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 정신력이 약해서?
2017년 10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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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윙스 그리고 정신질환
누구나 살면서 한번은 아프다. 성인 4명 중 1명은 정신질환으로 아프다.
그러나 주변을 둘러보면 다들 괜찮아 보인다. 다들 행복해 보인다.
그래서 그 4명 중 1명이 내 친구는 아니겠지, 내 가족은 아니겠지, 내 동료는 아니겠지 싶다.
정신질환의 평범성
사진 출처,보건복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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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부 정신질환 실태 역학조사
보건복지부는 매년 정신질환 실태 역학조사를 발표한다. 가장 최근 발표된 보고서에 따르면 성인 4명 중 1명이 평생 한번 이상 정신건강문제를 경험한다.
이 발표에서 조사한 정신질환은 흔히 '우울증' 이라 알려진 주요우울장애, 공황장애와 강박장애 등이 포함된 불안장애, 사건사고 기사에 자주 언급되는 조현병, 그리고 알코올 중독이라고 불리는 알코올 사용장애 등이 있다.
'약해빠진 놈'
사진 출처,ANDREW WONG / GETTY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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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은 감정을 조절하는 뇌에 기능에 문제가 생기는 질병이다.
정신질환에는 고정관념이 자주 따른다.
정신력이 약해서다, 관련 진료 기록이 있으면 취업에 지장이 있다, 정신질환자는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높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의 결론만 참고하자면 대부분 고정관념은 사실이 아니다.
우울증은 감정을 조절하는 뇌에 기능에 문제가 생기는 질병이고, 실제 정신장애인의 범죄율은 정상인 범죄율의 10분의 1도 되지 않는다. 또 정신질환 관련 진료는 의료법에 의해 엄격히 보호되기 때문에 본인의 동의 없이 조회할 수 없다.
하지만 고정관념을 깨기는 쉽지 않다. 인간의 경험은 필연적으로 극히 제한된다. 또 학계 연구에 따르면 고정관념은 정보처리에 들어가는 에너지를 줄여 우리가 세상을 더 단순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사진 출처,보건복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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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부 '바르게 바라보기' 캠페인
정부와 지자체는 정신질환을 둘러싼 편견을 타파하기 위해 다수의 교육 프로그램 및 캠페인을 실행하고 있지만, 정신질환을 둘러싼 오해는 아직 만연하다.
대다수 환자들은 이렇게 정신질환에 대한 사회적 이해도와 수용도가 낮은 탓에 치료를 적극적으로 기피한다.
사진 출처,WILLIAM 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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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보건기구 정신건강 시행 계획
세계보건기구 보고서는 우울증이 '3천 만명 이상이 겪고 있는 병'임에도 불구하고 '환자의 50% 이상이 효과적인 치료를 받지 않거나 못하고 있으며 그 중 대다수 나라들에서는 환자의 90% 이상이 치료를 받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경우도 전체 정신질환자 중 27.2%만이 의사나 정신과 전문의의 상담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치료를 받지 못하는 정신질환자들은 상태가 점점 악화되고 그것은 모두가 감당해야 할 사회적 비용으로 되돌아온다.
털어놓기 쉽지 않은 정신질환을 전국민에게 고백한 유명인들이 있다. BBC 코리아는 정신질환을 겪은 사실을 고백한 유명인들의 이야기를 통해 정신질환에 대해 알아봤다.
스윙스
사진 출처,JUST MUS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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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윙스
스윙스는 한국에서 가장 인지도 있는 힙합 가수 중 한명이며 힙합 음악의 대중화에 큰 역할을 한 아티스트이기도 하다. 그는 어렸을 적부터 강박증, 조울증, 외상후스트레스장애 등을 겪고 최근에는 정신질환으로 의가사 제대까지 했다.
우울증은 결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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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윙스 인터뷰 중
"한국에서는 정신질환을 의지박약으로 보고, 의지가 약한 걸 결함으로 인식해요."
"그리고 만약에 그런 결함이 알려지면, 그 사람의 가치가 평가절하되죠."
