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곡9곡 중 제2곡인 소금강
天衾地席山爲枕 하늘은 이불, 땅은 요, 그리고 산은 베개
月燭雲屛海作樽 달은 촛불, 구름은 병풍, 그리고 바다는 술독
大醉居然仍起舞 대취하여 거연히 일어나 춤추는데
却嫌長袖掛崑崙 나의 긴 소매가 곤륜산에 걸리는 것 싫어라
――― 진묵일옥(震黙一玉, 1562~1633), 「시게(詩偈)」
▶ 산행일시 : 2015년 6월 18일(목), 맑음, 능선에는 바람 붐, 박무
▶ 산행인원 : 4명(오기산악회 목요산행)
▶ 산행시간 : 5시간 54분
▶ 산행거리 : 이정표 거리 8.0㎞
▶ 교 통 편 : 이영상 님 승용차로 가고 옴
▶ 구간별 시간
07 : 30 - 강동역(3번 출구) 출발
09 : 52 - 쌍곡휴게소, 산행시작
10 : 14 - 떡바위 칠보산 등산로 입구
11 : 27 - 청석고개(598m), ╋자 갈림길 안부(떡바위 2.0㎞, 각연사 1.7㎞, 칠보산 0.6㎞)
12 : 00 ~ 13 : 10 - 칠보산(七寶山, 779m), 점심
13 : 48 - 활목고개(629m), ╋자 갈림길 안부(절말 3.6㎞)
15 : 00 - 장성봉 갈림길
15 : 23 - 쌍곡폭포, 탐방지원센터
15 : 46 - 쌍곡휴게소, 산행종료
1. 칠보산 동릉, 왼쪽 멀리는 백두대간 대야산 연릉이고 그 앞은 막장봉 연릉이다
칠보산 원점회귀 산행의 들머리이자 날머리인 쌍곡계곡 쌍곡휴게소가 평일이라서인지 한산하
다. 너른 주차장에 우리 차만 주차한다. 휴일에는 주차요금을 받나 보다. 안내판에 차종별로 주
차요금을 적어 놓았을 뿐 우리를 거들떠보는 사람이 없다. 허름한 휴게소 음식점은 예전 그대
로의 모습이다.
그러니까 오케이사다리 시절(그때 썩어도 준치회장님은 펄펄 날랐다), 찬란한 가을날인 2002년
9월 28일, 경향각지의 40명이 넘는 산꾼들이 합동 산행한다고 여기에 왔었다. 그때 이곳 쌍곡휴
게소에 모여 가은읍 완장리로 이동하고, 거기서 애기암봉, 장성봉, 막장봉, 제수리치, 남군자산
을 올랐다가 쌍곡휴게소로 내려와서 뒤풀이했었다.
칠보산의 등산로는 단순하다. 쌍곡계곡 지계곡인 떡바위 또는 절말이나 칠보산 뒤쪽에 있는 각
연사(覺淵寺) 등 이 세 곳에서만 오른다. 우리는 떡바위에서 오르고 절말로 내려올 예정이다. 쌍
곡휴게소에서 떡바위까지는 도로(517번 지방도로) 따라 한참 내려가야 한다. 쌍곡9곡 중의 제3
곡이라는 떡바위(병암)가 어떻게 생겼는가 두 눈에 힘주고 열심히 찾았으나 알아보지 못했다.
쌍곡9곡은 제1곡 호롱소, 제2곡 소금강, 제3곡 떡바위, 제4곡 문수암, 제5곡 쌍벽, 제6곡 용소,
제7곡 쌍곡폭포, 제8곡 선녀탕, 제9곡 장암을 말한다. 제5곡 쌍벽의 안내판이 도로변에 있으나
그 실상은 펜션에 둘러싸여 있어 다가갈 수도 없고 볼 수도 없다.
