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전화기(電話機)의 불신(不信) 시대
사람들의 일상생활을 바꾸어 놓은 것, 중 가장 획기적인 것은 전화기이다. 전화기의 기본 원리는 소리를 여러 가지 주파수의 전기 신호로 바꾸었다가 다시 원래의 소리처럼 들리도록 재생하는 것이다. 전화기(telephone)는 먼 거리(tele)와 목소리(phone)의 조합어로, 알렉산더 그레이엄 벨(Bell)이 발명한 것으로 알려졌고, 수동식 연결에서 자동식 연결, 유선전화기, 무선전화기, 화상전화기, 휴대폰, 인터넷 전화 등으로 진화되어 왔다.
구한말(舊韓末) 무렵 소리통(전화기)의 에피소드는 너무도 많다. 물론 지방에서 소리통을 놓을 수 있는 사람은 지역의 최고 갑부이거나 행정당국의 최고 책임자로 한정되었다. 돈 많고 권세 있는 자제들은 한양 유학시절에 시골에 있는 부모님께 안부 전화나 월사금(月謝金) 또는 하숙미(下宿米)를 부탁 할 때는 전화기를 이용하였는데, 시골에서는 전화기를 귀신이 안에 앉아서 사람 목소리를 흉내내는 쇳덩어리라 믿어 그 집의 하인격인 마당쇠가 전화를 받고 내용을 주인마님께 전달했단다. 얼마나 과학보다는 미개(未開)가 활개치던 시대의 에피소드냐.
1967년 8월 22일 전 국민들의 안타까움과 기도 속에 살아난 김창선씨, 충남 구봉산 금광 붕괴로 지하 1,200m에서 매몰된 38세 김창선씨는 지하 막장에 설치된 긴급 ‘전화기’로 의사(醫師) 및 안전원(安全員)들의 안내와 지시로 16일간 버틸 수 있었다. 지상 밖으로의 생환모습을 생중계방송으로 지켜봤던 모든 국민들은 어머니 탯줄 같았던 ‘전화기’의 위력과 고마움을 뜨거운 함성과 박수를 함께 보냈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20세기 우주 탐험의 영웅으로 누구에게나 각인된 인물하면, 미국의 닐 암스트롱이다. 닐 암스트롱은 1950년 6·25전쟁 때 제트 조종사로서 78차례 전투기를 출격해 활약을 보였기에 우리나라와도 인연이 많은 사람이다. 1969년 7월 20일에 인류 최초로 달에 착륙한 아폴로 11호 우주선장이었던 닐 암스트롱이 달의 ‘고요의 바다’에 첫 발을 내딛는 순간, 계수나무 밑에서 떡방아 찧던 토끼를 상상했던 꿈과 우주를 지배하던 조물주의 신비는 일순간에 전 세계 70억 인구들의 머릿속을 하얗게 만들었다. 그리고 닐 암스트롱이 우주 전파를 통하여 “이 첫걸음은 한 인간에게 있어서 작은 발걸음이지만 인류 전체에게 있어서 커다란 첫 도약입니다.”라는 생생한 전화 목소리에 또 한번 전 인류는 전화 목소리의 블랙홀(black hole)에 흡입되었다.
전화기는 개인간의 의사소통에서부터 전 인류를 연결시켜주는 오늘날 가장 대표적인 SNS로써 그 위치가 대단하다. 그런데 문명의 이기(利器)는 언제나 편리한만큼 위험이 따른다. 조물주의 가장 실패작인 오스트랄로피테쿠스(Australopithecus)의 바이러스가 창궐(猖獗)하여 정부의 전문업체에서 백신(vaccine)을 개발하여 투약해도 효과는 속수무책(束手無策)이다. 이름하여 전화를 통해 불법적으로 개인 정보를 빼내서 특히 금융 범죄에 사용하는 보이스 피싱(Voice Phishing)이다. 언론 보도에 의하면 최근 3년간 보이스피싱 피해액 2,905억원으로 매년 증가 추세란다.
전화기의 불신시대가 되어버린 요즘엔 누구든지 자기가 원하는 수신할 자를 미리 입력하여 확인된 자가 아니면 수신을 거부해 버린다. 가뜩이나 무미건조(無味乾燥)한 사회에 야속함과 빡빡함이 아파트의 시멘트벽처럼 점점 굳어가고 있다. 그렇다고 금융거래를 옛날처럼 현금을 손에 쥐어주고 받거나, 은행거래도 수기(手記)방식으로 강요할 수도 없다.
‘계수나무 밑에서 떡방아 찧던 토끼’의 전설은 쉽게도 깨뜨리면서, 보이스피싱(Voice Phishing)을 제압할 완벽한 백신(vaccine)하나 만들지 못하는 정부 당국에 나의 쌈짓돈에서 나가는 세금이 너무 아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