정신질환에 걸리면 정신력이 약한걸까? 무시 당해도 마땅한걸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니다. 정신질환은 정신력, 결함, 약하고 강함 따위와는 무관한 '병' 혹은 '증후군'이다. 세계보건기구 (WHO), 미국 국립의료원 (NIH), 한국 보건복지부 등 많은 기구 및 기관들은 우울증을 비롯한 정신질환들을 '질병'으로 정의하고 그에 대한 연구를 매년 발표하고 있다. 예로 세계보건기구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우울증을 통제할 수 있는 감정이 아닌 질병 (disease) 그리고 장애 (disorder)라고 정의했으며 효과적인 치료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우울증에 대한 일반인들의 인식은 의학계의 중론과는 다르다. 최근 발표된 "국내 우울증의 질병부담과 치료현황," "일반인의 우울증 태도에 관한 연구" 등 에 따르면 대부분 사람들은 여전히 우울증이 의학적이 아닌 심리적 원인에 의해 발생한다고 이해하고 있다.
'우울증'의 무분별한 남용이 낳은 상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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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윙스 "감정기복 II Part.1 : 주요 우울증" 앨범 커버 사진
"사람들은 우울감을 느낄 때, 바로 '야, 나 우울증 (depression) 있어' 라고 해요. 의사한테 가본 적도 없고, 우울증을 진단 받은 적도 없으면서요. 자기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를거에요. 그런 말들은 제가 느끼는 감정을 과소평가하는 거에요."
우울감과 우울증. 무엇이 다른 것일까?
의학전문 웹사이트 '웹엠디 (WebMD)'는 그 차이를 괴로움을 스스로 털어내고 나아질 수 있느냐 없느냐에 둔다. 슬픔은 누구나 때때로 겪는 감정이지만, 우울증은 상담이나 약물치료를 거쳐야 나아지는 병이라는 것이다. 며칠 안에 슬픔이 사그라 들었다면 그것은 인간이 아주 자연스레 느끼는 감정에 불과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우울감이 지속되고 사회생활에 지장을 주기에 이르렀다면 그것은 단순한 감정이 아닌 병, 우울증일 가능성이 크다.
이 우울감과 우울증을 혼동할 때 자주 일어나는 오해가 '툭툭 털고 일어나면 되지 않느냐' 하는 것이다. 그러나 우울증은 우울감과 달라 혼자의 힘만으로 극복하기 힘든 증후군이다.
영국간호협회 기관지인 Nursing Times는 우울증이라는 단어가 남용되면 자연스러운 감정인 슬픔이나 근심까지도 억제시킬 수 있고 관련 약이 필요보다 과처방되는 상황을 일으킬 수 있다고 말한다. 전문가들이 우울감을 솔직히 털어놓는 것도 좋지만 자연스러운 감정이 필요보다 심각하게 여겨지는 것도 우려해야 한다고 말하는 이유다.
정신'장애'의 기준이 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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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정말 장애가 있다면 왜 나를 군대로 보낸거지?"
"얼마 전에 가사에도 썼는데, 의사들이 대부분 저를 '장애'가 있다고 판단해요. 한국에서는 제가 가지고 있는 강박증 (Obsessive-compulsive disorder. OCD)가 강박'장애'로 분류되거든요."
"내가 정말 장애가 있다면 왜 나를 군대로 보낸거지?"
보건복지부는 정신질환자의 현재 치료 상태, 최초 진단시기, 상태(impairment), 정신질환으로 인한 정신적 능력장애(disability) 상태 등을 확인해 정신장애 등급의 종합적인 판정을 내린다. 여기서 능력장애는 적절한 음식을 섭취할 수 있느냐, 대소변관리가 가능하느냐, 자발적이고 규칙적인 통원 및 약물 복용이 가능하느냐 등을 가늠해 측정한다.
스윙스가 겪은 강박장애는 강박적 사고 (obsession) 및 강박 행동 (compulsion)을 특징으로 하는 정신질환인데, 이 역시 보건복지부의 정신장애 등급 판정 기준에 따라 장애등급 여부가 갈린다. 장애등급을 받게 될 경우 1급 1호에서부터 3급 4호 사이의 장애정도를 진단 받게 되는데 1급과 3급 사이의 정신장애의 경우 일반적으로 전시근로역인 5급과 병역면제인 6급 사이의 병역 처분을 받는다. 하지만 치료를 통해 상태가 호전됐거나 큰 불편함이 없을 것이라고 판단되는 경우 현역 판정을 받기도 한다.
상담 및 치료 비용
사진 출처,CHRIS HONDROS / GETTY 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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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 그리고 상담비용은 실제로 얼마나 들까?
"정말 (정부가) 가격을 낮춰야해요. 저도 가끔 망설여요. 너무 비싸요."
"제 느낌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관심이 없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저 같은 사람들이 더 목소리를 내야하는 거고요."
