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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서연의 시낭송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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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게시글
좋은 시 스크랩 설날 아침에(김종길)/바닥에서도 아름답게(곽재구)/ 새해인사 (나태주)/새해 인사( 김현승)/송년의 시(이해인)/ 너의 하늘을 보아(박노해)
하르르 추천 0 조회 204 12.01.21 15:08 댓글 2
게시글 본문내용

 

설날 아침에 / 김종길-시집 <성탄제>(1969)  

 

 

매양 추위 속에

해는 가고 또 오는 거지만

 

새해는 그런 대로 따스하게 맞을 일이다.

 

얼음장 밑에서도 고기가 숨쉬고

파릇한 미나리 싹이

봄날을 꿈꾸듯

 

새해는 참고

꿈도 좀 가지고 맞을 일이다.

 

오늘 아침

따뜻한 한 잔 술과

한 그릇 국을 앞에 하였거든

 

그것만으로도 푸지고

고마운 것이라 생각하라.

 

세상은

험난(險難)하고 각박(刻薄)하다지만

그러나 세상은 살 만한 곳

 

한 살 나이를 더한 만큼

좀 더 착하고 슬기로울 것을 생각하라.

 

아무리 매운 추위 속에

한 해가 가고

또 올지라도

 

어린것들 잇몸에 돋아나는

고운 이빨을 보듯

 

새해는 그렇게 맞을 일이다.

 

 

바닥에서도 아름답게 /곽재구 


사람이 사람을
사랑할 날은 올 수 있을까
미워하지도 슬퍼하지도 않은 채
그리워진 서로의 마음 위에
물먹은 풀꽃 한 송이
방싯 꽂아줄 수 있을까
칡꽃이 지는 섬진강 어디거나
풀 한 포기 자라지 않는 한강변 어디거나
흩어져 사는 사람들의 모래알이 아름다워
뜨거워진 마음으로 이 땅 위에
사람의 입술을 찍을 날들은
햇살을 햇살이라고 말하며
희망을 희망이라고 속삭이며
마음의 정겨움도 무시로 나누어
다시 사랑의 언어로 서로의 가슴에 뜬
무지개 꽃무지를 볼 수 있을까
미장이 토수 배관공 약장수
간호원 선생님 회사원 박사 안내양
술꾼 의사 토끼 나팔꽃 지명수배자의 아내
창녀 포졸 대통령이 함께 뽀뽀를 하며
서로 삿대질을 하며
야 임마 너 너무 아름다워
너 너무 사랑스러워 박치기를 하며
한 송이의 꽃으로 무지개로 종소리로
우리 눈뜨고 보는 하늘에 피어날 수 있을까 



새해인사 / 나태주 

 

 

이제, 또 다시 삼백예순다섯 개의

 새로운 해님과 달님을 공짜로 받을 차례입니다

 그 위에 얼마나 더 많은 좋은 것들을 덤으로

 받을지 모르는 일입니다

 그렇게 잘살면 되는 일입니다

 그 위에 무엇을 더 바라시겠습니까?

 

 

새해 인사 / 김현승

오늘은
오늘에만 서 있지 말고,
오늘은
내일과 또 오늘 사이를 발굴러라.

건너 뛰듯
건너 뛰듯
오늘과 또 내일 사이를 뛰어라.

새옷 입고
아니, 헌옷이라도 빨아 입고,
널뛰듯
널뛰듯
이쪽과 저쪽
오늘과 내일의 리듬 사이를
발굴러라 발굴러라.
춤추어라 춤추어라. 

 

 

 

송년의 시 / 이해인

 

하늘에서
별똥별 한 개 떨어지듯
나뭇잎에 바람 한번 스치듯
빨리왔던 시간들은 빨리도 지나가지요?

나이들수록 시간들은 더 빨리간다고
내게 말했던 벗이여
어서 잊을 건 잊고
용서할 건 용서하며
그리운 이들을 만나야겠어요

목숨까지 떨어지기전
미루지 않고사랑 하는일
그것만이 중요하다고 내게 말했던 벗이

눈길은 고요하게
마음은 따뜻하게
아름다운 삶을
오늘이 마지막인 듯이 충실히 살다보면,

첫 새벽의 기쁨이 새해에도
우리 길을 밝혀 주겠지요

 

 

 너의  하늘을  보아 / 박노해

 

   네가  자꾸  스러지는 것은

   네가  꼭  이룰 것이 있기 때문이야

 

   네가  지금  길을  잃어버린  것은

   네가  가야만  할 길이 있기  때문이야

 

   네가  다시  울며 가는  것은

   네가  꽃피어 낼 것이  있기  때문이야

 

   힘들고  앞이  안 보일  때는

    너의  하늘을  보아

 

   네가  하늘처럼   생각하는

   너를  하늘처럼  바라보는

 

   너무  힘들어 눈물이  흐를  때는

   가만히

   네  마음의  가장  깊은  곳에  가  닿는

 

   너의 하늘을 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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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12.01.27 11:49

    첫댓글 너의 하늘을 볼 줄 아는 사람
    나의 하늘도 볼 줄 아는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생각^^

  • 작성자 12.01.27 19:31

    좋은 시는 읽을 때마다 감동을 주네요. 나의 하늘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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