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상은이 사진전 오프닝 행사를 마친 후의 처절했던 뒤풀이에서 용케 모두 살아남았다.
6차전 중, 후 전날 전사한 줄 알았던 사람들도 아침식사 시간이 되자
2층 식당으로 하나둘씩 내려선다.
산행이 예정되어 있어 간편한 산행복장으로 바뀐 설레발 회원들의 모습이
낯익어 보인다.
아침에 올라갈 기철형, 남희, 세련의 배웅을 받으며
버스는 회덕 장동 산림욕장으로 향했다.
산 입구에서부터 산림욕장으로 들어서는 짧은 진입로부터
숲이 우거진 모습에 숨을 한껏 들이키는 회원들의 표정은 웃음 일색이다.
마주치는 사람들마다 문세형을 알아보고는 인사를 건네고
사진찍기와 사인을 소란스럽지 않게 이어간다.
작은 오르막을 올라서자 길 옆 완만한 비탈을 가득메운 나무평상과
하늘을 향해 치솟은 낙엽송이 넉넉하게 와닿는 곳에서
황토길 맨반걷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신발과 양발을 벗어 비닐 봉투에 담아 배낭에 넣거나
정자 위에 둬도 돌아올 때까지 아무도 손대지 않을거라는
동행한 대전둘레산길 잇기 회원들의 말에 몇몇은 정자에 벗어둔 신발을 뒤로하고
숲 사이로 난 황토길 너른길로 다정하게 대화를 나눠가며
비단결처럼 부드러운 황토의 감촉을 음미하며
때로 숲을 넘쳐가는 웃음을 흘려가며
한발한발 걸어간다.
들어보이는 발바닥마다 새겨진 발모양 황토묻은 흔적을 자랑스럽게
거침없이 내딛는 발걸음을 쫓기에 어제 마신 술이 너무 과했나보다.
맨 뒤에 우진이, 태화, 정이와 함께 처져 비오듯 흐르는 땀을
몇 분 지나지않아 흥건하게 젖은 스카프로 닦아내며
점심먹을 시간을 생각하면 이제 돌아서야만 한다며
앞서가는 회원들에게 주문을 걸어보지만
술취한 주술은 아무 소용없고 자전거 몇 대가 길가에 널부러져 있는 공터
한 옆에 막걸리 파는 아저씨가 눈에 확 들어오는 곳에서 오는 길을 멈춰선
회원들은 길가에 혹은 나무 아래에 아무렇게나 편안하게 앉아
오카리나를 준비하는 예쁜 아가씨의 손짓과 몸짓을 숨죽이고 바라보고 있다.
그러거나 말거나 태화는 노상주점에서 막걸리를
주문하여 원하는 회원들에게 한 잔씩 돌리면서도
잔을 가득 채워주지않은 아저씨에게 박하다는 말을 서슴없이 날리는데
새소리인듯 들려오는 연속적인 멜로디에
완샷에 비운 잔을 내려놓고 소리나는 쪽으로 다가서 보니
오카리나를 연주하는 발랄한 동작의 아가씨와
조용히 숨죽인 채 오카리나 연주를 듣는 사람들.
산골 작은 숲을 울리는 새소리처럼
맑고 깨끗한 소리에 푹 빠져버린 설레발 회원들과
운동 나왔던 동네 사람들까지
한 곡이 끝나고 기다렸다는 듯이 앵콜에 이어지는
이번에는 일본 새소리 가락에는 사람들은 숨을 죽인 채 자리를 뜰 줄 몰랐고
어느새 문세형의 낯익은 노래로 바뀐 오카리나 연주에는 박수로
박자를 맞춰주고 흥겨운 산중 콘서트를 감상한 듯
만족한 표정의 사람들은 남은 여운을 즐기려는 듯 한 표정이었는데
막걸리 아저씨 화답의 의미로 타령을 구성지게 불러제끼는 통에
웃음바다로 마무리된 멋진 공연이 되었다.
비가 올듯말듯 흐린 히늘덕에 다행히 덥지않아 돌아오는 길도 가벼운 발걸음이 이어진다.
아이스크림(아이스께기)의 휴식뒤에는 맨발로 걷기에 조금 가파른 길을 천천히 내려서니
신발 벗었던 곳이다.
맨발이었던 회원들을 탕안에 가두고 둘러앉은 자리에서 다시
오카리나 공연이 이어지자 산림욕을 하던 사람들도 박수를 아니칠 수 없었으리라.
땀을 흘리긴 했지만 시원한 걷기산행을 마치고 내려온 길에 이어진
'수라간' 뒤풀이는 먹는일이 모든 일에 우선하는
몇몇 사람들에게는 너무 반가운 자리였지만
기대에 못미친 보리밥의 밥알 수는
다음을 예상치 못하고 큰 그릇을 청하여 2/3를 더 비우고 나니
어느덧 불러오는 배를 쓰다듬으며 만족한 듯 마주치는
몇몇 얼굴들은 '보리밥이 이 정도는 돼야지?'하는 눈치였지만
매복 중인 적에게 기습 당하듯 커다란 냄비에 들려나온 칼국수는 반가워 해야할지.
보리밥으로 채워진 배를 한 번 쓰다듬어 봤지만
이미 채워진 배에 더 넣기에는 많은 무리가 따를 것 같아
건데기만 바지락만 하다가 양작은 사람 배는 더 먹은 후에는
더 이상 먹을래야 먹을 수도없는 상태가되어 가쁜 숨을 몰아쉬며
식사를 사주신 분에게 감사하다는 박수를 칠 때도
두 손을 바닥에 집고 있을 수 밖에 없어 박수도 치지못하는
예의없는 짓을 하고 말았다.
"죄송합니다. 그날 너무 섯부른 판단으로 너무 과식한 탓에
고맙다는 말로 대신해야했을 박수도 못치고 이제서야 서면으로
감사했다는 말을 전합니다. 칼국수 너무 맛있었습니다. 고맙습니다"(점심 사주신 분께)
"숲길 산책에 나무와 풀 새롭게 와닿게, 생각하게 해주시고
둘레산길잇기를 잘 정리해서 설명해주신 숲해설사분들 정말 감사했습니다"
"년중 한두번(정이와 우진이는 수십번) 만나는 우리 설레발 문세형, 기철형 이하
아름다운 회원님들 시골 촌놈 환하게 반겨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다음 모임이 기다려지는 이유입니다"
서울 잘 올라가셨죠?
문세형님 이하 설레발 님들...
다음 만남을 기대하며...
이치상 _()_
첫댓글 ㅎㅎ
어쩐지 둘레산길 산행에는 기존 님들의 참여는 없더군요. 많은 분들께서 이곳을 찿았나 보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