진료 및 상담비용은 실제로 얼마나 들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천차만별이다. 우선 대학생의 경우 각 대학교 학생상담센터, 청소년의 경우 각 지역 청소년상담복지센터 혹은 Wee 센터, 그 외의 사람들은 정신건강증진센터 혹은 건강가정지원센터를 이용하면 무료 상담을 받을 수 있다. 무료 상담이 아닌 병원 외래 진료를 선택한다면 국립의료원 기준 초진 10,040 원, 재진 6,880 원의 비용으로 진료를 받을 수 있고 (건강보험 적용시)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의 경우는 1,000원에서 2,000원정도의 비용으로 진료를 받을 수 있다. 이 두 방법이 아닌 한국상담심리학회 및 민간 상담심리사에게 받는 상담의 비용은 1회 50분에 8-15만원 선을 웃돌며 유명 상담사가 속한 병원 혹은 민간 센터의 경우 가격이 그 두배가 넘는 경우도 많다.
정신질환은 보험 적용이 안되는 것 아니냐고 물을 수 있다. 하지만 정신질환은 공적 보험영역에서 의료급여, 산재보험, 건강보험 등을 통해 보장되고 있다. 또 사적 보험영역에서는 어린이 보험, 치매 보험 등을 통해 보장된다. 실손의료보험의 경우도 2016년 1월 이후 가입시 정신질환을 보장대상에 포함해, 치료목적 확인이 가능한 일부 정신질환 진료 시 급여부분의 법정본인부담분이 보장되고 있다.
음악으로 위로 받는 영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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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윙스가 스튜디오에서 작업을 하고 있다.
"저한테 그랬어요. '넌 음악이 아니였다면 미쳤거나 감옥 안 범죄자가 됐을거야'라고요.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음악은 정말 저를 저로부터 구제해줬어요."
"우원재, 걔도 저한테 자신의 문제들에 대해 말해줬어요. 진심이라고 느껴졌어요. 진짜는 진짜를 알아보니까요."
"하루종일 Pharrell Williams 의 Happy 를 틀어놓기도 했어요."
음악은 많은 이들에게 위로를 선사한다. 최근 힙합 경연 프로그램인 Show Me The Money 6에 참가해 우울증, 심불안장애, 공황장애가 있다고 밝힌 우원재를 두고 온라인 상에서 그의 고백이 위로가 된다는 의견도 있었다. 음악은 어떻게 우리를 위로하는 걸까?
2011년 영국 정신의학회지(British Journal of Psychiatry)에 실린 한 논문에 따르면 음악이 정신질환자들로 하여금 새로운 미적, 신체적, 관계적 기회를 제공함으로서 그들의 정신건강을 증진하고 겪고있는 질병을 극복하는데에 도움을 준다고 한다. 청취자가 음악을 들을 때 악기 연주에 집중하는 "적극적인 활동 (active doing)" 을 하는데, 이것이 우울증과 관련된 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아무 음악이나 듣는 것은 경계해야 할 지도 모르겠다. 웨스턴 시드니 대학의 한 연구에 따르면 슬픈 음악은 부정적인 생각이나 슬픈 기억을 자극해 우울증의 증세를 악화시키는 것으로 드러났다.
스윙스가 언젠가 신나는 팝송인 Pharrell Williams 의 Happy 를 하루종일 틀어놓았다고 말한 것도 그 때문이 아닐까.
환자들에게는 의사가 필요하다.
사진 출처,JOE RAEDLE / GETTY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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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정신질환은 간단한 약물치료를 통해 호전될 수 있다.
4명 중 1명이 정신건강문제를 경험한다면 당신 혹은 당신의 친구, 가족, 동료, 지인도 당사자일 수 있다.
대부분의 정신질환은 간단한 약물치료를 통해 호전될 수 있다. 더 큰 문제가 되기 전에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누군가가 당신에게 정신질환은 정신력이 약해서 걸리는 것이라고 한다면, 그대로 놔두면 지나가는 환절기 증후군 같은 것이라고 한다면, '아프니까 청춘'이라고 한다면 이 기사를 보여줘라.
부정적인 용어
사용하지 않기
부) 우울증
긍) 즐겁게 살기
우울증 원인: 몸에 사는 미생물? - BBC News 코리아
우울증 원인: 몸에 사는 미생물?
