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바뀌고 한 달이 지나는 무렵이다. 새해 첫날이 일요일이었기에 1월에 일요일이 다섯 번 들었다. 29일 일요일 오후였다. 나는 시립도서관을 나가려다 방향을 바꾸어 용지호수로 갔다. 롯데아파트 아래쪽 볕바른 잔디밭에는 반려동물 동호인들이 견공을 데리고 산책을 나와 있었다. 그들은 강아지에다 알록달록한 옷을 입히고 신발까지 신긴 경우도 있었다. 살랑살랑 꼬리를 흔들며 뛰놀았다.
나는 호숫가를 한 바퀴 거닐 요량으로 산책로 따라 걸었다. 호수공원에는 몇몇 시민들이 겨울 햇살을 쬐며 걷기를 즐겼다. 춥다고 실내서 웅크리고만 있으면 안 된다. 바깥바람을 쐬며 몸을 부지런히 움직여야 한다. 요즈음은 육신의 건강도 중요하지만 영혼의 건강도 잘 챙겨야 한다. 몸이 아프면 병원을 찾거나 약국으로 가면 된다. 마음이 불편하면 난감해진다. 마음을 잘 추슬러 다독여야한다.
호수 구석진 곳을 돌아갈 즈음 웬 목탁소리와 염불소리가 들려왔다. 내가 나아가는 방향 앞에 한 스님이 삼보 일 배를 하고 있었다. 비구니로 짐작 되는 분이 세 걸을 떼고 한 번 절을 올렸다. 그 뒤 한 스님이 목탁을 두드리며 관세음보살을 연달아 외며 따랐다. 그 다음엔 한 여신도가 세 걸을 떼고 두 손을 모아가며 뒤따라 걸었다. 아마 사회 이슈가 아닌 개인의 간절한 염원을 비는 듯하였다.
나는 기도 행렬을 앞질러 호수를 한 바퀴 돌아 중앙고등학교 앞으로 갔다. 건물 벽면에는 학교를 빛낸 얼굴의 이름들이 걸려 있었다. 사법고시 통과와 유수의 대학을 진학한 졸업생이 있다는 내용이었다. 나는 아파트단지를 지나 중앙동으로 건너갔다. 나는 기능대학 후문에서 도심 속 거님 길로 들었다. 교육단지 뒤부터 시티세븐까지 숲이 대상공원이다. 휴일 낮인지라 시민들이 간간이 보였다.
창원실내체육관이 내려다보이는 지점 대상공원 전망대를 설치하는 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높이가 꽤 되는 구조물이 세워지고 있었다. 전망대 공사 전에 나는 둥근 바위가 있는 곳에 앉아 묵상에 잠겨 보기도 했다. 공사현장을 지나면 창원과학관이고 길 건너는 충혼탑이다. 나는 창원과학관 못 미쳐 편백나무 숲으로 들었다. 근래 응달의 편백나무 조림지에다 산림욕장을 개설한 산책로가 생겼다.
편백나무 숲을 빠져 나오니 창원과학관 입구였다. 길 아래는 창원궁도장이었다. 궁사는 떠나고 과녁 주변에 한 아주머니가 화살을 주워 모았다. 나는 궁도장 아래로 내려가 창원종합운동장 보조경기장을 한 바퀴 걸었다. 나처럼 산책 나온 시민이 있었다. 나는 종합운동장과 실내체육관 사이로 빠져 만남의 광장으로 갔다. 경륜이 있는 주말이라 경륜장을 찾아온 이들이 타고 온 차들이 그득했다.
만남의 광장에는 롤러스케이트와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이 더러 보였다. 그 가운데 아이들이 많았다. 도서관에서 책을 읽는 모습도 좋지만 바깥에서 활기차게 뛰노는 아이들도 보기 좋았다. 컴퓨터 앞에 웅크려 게임을 하거나 텔레비전 앞에 앉아 있는 아이들보다 얼마나 좋은가 싶었다. 나는 그들을 한동안 바라보다 신호등을 건너 반송시장으로 갔다. 설날이 지난 시장은 일요일인지라 한산했다.
나는 시장의 노점 이곳저곳을 기웃거렸다. 과일 가게도 엿보고 떡집도 들여다보았다. 설날이 지났지만 곧 정월대보름을 앞두고 재래시장은 또 한 번 붐비지 싶었다. 나물거리도 나오고 호두나 땅콩 같은 부름도 나올 것이다. 시장골목을 누비다 내가 사는 아파트단지로 들어섰다. 내가 집을 나선지 두어 시간이 경과되었다. 운동량이 땀을 흘린 정도는 아니지만 몸이 가뿐해진 산책 걸음이었다.
집 근처 횡단보도를 건넜다. 맞은편에서 낯익은 사람이 인사를 건네 왔다. 나하고 같은 아파트 같은 동 같은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는 분이었다. 나는 맨 꼭대기 15층이고 그분은 가운데 8층에 살고 있다. 도교육청 사무관으로 근무하는 분으로 나하고 같은 문학동아리에서 가끔 얼굴을 뵙기도 한다. 산책을 먼저 마친 나는 집으로 가는 중이고 그분은 산책을 나서는 길이었다. 잘 다녀오세요. 12.0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