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이르면 이번 주 대폭적인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해제 방안을 공개할 예정이라고 여권 고위 관계자가 18일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날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정부가 비수도권을 중심으로 그린벨트를 대거 해제한 뒤 기업이 많이 입주할 수 있도록 토지 규제를 개선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며 “세부 안(案)이 거의 완성 단계에 있다”고 전했다.
다른 여권 관계자는 “첨단국가산업단지 육성 등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추진 중인 사업들이 불합리한 토지 규제에 가로막혀 있다”며 “꼭 필요한 곳에 원칙 있는 해제를 한다는 기조 하에 관련 개선안이 곧 나오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그린벨트 규제 완화는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5년 5월 이후 8년 9개월 만으로, 전국을 권역으로 해제 구상을 밝히는 건 1971년 그린벨트가 처음 도입된 이후 사실상 처음이다.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국책·공공 개발사업 등 공공성이 인정되는 개발사업을 추진할 때는 환경평가 1·2등급지라도 그린벨트 해제를 허용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그동안 보전 가치가 큰 1·2등급은 개발제한구역 해제 자체가 불가능했다.
여권 관계자는 “지방은 소멸 위기에 놓여 있는데도 50여년 전 기준으로 ‘무조건 보호해야 한다’는 논리는 결국 지역 발전에 해가 된다”라며 “보전할 필요가 있는 지역은 더욱 철저히 관리하되, 해제가 가능한 곳은 과감히 개발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또 국가적으로 시급한 산업단지에는 그린벨트 해제 패스트트랙(신속조사)을 도입할 계획이다.
절차 간소화를 통해 길게는 수년씩 소요됐던 해제 결정까지의 시간을 단축하겠다는 구상이다.
여권 관계자는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하거나 환경영향평가 등 절차를 단축하는 방안 등을 두루 검토하고 있다”며 “재정 및 세제 지원도 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국가 전략사업이나 지역 현안사업은 해제 가능 총량에서 제외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그린벨트 해제 가능 총량은 지방자치단체가 그린벨트를 해제할 수 있는 총면적을 뜻한다.
그린벨트 해제 총량 제외 문제는 그동안 지자체장들이 줄기차게 요구해온 사안이다.
예를 들어 군 공항을 옮기는 데 그린벨트 해제 총량을 소진하게 되면, 정작 첨단산업단지를 만들 수가 없다(광주광역시)는 등의 이유에서다.
여권 관계자는 “해제 대상 그린벨트는 서울 행정 경계를 따라 분포한 그린벨트보다 지방의 첨단국가산업단지와 주요 산업 지역에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정치권에선 이번 그린벨트 해제 방침엔 총선을 50여일 앞둔 여권의 선거 전략적 성격이 없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포의 서울편입 등 소위 ‘메가시티’ 구상, 의대 입학 정원 대폭 확대에 이어 총선용 민심을 겨냥한 정책 카드가 아니냐는 의미다.
야당 일각에서 제기되는 이같은 문제제기에 대해 익명을 원한 여권 관계자는 “그린벨트 해제는 토지 규제 개선 차원에서 이뤄지는 것”이라며 “지난해부터 여러 의견을 수렴하면서 꼼꼼히 준비해 온 사안”이라고 말했다.
현일훈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