무 실감나는 연기를 펼쳐서도, 배경으로 깔리는 음악이 슬퍼서도 아닙니다.
나도 그래봐서.. 그래서 웁니다.
그래서 나는 '네 멋대로 해라'를 봤습니다.
나도 문뒤에서 울어봤으니까 ....
기억이나서 울었으니까..
그게 내 얘기니까..
# 복수의 집- 툇마루(밤)
중섭 ...
복수 아빠 그림 잘 그리면... 나두 대학 간다.
중섭 ...(나직하게) 복수야.
복수 응?
중섭 ...왜 아빠 안 미워해?
복수 아빨 왜 미워해?
중섭 나쁜 기억 끄집어 냈잖아.
복수 ...그게 아빠가 끄집어 낸 건가? 내가 건드린 거지. ...나, 미워할 시간 없 어. 좋아하기두 바뻐 죽겠다. ...대학두 가야되는데... 바뻐 죽겠어.
우리 엄마와 난 참 솔직하지 못합니다.
부러웠습니다.
지금도 여전히 부러워만 하고 있습니다.
드라마 '네 멋대로 해라'는 나에게 많은 것들을 깨닫고 느끼게 해주었습니다.
그러나 깨닫고 느낀것들에 비해 나는 아직도 그대로 입니다...
첫댓글 막상 가장 가까운 사람과는 마음이 쉽게 열리질 않습니다...그건 마음이 너무 아프기 때문이죠...약간의 거리가 사람들을 자유롭게 하는 걸까요? 옛 기억이 떠오르네요...네멋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다 밥상머리에서 한번쯤 울어본 사람들일거에요...차츰차츰 조금조금씩 아프지않게 마음을 열어보세요...
가끔 살다가....어느 순간 뒤돌아보기....하면...저 먼 발치서 몇 명정도는 내 발자국들을 걱정스러운 얼굴로 갸늠하고 있겠지? 생각의 끝엔...가쉬미 시큰한 막막함이 있는데...오푸아는 그냥 외면했었거덩...그렇게 걸어왔거덩...'넌 그러지 마'라는 말은 못 하겠고...그렇게는 못하겠지만, 그래두 그래두..
먼 발치 저 너머에 아직도 서 있는 그들에게 줘어야 할 몇 가지쯤은 주면서 살아가는게 맞지 않나 싶다. 그리고 그 노력이 참 아픈데도, 해봐야 할 건덕지가 있는거....맞다고 본다. 에구~ 이쁜넘...^^*
......................................(아뇨님... 크롬이가 "넘"이란다 저거 끝까지 "이"자 안 붙치네 니 진짜 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