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성에 가면(2)

[티무르]

전편의 주요장면 (내가 생각해도 대단한 팬서비스!)
1) 이메일 주고받음
2) 엘에이이너네셔날에어포트에서 ‘티므르 환영` 써들고 기다리는 슈퍼맨
3) 조우
4) 할리우드산 달리기
5) 해장국 먹기

<전편의 마지막 장면>
고추기름 진하게 풀어서 괴기, 내장, 선지, 뼈 고은 국물 가리지 않고 냅다 퍽퍽 먹어치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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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날 일정에 차질이 생겨 오후가 텅 비게 되었다. 놀 수는 없고 그 시간에 샌디에고에 있는 바이어를 방문하자는 생각이 들어 차삯을 물어보려고 슈퍼맨에게 전화를 했다.

“샌디에고 택시 왕복 얼마쯤 될까.”
“옐로우 캡은 한 오백불, 한인택시라도 삼백오십불은 줘야 할 걸.”
“반나절이면 되는데 생각보다 비싸군.” 좀 갈등이 생기고 있는데,
“가만 있어라… 그래 바람도 쐴 겸 내 차로 갔다오자.”
“야 이거… 그래도 되냐?”

이제 티무르, 감격 수준까지 가버렸다.
슈퍼맨이 결코 한가한 사람이 아니다. 현지 한인신문의 부동산 광고란에 매일 커다랗게 얼굴이 나오는 초A급 부동산 세일즈맨(표현이 맞는지?)인데 내가 이런 대접을 받는다. 단지 58멍이라는 이유로.

샌디에고로 가는 도중 바다 - 그러니까 태평양 – 구경을 하자며 휴게소에 잠시 쉬었다. 많은 갈매기들이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고 바로 서너 걸음 앞에서 까르륵까르륵거리며 낮게 날고 있다. 이렇게 가까이서 갈매기를 보는 것도 처음이다. 리처드 바크였던가 ‘갈매기의 꿈`에서는 사진 탓이었는지 갈매기가 사뭇 외경스럽기까지 했는데, 왜 하늘도 바다도 아닌 고속도로 옆의 차가운 콘크리트 위를 날고 있는지. 갈매기들아, 예서 뭣들 하고 있냐. 높이 날아야 멀리 본다지 않냐.

가며오며 차안에서 깜박 잠이 들었다가 깨서 미안하다고 하니 웃으며 더 자란다. 슈퍼맨은 지난번 LA마라톤 참가기에서 보듯 시간은 네 시간이 넘지만 하와이대회에도 참가한 열성파다. 연습도 성실하게 하고. 기록에 큰 욕심이 없고 일년쯤 후에 네 시간 안쪽에 드는 것이 목표란다. 참 소박하다.

또 세계 여러 도시에서 열리는 마라톤대회에 부인과 같이 다니면서 마라톤도 하고 구경도 하는 것이 꿈이라더라. 평양에서 마라톤대회가 열리면 제일 먼저 신청하겠다고도 했고. 여유있고 건전하게 사는 것 같아 보기 좋았다. 그리고 58멍 친구들 내년 3월 LA마라톤대회에 많이 참가하면 좋겠고, 여럿이 같이 뛰고 슈퍼맨 차로 여기저기 구경시켜 주겠다던데. 어디라더라?
‘그랜드 캐년`? ‘그년도 개년`? 하여튼 멋진 데가 있다던데.

덕분에 상담 잘 마치고 돌아와서 같이 저녁식사를 했다. 소주 한 병과 맥주 한 병을 마셨는데 슈퍼맨은 소주 반 잔, 맥주 반 잔을 마셨다. 교회에 다니는데다 원래 술을 별로 안한단다. 20년 동안 서너번 마실 정도였고 이것도 몇 년 만에 마시는 것이란다. 오오, 그의 파계 나의 영광.

LA를 떠나는 사흘째 오전, 슈퍼맨은 또 호텔로 와서 공항까지 데려다 주었다. 연 사흘째 풀코스 봉사인 셈이다. 거기다가 자신은 술을 안마시니 필요없다며 조니워커 골드 18년(뇬이 아님. 어째 평생 할 욕을 여기서 다하는 것 같다)짜리를 주며 다음 모임에서 멍들과 같이 마시란다. 고맙다고 또 받았다. 며칠 사이 받는 것에 이력이 붙었다. 그리고 시간이 짧음을 서로 아쉬워하며 헤어졌다.
슈퍼맨, 정말 고마웠다.

어화 벗님네들아
나성엘 가자
나성에 가면
그가 있다



덧붙임 : 이 조니워커를 전군 끝나고 딸까? 평창 정모 때 같이 마시는 게 낫겠지?
개인적으로는 지난번 빠이주 멤버들은 끼워주기 싫은데… 나 한번 삐지면 엄청 오래 가거덩.

[빛고을]

잘 같다 왔구나. 술 떡본김에 제사 지낸다구 빨리 먹어버리자.

[돌수]

방금 슈퍼맨과 통화(?)했는데 티물이 이뻐서 그런게 아니고 58멍 전부에 대한 정나눔 이었다고 허노만. 우리대신 받은거 빨리 빚 갚아라. 요즘 빚 떼먹으먼 어떤지 알지...

[슈퍼맨]

티므르야~~너랑 시간보내니 나도 참 즐거웟는데.. 대댄한글까지 올려주니 황송하구나. 이럴줄 알았으면 더잘해주었어야 돼는데.....작은일을 크게부풀려쓰는 너의글솜씨가 빛난다. 햐여간.. 매일 멍클럽에서 만나는 우리58멍친구들... 오랜 고향친구 같으니... 미국의관문인 LA 오면 같이한번 달려보자..

[Paul]

띠물, 그 술 내가 서울 다시 갈때까정 잘 보관혀.^^ 이론, 돌 날라오는 거 좀 봐...ㅋㅋㅋ

[애주]

조니워커 전군때까지 잘 관리 안하믄~~. 티물오빠 뒤집어 엎을거얌!!!글고 빠이주 멤버는 당근 열외..

[김정도]

와~멀미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