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2018. 2. 4. 일요일.
둘째사위가 책 두 권을 선사했다.
두어 쪽 후루룩 넘겼다.
'책 좋구먼, 이거 자네가 도로 가져가서 시인인 모친께 드려. 나한테는 아녀...'
난처해진 사위는 '그냥 보세요. 베스트 셀러여요.'
아무런 경력과 특징도 없는 젊은 사람이 낸 산문집 두 권이다.
두서 없이 이것 저것 긁적거렸다. 글 썼다는 표현보다는 긁적거렸다.
1)
1판 인쇄 2017. 5.
1판 52인쇄 2018. 1.
6개월 1여일 만에 책을 52번재 찍어냈으니 도대체 며칠에 한 번씩이여?
3.9(4일도채 안 됨)일마다 책을 새로 찍어낸다고?
책 한 번 인쇄하는데 100권 극히 소량씩 찍어내는가?
2)
1판 인쇄 2016. 8.
1판 68인쇄 2017. 11.
1년 3개월 만에 책을 68번이나 찍어낸다고? 6.8(7일도 채 안 됨)일마다 책을 새로 찍어내는 거여?
베스트 셀러 기준이 무엇인가를 확인하고 싶었다.
주간(1주일 단위)마다 베스트가 결정된단다.
그럼 뭐냐? 베스트 셀러 만들기 쉽네?
누군가가 몇 차례 다 사 가면 졸지에 베스트가 되겠네?
주마다 여러 차례 몽땅 다 사가면? 책 품절 만들기는 아무 것도 아니겠네.
바보인 양 그냥 믿어주고 싶다.
생활글 쓰는 나한테는 이런 책은? 그냥 불쏘시개로 쓰면 딱 어울리겠다.
요즘 젊은이들이 쓴 책을 보면 깊이, 무게, 맛 등이 없다.
국적불명의 온갖 잡동사니로 마구 뒤섞어놓은 짬봉밥 수준이다.
나는 작은 사위한테 책 한 권을 보여주였다.
'이 책은 초등학교 2학년 학력이 전부인 여자가 책 냈다. 한때 베스트 셀러에 가깝도록 호평을 받았다.
어떤 카페에서 이 여자의 글을 보았는데 왜그리 못쓰고, 엉터리인지... 내가 제발 좀 글 한 번이라도 다듬어라고 지적했더니만 어떤 회원이 이 분은 책을 낸 사람이어요라고 말했다. 그래서 산 책이다. 그런데? 책은 왜 이렇게 깔끔한 문장이지? 아하, 여러 사람이 글을 새로 뜯어 고쳐서 함께 썼다는 뜻이다. 원 작자가 다듬는 게 아니라 남들이 새로 개작해 주었다는 뜻이다.'
라고 덧붙였다.
사위가 잠깐 읽는 체하다가는 책을 내밀었다.
학력이 없거나 짧거나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글은 진실한 내용이 들어 있으면 충분하다.
베스트 셀러? 그게 그렇게 잘 된 내용이어서 그럴까?
장삿속으로 교활하게 순위를 조작했다는 생각은 안 드니?
대형서점 안에는 책이 몇 종류가 진열되었을까? 5만 ~ 10만 종?
아마 그럴 게다. 베스트 셀러라는 게 전문서적이 아닌 가볍게 읽을 문학서적일 게다.
거짓말, 가짜라는 생각은 안 드니?
순위 조작하는 거 아무 것도 아녀 라는 생각은 안 드니?
'자사 출간한 책을 서점에서 다시 구입해 베스트에 오르도록 조작하는 것은 오랜 관행.
서울 베스트 순위에 오르면 매출에 큰 영향을 미치고, 지역 서점, 중소 서점에도 결정적이다.
사재기 신고, 조사 대상에 오른 건수는 2015년과 2016년 각각 68건, 76건.
비회원 자격으로 출판사 직원들의 이메일, 전화번호를 이용해 다량 구매하거나, 추첨 이벤트를 통해 모은 개인정보를 사용해 사재기하는 등 교활한 수법이 계속 진행한다.'
이런 등의 수법은 숱하게 많을 터.