2018년 4월 29일
우울증. 마음 혹은 의지의 문제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최근 몸에 사는 미생물이 우울증을 비롯한 정신 질환의 원인일 수도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미생물이 우리 뇌를 바꾸고 있다
의학 용어로 마이크로바이옴(microbiome)이라 불리는 미생물은 고세균, 박테리아, 효모, 곰팡이 등을 포함한다.
과학자들은 이 미생물들이 육체적 건강뿐 아니라 우울증, 자폐증, 신경 퇴행성 질환을 유발하여 정신적 건강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근거들을 내놓고 있다.
시험 혹은 면접 전 긴장을 하면 속이 울렁거리듯 정신은 신체에 큰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이제는 반대로 몸 상태가 정신에 끼치는 영향을 탐구할 수 있게 됐다.
미생물과 정신 건강의 연관성은 일본 규슈 대학 연구진의 연구를 통해 처음 제기됐다.
연구진은 아무런 미생물과 접촉하지 않은 "무균(germ-free)" 쥐가 스트레스에 노출되었을 때 정상적인 쥐보다 두 배가량의 스트레스 호르몬을 분비했다고 밝혔다.
스트레스 호르몬은 스트레스에 대항해 신체에 필요한 에너지를 공급해 주는 역할을 한다.
두 쥐는 체내 미생물의 유무를 제외하고는 전혀 다른 점이 없었기에, 연구진은 미생물이 스트레스 반응 정도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 보고 있다.
캐나다 맥매스터 대학 제인 포스터 신경정신과 교수는 이 발견으로 새로운 장이 열렸다고 평가했다.
"모든 게 처음 신경과학과 미생물의 연관성을 제기한 이 논문으로부터 시작됐어요."
"우울과 불안에 대해 연구하던 저희 같은 사람들에게 아주 영향력 있는 논문이었죠."
규슈 대학 연구진의 논문은 미생물을 이용한 약물치료의 가능성을 제기한 첫 연구이기도 했다.
일부 과학자들은 이번 발견을 통해 우리가 "감정 미생물" 혹은 "정신 생물학"을 개발해 정신 건강 치료에 혁명적인 변화를 줄 수 있으리라 보고 있다.
어떻게 미생물이 우리 뇌를 바꾸는 걸까?
미생물 속 박테리아는 어떻게 이런 뇌에 신호를 보내는 걸까?
한 가지 가능성은 미생물과 뇌 사이에 '미주 신경(vague nerve)'라고 불리는 초고속 정보망을 통해 지시를 전달하는 것이다.
박테리아는 소화 과정에서 섬유질을 단쇄 지방산이라고 불리는 화학 물질로 분해해 체내에 공급한다.
이는 몸의 다양한 면역 체계에 영향을 미치며, 일부 뇌 질환의 원인으로도 지목된 바 있다.
미생물이 'microRNA'라는 작은 유전자 서열을 이용해 우리 신경 세포의 DNA를 바꾼다는 증거들도 최근 발견되고 있다.
또 어떤 연구들은 미생물이 특정 행동이나 뇌 구조에까지 영향을 미친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무균 쥐를 상대로 한 연구를 인간에 바로 적용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끊임없이 미생물과 접촉하며 살아가는 인간은 무균이기 어렵기 때문이다.
코크 대학 병원의 테드 디난 교수는 체내 미생물이 우울증 환자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연구하고 있다.
디난 교수는 일반적으로 건강한 몸에는 그렇지 않은 몸보다 다양한 장내 미생물이 존재한다고 한다.
"임상적으로 우울한 사람은 건강한 사람에 비교해 장내 미생물 종이 덜 다양합니다."
"미생물이 우울증의 유일한 원인이라고 말하는 건 아니지만, 큰 연관성이 있다고 믿습니다."
그는 섬유가 부족한 식습관 등 장내 박테리아를 약화하는 일부 생활 방식이 면역력을 더 취약하게 만들 수 있다고 주장한다.
미생물은 게놈에 이은 두번째 유전체?
우리 몸은 대부분 미생물로 구성됐다.
그중 정말 '몸'이라고 부를 수 있는 세포는 전체 신체의 43%.
나머지는 박테리아, 바이러스, 단일 세포 등 미생물이다.
인간 게놈이라고 불리는 유전체는 체내 약 2만여 개가 있으며 각자 다른 명령을 수행한다.
하지만 우리 몸의 미생물 속 모든 유전체를 합치면 무려 2백만 에서 2천만 개에 이른다.
인간 고유의 유전체보다 100배 이상 많이 있는 것이다.