떡바위 등산로 입구에서 칠보산 등산안내도 자세히 들여다보고 나서 데크계단 내리고 무지개
다리로 깊은 쌍곡계곡 건너 지계곡 소로를 간다. 큼직큼직한 바위들을 곁에 두고 서서히 오른
다. 요즘의 극심한 가뭄은 여기라고 예외가 아니다. 옥계반석이었을 암반에는 얼마 안 가 흙먼
지가 풀풀 인다. 하늘 가린 숲속길이다.
등로 주변에 쉬어주어야 마땅할 널찍한 암반이 자주 나옴으로 하여 산행이 느려진다. 만고강산
유람이다. 간혹 왼쪽 사면의 금줄 친 ‘탐방로 아님’ 표시판 뒤에는 인적이 흐릿하여 상당한 인내
가 필요하다. 멋진 폭포였을 오늘은 건폭인 슬랩을 지나고 가파른 통나무계단을 한 피치 바짝
오르면 ╋자 갈림길 안부인 청석고개다.
왼쪽의 보배산(寶賠山, 777m) 가는 길은 막았다. 2011년 8월 6일 그 염천 더위에 오지산행 여름
방학 특강으로 영희언니와 옥지갑, 나 셋이서 은티마을에서 시작하여 마분봉, 악휘봉, 시루봉,
칠보산 넘어 보배산 갈 때도 막았었다(출입하다 걸리면 50만원 벌금 문다는 안내문이 있다). 그
때는 서두른 발걸음이라 주변 경개에 소홀했었는데 오늘은 여유로워 전후좌우 원근고저 두루
살핀다. 청석고개 안부부터 등로의 노송들이 동양화 속의 눈에 익은 모델로 아름답다.
슬랩이나 가파른 오르막에는 데크계단을 설치하였다. 전망 좋을 바위에는 꼬박 들려 발돋움한
다. 시루봉, 덕가산, 첨봉인 678.3m봉, 그 아래 각연사. 각연사가 대찰이다. 뒤돌아보면 보배산,
군자산이 우뚝하다. 군자산은 이 근방의 맹주다. 맹주여서 군자산(君子山, 930m)이라고 이름
붙였다 한다. 금줄로 막아놓은 칠보산 전위봉인 759m봉도 조망이 좋다. 희양산이 보인다.
2. 칠보산 들머리인 떡바위 쪽으로 가면서 마주치는 노송, 뒤는 보배산
3. 산딸나무
4. 쌍곡계곡 지계곡 암반에서 휴식 중, 이영상 님이 사위가 선물했다는 선풍기를 가져왔다.
선풍기 테스트 중
5. 청석고개 가는 길
6. 청석고개 가는 길, 지계곡 옆 소로다
7. 청석고개 가는 길
8. 등로 옆 바위에 걸터앉은 정하 님. 바위 아래는 상당히 깊다.
9. 청석고개
10. 보배산(777m), 출입금지다
11. 각연사 뒤에 있는 678.3m봉
12. 군자산(930m), 이 근방의 맹주다.
13. 칠보산 가는 길의 노송
14. 노송과 보배산
16. 왼쪽은 덕가산, 오른쪽은 시루봉, 시루봉 오른쪽으로 악휘봉과 백두대간을 간다
17.덕가산에서 678.3m봉으로 이어지는 능선과 그 너머
18. 막장봉에서 제수리치로 이어지는 능선, 그 너머는 대야산 연릉이다
19. 멀리 맨 왼쪽은 장성봉
이제 가파른 바윗길 한 피치 오르면 칠보산 정상이다. 남서릉 쪽 암반에 들려 백두대간 연봉을
안내도와 대조할 것 없이 열람한다. 속리산 연릉은 박무로 가렸다. 대야산, 장성봉, 막장봉, 제
수리치, 남군자산, 그리고 저 너머가 악휘봉, 구왕봉, 희양산, 뇌정산이다. 칠보산이란 이름의
유래에는 양설이 있다. 불경인 무량수경(無量壽經)에서 열거하는 칠보(금, 은, 유리, 파리, 마노,
거거, 산호)에서 비롯되었다는 설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김장호는 “칠보산 정상 부위가 각연사 스님들 눈에 화려하고 찬란한 법열경(法悅境)에 든 그 칠
보장엄(七寶莊嚴)으로 비쳤을지 모를 일”이라고 했다(월간 ‘산’, 1998년 6월호, ‘명산의 유적을
찾아서’). 그렇지만 나는 일곱 개의 봉우리가 보석처럼 아름다운 산이라는 설(꼽아보면 암봉이
일곱 개도 훨씬 넘지만)에 찬동한다.