속는 게 바보이고, 머저리이겠지. 아이고, 수준이라고는...
휴지로 쓰기에는 좀 그렇겠지? 종이 질도 찔기고, 억세어서 별로 가치가 없겠지?
오래 전 일이다.
개인 혼자서 책 100권을 냈기에 세계 기네스북에 올려야 한다는 등의 소문을 들었다.
도대체 몇 살 먹었지? 어떤 종류의 책이지? 하는 의문이다.
나이 얼마 안 되는 사람이 책을 100권이나 낼 정도면 그게 무슨 책일까?
그냥 짜집기 했다는 뜻이다.
나도 가능하겠다. 사람을 잔뜩 고용해서 이것 저것 뒤죽박죽으로 글 쓰고, 합동으로 다금고는 자기 이름으로 책 내면 까지것 아무 것도 아니다. 돈이 없어서 그렇지.
한 사람이 1,000권이라도 충분히 낼 게다. 돈으로 글 쓰는 사람을 대량으로 고용하면 가능한 일이기에.
어제 서울 송파구 잠실 롯데 뷔폐식당에서 다양한 음식물을 맛보았다.
진렬된 음식종류는 얼추 120가지는 되지 않을까?
나는 늙은이 행세를 하느냐고 가만히 의자에 앉았더니만 아들과 딸이 음식을 골라서 내놨다.
'얘야. 이런 식당에서 밥 먹으려면 평소에 집에서 먹는 것은 빼놓고, 새로운 것, 비싼 것, 맛이 있는 것으로 골라서 먹어라. 모두 맛 보기는 힘이 들어. 전체를 후이후이 두어 번 돌아보고, 눈여겨 본 뒤에 맛 있는 것만 골라서 먹어라.'
아내가 덧붙였다.
'네 아버지는 집에서는 밥은 적게 먹는데 바깥에 나오면 많이 자신다. 그것도 밥은 전혀 안 들고 반찬과 간식 위주로 드신다.'
아내가 퍼렇고 길죽한 아스파라거스 채소를 들고와서 한 입 먹고는 낯빛을 굳혔다.
그 맛대가리 없는 아스파라거스를 나한테도 두어 개 슬쩍 내밀었다. 자기는 먹기 싫어졌다는 뜻.
나는 안다. 그게 얼마나 맛이 없고 쓰다는 것을. 속으로 인상 긁으면서도 다 먹어야 했다. 음식물 하나 하나라도 소중히 여기는 내 성미/성깔이기에.
아내의 착각이다. 아스파라거스가 별미라고 생각했던 것이...
아내는 덧붙였다.
'충남 보령지방에 가니 어떤 귀농인이 아스파라거스 농사를 크게 짓대요.'
나도 생각난다. 도시에서 빚보증으로 재산 날리고 타지로 귀농해서 시작한 아스파라거스 대농장. 농장 안에서 살림이 가능할까? 얼마 뒤에 이혼당했고, 그 농사꾼은 음식점 여자와 동거생활로...
내가 보기에는 실패한 귀농인이었다.
책도 이와 같지 않을까?
돈벌이 장삿속으로 '베스트 셀러'라고 과장돤 홍보, 선전, 광고, 속임수를 쓰지만 그거 두어 쪽만 펴보면 금방 안다. 잘 된 책이지, 그저 그렇고 그런 것인지는. 베스트 셀러라고 해서 믿을 것은 하나도 없다.
밥은 직접 떠서 먹어보면 안다. 맛이 있는지 없는지를. 귀로 듣고 눈으로 보는 맛은 가짜가 수두둑하기에...
2.
요즘 1월 달부터 3주가 넘도록 아팠다.
지난해 10월이던가? 11월이던가 서울 송파구 내과병원에서서 독감예방주사를 맞았는데도 이번 독감은 어김없이 나를 괴롭혔다. 내가 맞은 독감예방주사는 어떤 종류일까? 2017년 겨울, 2018년 2월. 우리나라에 오는 독감종류는 도대체 몇 종류여? 수도 헤아릴 수도 없는 병균 가운데 하나인 거여?