따라서 미생물은 우리의 '두 번째 게놈'이라고도 불린다.
이 미생물 속 유전체, 두 번째 게놈은 알레르기, 비만, 염증성 장 질환, 파킨슨병, 암, 우울증, 자폐증과 연관이 있다고 알려졌다.
우울증 환자 미생물 옮기자 우울증까지 따라갔다
장 내 미생물의 불균형이 우울증과 연관이 있다는 사실은 흥미로운 개념이다.
그래서 코크 대학의 APC 미생물 센터의 과학자들은 무균 쥐에게 우울증 환자의 대변을 통해 미생물을 투입하는 실험을 시작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우울증 환자의 미생물을 투여받은 무균 쥐가 우울증 증세를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존 크라이언 박사는 그도 매우 놀랐다고 말했다.
"우리도 너무 놀랐어요. 미생물 샘플을 빼서 투여하는 정도로 우울증 증세가 쥐에 그대로 전달되다니 말이에요."
실험 전 설탕물을 마시고 싶어 안달 내던 무균 쥐는 미생물을 투여받은 이후 설탕물에 흥미를 잃었다.
또 우울증의 대표적 증세 중 하나인 무쾌감증(anhedonia) 역시 쥐에게로 옮겨갔다.
미생물과 파킨슨병의 연관성도 대두되고 있다.
파킨슨병은 대표적인 뇌 질환이다.
파킨슨병 환자는 뇌세포가 죽으면서 점점 근육을 제어할 수 없게 되며 이는 떨림을 유발한다.
캘리포니아 공과대학의 의료 미생물 학자인 사르키스 마즈마니안 교수는 파킨슨병 환자의 체내 미생물과 건강한 사람의 체내 미생물 사이 '아주 강력한' 차이점을 발견했다.
그가 유전적으로 파킨슨병에 걸릴 수밖에 없는 동물들을 상대로 연구를 진행한 결과, 파킨슨병은 체내 미생물이 반드시 있어야만 진행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 쥐들에게 파킨슨병 환자의 미생물을 투입했을 때 건강한 사람의 미생물을 투입했을 때보다 훨씬 더 안 좋은 증상을 나타내는 것으로 밝혀졌다.
"미생물의 변화가 운동 증상을 유발하는 것 같습니다. 운동 증상의 원인이 되는 것 같아요."
"매우 기대하고 있습니다. 미생물을 공격하는 것이 새로운 치료 방법이 될 수도 있으니까요."
진단을 내리기에는 아직 이른 시기지만, 연구진은 이 발견이 우리의 건강과 웰빙에 새로운 지평을 열어줄 것이라고 보고 있다.
미생물이 정말 뇌에 영향을 준다면, 미생물을 우리 몸에 좋게 변형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과연 파킨슨병 환자의 체내 미생물을 바꾸는 것이 병을 치료할 수 있을까?
미국 캘리포니아 주립대의 키어스틴 틸러스 교수는 체내 미생물이 각각 어떤 영향을 미치고 어떤 생산 활동을 하는지에 대한 구체적이고 큰 규모의 연구가 우선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동시에 그는 발견 자체에 대한 흥분을 감추지는 않았다.
"분명 미생물과 질병 사이 연관성이 있고 아직 효과적인 치료법을 발견하지 못했기 때문에 사람들이 흥분하고 기뻐하는 것 같습니다."
"사람들을 돕고 심지어 병을 예방하는 데에 도움이 될만한 새로운 방법을 찾아냈다는 것은 분명 매우 흥분되는 소식입니다."
우리의 두 번째 게놈, 미생물은 비만, 알레르기, 암을 포함한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질병 치료의 혁명이 될 수 있다.
우리가 먹는 음식, 키우는 애완동물, 먹는 약, 태어나는 방식…. 모든 것이 우리가 어떤 미생물을 안고 사는지 결정하는 요소들이다.
삶의 수 많은 결정이 몸속 미생물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었다는 뜻이다.
항상 무의식 속에 받아들였던 수많은 미생물을 우리가 직접 통제하고 변화시킬 수 있다면 그 잠재력은 어마어마할 것이다.
크라이언 교수는 이 발견이 5년 뒤 우리가 검진받는 방식 자체를 바꿀 수도 있다고 말한다.
"5년 뒤에는 의사한테 콜레스테롤 검사를 받듯이 미생물 검사도 받을 거라고 예상합니다."
"미생물은 맞춤 의학(personalized medicine)의 근본적인 미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