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게시물은 2017년에 발행된 서울산악연맹의 연감에서 발췌하였고, 당시의 기고문의 내용을 현 시점에 맞게 약간 편집하였습니다.
창설
1968년 10월 26일. 카톨릭 의대와 간호학과 학생들로 이루어진 산악부원 9명이 설악산의 12선녀탕계곡을 찾았다가 조난을 당해 4명이 사망하고 3명이 실종, 2명이 부상당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산 아래까지 가까스로 구조요청을 하러 온 당시 생존자에게서 사고 소식을 접한 동국대 산악부원들과 경찰, 의용소방대, 현지 주민들이 그 사고의 사체 수습과 부상자 후송 등의 역할을 수행하며, 체계적이고 조직적인 산악조난구조대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된다.
사고 다음 달에 열린 서울특별시산악연맹 이사회에서 산악조난구조대의 조직을 의결하고, 이듬해인 1969년에 가맹단체에 구조대원 추천을 의뢰한다. 그리고 1970년 4월 10일에 여성회관에서 첫 소집을 가졌지만 여건이 빈약했던 당시의 연맹으로서는 적극적인 활동 지원이 쉽지 않았다.
그러다 1971년 11월 28일, 북한산 인수봉에서 강풍에 로프가 꼬여 하강이 지체되며 7명이 사망하고 16명이 부상당하는 대형 조난사고가 발생했다. 전문 인력 부족으로 구조가 더뎠던 탓에 사상자가 늘었던 이 사고를 계기로, 그간 지지부진했던 구조대 창설은 탄력을 받게 되어 1972년 2월에 서울산악조난구조대가 탄생하게 된다.
성격
앞서 기술했듯이 서울산악조난구조대는 서울특별시산악연맹의 예하 단체로 창설되었다. 하지만 1974년, 수상구조대를 운영하고 있던 대한적십자사 서울특별시지사의 공동 운영 제안을 연맹이 수락하며 이 두 단체의 소속이 된다. 또한 2009년에 전국 시∙도 연맹의 산악구조대가 한데 모여 대한산악구조협회를 창립하며, 모두 세 단체의 예하 단체가 된다.
서울산악조난구조대와 긴밀한 협조 관계에 있는 도봉산과 북한산의 경찰산악구조대는, 1983년에 창설 당시부터 한동안 함께 경찰구조본부에서 상주하며 구조활동을 했다. 이후, 경찰구조대와 119구조대가 사고자 구조와 후송에 주력하며 서울산악조난구조대는 낙석제거, 산악안전시설물 점검 및 교체 등의 사고 예방활동에 주력하게 되었고, 이는 국립공원관리공단 산하 특수산악구조대가 창설되어 운영되고 있는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조직
현재 8대 김형수 대장을 주축으로 2명의 부대장과 1명의 총무가 임원을 맡고 있다.
서울산악조난구조대의 수입은 연맹과 적십자사의 지원금, 위탁사업의 수행에서 발생하는 인건비가 대부분인데 이것만으로는 정상적인 운영이 어려웠다. 때문에 사회적으로 기반을 잡은 선배 산악인들에게 후원을 받기 시작하였고 이를 조직화하며 자문위원단이 결성되었다.
대원들은 구조대의 홍보와 사업의 준비 및 진행을 주로 담당하는 기획팀, 대내외적인 교육의 커리큘럼과 계획을 주도하는 교육팀, 공동 장비 관리와 암장 시설물 보수 및 안전점검의 메인 역할을 하는 안전팀으로 나누어 운영 중이다.
이렇게 창립부터 현재까지 구조대에 몸담았던 산악인은 약 450명에 이른다.
활동
연맹의 첫 번째 대외 공식행사인 설제와 가맹단체 친선 산행에서 코스의 사전 답사는 물론, 행사 당일의 안전요원으로 활동해 참가자 전원의 안전산행에 기여하고 있다. 또한 정기 개최되는 둘레길 행사에서도 안전요원으로, 연 7회에 걸친 증진 교육에서는 응급처치와 기초 암벽 강사 및 스텝으로 활동하며 연맹 활동으로만 매 회 적어도 4~6명, 연인원으로는 100명 이상의 인력을 투입해오고 있다.
1990년부터 매년 봄 가을에 포항, 김포, 백령도에 위치한 해병대 유격 훈련 시설에 대한 안전 점검을 위탁받아 수행하고 있다.
해빙기에는 북한산국립공원 내 바윗길에 낙석제거, 노후된 볼트나 확보물 교체와 같은 사고 예방 작업을 하고 있다. 이외에도 서울 소재 등반 대상지에 위험 요소 발견 시, 시설 관리 주체와의 연계하여 이를 조치하고 있다.
안전한 등산 문화 조성을 위한 교육 사업으로 연 7회에 걸친 서울특별시체육회의 시민안전등산교실과 8회에 걸친 도봉구민등산교실에 투입되어 300명이 넘는 인원에게 안전산행을 교육하고 있다. 또한 대한적십자사 서울특별시지사와 연계하여 청소년에게 야외 신체활동의 재미와 안전한 등반 체험을 제공하는 청소년 인공암벽 체험교실, 그리고 안전산행의 길잡이 양성을 위한 산악안전법 과정의 실기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매년 혹한기에 동계 훈련을 시작으로 해마다 소속 대원 전원이 보수교육을 통해 개인과 조직의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동계훈련의 경우는 설악산, 제주도, 울릉도 등에서의 실시하고 있으며 보수교육은 인천, 경기와 같은 인근 지역 구조대와 함께 진행하고 있다.
또한 민∙관 합동 산악구조경진대회 등의 행사에 참가하여 그간 익힌 기술과 팀워크를 점검하고, 전국의 타 구조대와의 교류를 통해 다양한 구조 기술을 습득하고 있으며, 자체 훈련과 산행을 통해 지속적으로 기량들을 점검하고 있다.
1992년 낭가파르바트를 시작으로 서울산악조난구조대는 거의 매해 해외 원정 등반을 추진해오고 있다. 2016년에는 당시 대장이었던 구은수 전 대장이 유학재 자문위원과 한동익, 최지원, 김정도 대원을 이끌고 2014년도에 시도했다가 등정에 실패한 네팔 쿰프 히말라야의 Peak 41(6,645m)을 재도전했다. 그 결과 알파인 스타일로 북벽 신루트를 세계 초등하는 쾌거를 이룩하였다.
산악사고 예방과 이를 위한 교육, 그리고 그와 관련된 훈련과 연구활동을 기본 성격으로 하는 구조대는 유사시에 투입되는 예비 조직으로서의 성격이 강하다 보니 자체적으로 주최하는 대외행사는 거의 전무했다. 그러던 언제부터인가 이러한 분위기를 전환하자는 움직임이 있었고, 그 일환으로 자발적인 순수 봉사활동을 구조대가 주도해보자는 의견이 나왔다. 그 첫 시작으로 평소 등산을 하기 어려운 여건의 장애우들에게 산이 주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게 해주자는데 뜻이 모였고, 김형수 대장과 인연이 있는 마포장애인종합복지관의 장애인과 그 가족들을 초청했다.
‘장애인과 함께하는 즐거운 산행’이라는 슬로건을 걸고 준비한 이 행사는 서울특별시산악연맹, 한국리서치, 클라임코리아, 감리회태화복지재단에서 도움을 주었고, 아웃도어 브랜드 네파에서 2000만 원 상당의 물품을 후원하는 등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인력적인 부분은 중동동문산악회와 광운동문산악회에서 큰 힘이 되어주면서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었고, 이를 계기로 구조대 스스로 자신들의 영역을 넓히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