날마다 피곤하고 늘어지고, 쿨럭거리며 잔기침하고...
특히 잠 잘 때에는 더욱 심했다.
낫는 듯하다가 도로 심하고...
입춘인 어제(2월 4일).
자식들과 함께 송파구 롯데몰에서 별실을 얻어서 밥을 먹었다.어제도 정말로 심하게 쿨럭댔다.
자식들이 사 주는 밥을 먹으러 외출해야 되는데도 나는 가지 않으려고 했는데 어쩔 수 없이 가기는 갔어도 화가 치밀었다.
하루 지난 오늘은 2월 5일.
햇볕이 나니까 그런대로 내가 쿨럭대는 바탱이 기침소리도 많이 자자들었다.
아내가 제발 좀 내과병원에 갑시다 애원해도 나는 고개를 흔들었다.
가래가 낀 목구멍을 남한테 보여주기가 정말로 싫었다.
어서 저절로 빨리 낫기만 기다릴 뿐이다.
요즘 독감인지, 감기인지 장기간 지속되니 밤맛도 없고 입맛도 없다.
모든 음식이 다 짜고, 맵고, 목구멍이 얼얼하게 뜨겁고 아프다.
느는 것은 짜증이며 불만이다.
밥도 조금만 먹으니 팔다리의 살이 제법 녹아내려서 근육살이 없어서 흐물거린다.
영락없이 운동량이 부족인 늙은이 팔다리 모양새이다.
어제는 아내가 내 장딴지를 내려다보고는 '왜 이렇게 핏줄만 굵어요?' 하기에 나도 내려보았다.
검추레한 힘줄이 울퉁불탕하게 크게 솓았다. 아마도 살과 근육살이 빠진 탓일 게다.
첫댓글 글 재미있게 읽고 갑니다. 하루 생활이 전부 글감이시군요.
댓글 고맙습니다.
예, 아무 것이나 글감이지요.
아무런 뜻도 없지요. 뜻 있게 쓰려면 한 10배 20배 이상의 시간을 들여서 다듬어야겠지요.
어제는 나이살 많이 먹었다고 자식 4남매가 음식을 사대요.
나는 몸이 아퍼 죽을 지경인데...
그리고, 이제는 나이 안 먹으려고요. 나이를 헤아리는 게 꼭... 나이 모르고 살고 싶군요.
어제 롯데월드 식당에 관한 글 쓰자면 한참이나 쓸 것 같네요.
아무 거나.. 눈에 띄이는 것이 다 글감이대요.
네 저도 그런적 있어요
지금 읽고 있는 일본 소설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연애의 행복을 읽는데
너무 쉬워서 재미가 없네요
저도 편한 일상의 연애 소설을 쓰려고 읽었는데
사실 조금 실망했답니다
부럽네요. 연애소설이라...
그런 감정, 느낌, 기대감 등이 풍부하기에...
저하테는 오래 전에 사라져간 것들이네요.
제 고교 여자친구들을 보아도 이제는 성 차이가 없고... 조금 다르지만 옷, 장식품... 이런 거야 차이이지만
젊은날의 그 앳된 감성, 그리움 등은 사라지대요.
조 선생님의 연애 소설이라.. 기대해 봅니다.
제가 아는 시인 중에도 베스트셀러 조작하느라
아는 분들(제자들이나 친한 사이)에게
서점마다 돌면서
자기 시집좀 몽창 사 달라고
부탁하는 걸 본적 있습니다.
교활한 자, 영리한 자, 가진 것이 많은 자가 이기겠지요.
베스트 셀러는 1년 뒤에 평가해야 제대로된 것이겠지요.
의심 많고, 의문 많고, 질문이 많은 나로서는 늘 고개를 갸우뚱?
냄비근성이 아니기에...
글은 선전, 홍보, 광고, 선물 물량공세 등으로 조작되는 것은 아니지요.
글은 글로써 평가하고, 평가받았으면 합니다.
댓글 고맙습니다.
잔잔한 감동을 주는 그런 글이 베스트 셀러가 되어야 하는데...
장삿 속으로써, 돈으로써 순위를 조작하는 게 치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