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1950년대 이후 북을 봉쇄해왔지만, 그 나라의 핵무장을 결국 막지 못했다. 미국의 매파들은 이제 김정일과 대화해야 한다." (뉴스위크 최신호, 23일자 칼럼)
백악관이 '저녁식사 테이블에서 말썽부리는 악동' 등의 표현을 써가며 잘못을 저질렀으니 벌을 받아야한다는 식으로 감정적인 분위기를 몰아가고, 한국 언론들도 백악관이나 라이스 회견 등을 그대로 받아쓰며 대북 제재 분위기에 한몫하고 있는 가운데, 오히려 미국 내에서는 어리석은 대응 말고 대화로 해결하라며 따끔하게 충고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94년 북핵 위기 당시 대통령 특사로 북을 방문, 평화 중재자 역할을 했던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이 포문을 열었다. 카터 전 대통령은 북의 핵실험 직후인 10일부터 뉴욕타임스,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 등에 연속 기고를 통해 북미 대화를 통한 평화적 해결을 강조했으며, CNN과의 인터뷰에서는 "지금은 1994년 상황의 재판이 돼가고 있다"면서 "북한과 미국 모두 매우 높은 수준에서의 직접 대화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카터 전대통령은 또 지난 2001년 조지 부시 대통령이 이라크, 이란, 북한을 '악의 축'으로 언급한 것은 실책이었다면서 "미국이 이라크를 공격하자마자 북한이나 이란이 '다음은 우리 차례'라고 생각하는 것은 당연하며, 만일 이라크에서 우리가 심각하게 좌절하지 않았더라면 미국은 이미 두 나라 중 어느 한 나라에 군사 조치 같은 것을 취했을 지도 모르는 일"이라고 말했다.
카터 전 대통령, "미국 압박 중단하면 북도 핵 포기할 것"
북한은 △ 미국이 자신들을 공격할 계획이 없고 △ 50여년 지속된 경제적 제재가 해제될 것이며 △ 미국의 방해 없이 이웃 국가들과 자유롭게 협상할 수 있다고 확신할 경우 핵무기 개발 노력을 포기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해결책을 제시했다.
공화당 안의 동북아 통인 도널드 그레그 전 주한대사는 “핵 위기 상황은 미 행정부가 북한과 직접 대화했다면 풀릴 수 있는 문제”라면서 “미국이 전 세계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유 중 하나는 외교를 ‘선행’에 대한 보상쯤으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는 김대중 전 대통령과의 인터뷰를 통해 "제재가 아니라 대화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는 김 전 대통령의 목소리를 지난 13일 인터넷판에 실었다.
김 전 대통령은 뉴스위크 인터뷰에서 "미국이 북한과 대화를 거부해온 것"을 핵 위기의 원인으로 지적하며, "우리는 핵에 반대하지만 또다른 전쟁이 한반도에서 일어나는 것을 용납할 수 없기 때문에 미국이 군사적 조치를 고려해서는 안된다"고 말해 끝까지 북과 대화로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23일자 최신호에서 북의 핵 위기를 특집으로 다룬 뉴스위크는 최신호 칼럼을 통해 "미국은 1950년대 이후 북을 봉쇄해왔지만, 그 나라의 핵무장을 결국 막지 못했다"면서 미국의 매파들이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대화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뉴스위크, "북미 직접 대화만이 해법"
뉴스위크는 이밖에도 한국 사정을 잘 아는 다양한 전문가들의 의견을 실었다. 대부분 제재가 아닌 대화를 주문하는 목소리들이다.
97년에서 2000년까지 주한 미국대사를 지낸 스티븐 보즈워스 전 대사는 "지난 수십년동안 북을 대해오면서 우리가 배운 것이 하나 있다면, 북은 압력을 가했을 때 결코 긍정적인 반응이 나오는 나라가 아니라는 것"이라며 "북이 무엇을 원하는지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그것은 6자회담 틀이 아닌 북미 직접 대화이며, 북과 끈기있게 대화를 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90년대 초 유엔 식량구호 프로그램에 참여해 평양에서 2년을 보냈고 현재 영국 워윅 대학의 국제관계학 교수인 헤이즐 스미스는 "미국이 제재를 강화하더라도 중국과 한국이 제재에 동참하지 않는 한 성공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이제 6자회담 참가국들은 북미 직접 대화를 원하고 있다. (제재의) 나사를 풀면 북은 핵을 포기할 것이고, 그것이 바로 진정한 외교"라고 말했다.
한스 블릭스 전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도 18일 스웨덴 라디오와의 인터뷰를 통해 북한 핵실험과 관련한 제재와 군사행동 위협이 북한의 추가 행동을 유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블릭스 전 단장은 과거 북한이 위협을 받을 때마다 오히려 긴장을 고조시키는 방향으로 해법을 찾아왔다며 북한의 핵실험과 관련, 북한에 대한 강경 제재가 추진되고 있는 현재 상황은 매우 위험하다고 주장했다.
북에 대해 어느 정도라도 아는 미국 내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강경론은 실제 그리 많지 않다. 강경론을 썼을 때 북이 수그리고 나오는 나라가 아니라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핵 실험에 대한 응징으로 대북 제재를 추진하는 미 행정부의 목소리가 감정 일변도인데 반해, 그나마 이성적으로 외교적 해법을 주장하는 전문가들의 목소리가 더욱 설득력을 얻고 있는 시점이다.
첫댓글 지난 2001년 조지 부시가 이라크, 이란, 북한을 '악의 축'으로 언급한 것은 실책이 아니라 우리를 한 번 건드려보라는 시비였지요..그래야 전쟁을 일으켜 무기를 팔아먹지 않겠습니까..
미국도 북한이 그리 위협적인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그러면서도 북한을 강하게 압박하는 미국의 속셈은 통일을 방해하고 남한을 견재하면서 무기장사를 위한 액션으로 보여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