소나무 그늘에 들어 둘러앉아 점심밥 먹는다. 점심밥 먹으려고 칠보산에 오른 것 같다. 얼려온
탁주가 알맞게 녹았다. 주위 가경도 한 안주한다. 먹고 마시고 1시간이 금방 지나간다.
드물게 부부 등산객이 오간다. 모처럼 나도 단체기념사진 대열에 낀다. 오후 들어 시원한 바람
이 분다. 이영상 님은 사위가 선물하였다는 선풍기를 가져왔는데 날이 시원하여 테스트할 기회
를 놓쳤다.
하산! 칠보산 남서릉은 인적이 분명하지 않고 암릉이라 막아놓았다. 마음고생 던다. 칠보산 동
릉을 내린다. 암릉 슬랩에는 데크계단을 설치하였다. 암릉 틈을 비집고 자라는 노송의 수형이
무척 아름답다. 큰 볼거리다. 등로 비킨 전망바위에 들려 지나온 암릉 또 돌아보고 ╋자 갈림길
안부인 활목고개로 내린다. 직진하여 시루봉, 악휘봉 가는 등로는 막았다. 왼쪽은 각연사로 가
는 길이다.
절말로 내려가는 길. 떡바위에서 청석고개 오르는 길과 닮았다. 하늘 가린 숲속 대로다. 계곡을
연신 기웃거려 보지만 바싹 말랐다. 살구나무골에 이르러 신선폭포도 알아보지 못하게 째작하
던 계류는 시묘살이골 입구에 가까워서야 계류 모양낸다. 그러다가 바위벽 두른 너른 소. 경치
로도 절경이다. 수심이 꽤 깊다. 등로 가까이 위치한 게 약간 꺼림칙하다.
그렇지만 오늘은 평일이라 오가는 사람들이 아주 드물다. 알탕한다. 첫 물은 차갑더니만 자맥
질 한 번으로 동화된다. 가운데 손가락만큼 크고 굵은 물고기(피라미일까?)가 떼 지어 돌아다닌
다. 그들과 함께 유영한다. 김성탄의 인생 33락 중 어느 낙이 이만할까? 여름날 심산유곡에 가
는 이유이다.
이후 나타나는 계류 곳곳이 그냥 지나치기 아까운 소이지만 방금 전의 한 탕으로 모두 다스렸
다. 절말 주차장 가는 길 1.5㎞가 개운하다. 쌍곡폭포에 들린다. 위에서 보고 옆에서 보고 아래
에서 보지만 낙차가 짧고 수량이 적어 그다지 볼품이 없다. 길가에 개망초꽃 줄 이은 꽃길을 내
려 쌍곡휴게소 주차장이다. 주차장은 여전히 한산하다.
20. 왼쪽 멀리는 뇌정산, 그 앞 오른쪽은 희양산, 그 앞은 구왕봉
21. 보배산
22. 군자산
23. 칠보산 정상에서
25. 개옻나무 열매
26. 칠보산 동릉
27. 양지꽃
28. 각연사 뒤의 678.3m봉
29. 쪽동백나무
30. 단풍나무
31. 바위벽 두른 소, 수온이 알탕하기 알맞고 수심이 목 가까이 차게 깊다
32. 쌍곡폭포
33. 종점이 가까웠다
34. 쌍곡9곡 중 제2곡인 소금강
35. 쌍곡9곡 중 제2곡인 소금강, 엄마가 자식을 안고 있는 모습이다
36. 쌍곡9곡 중 제2곡인 소금강
구글어스로 내려다본 칠보산과 그 주변
첫댓글 모처럼 오기산악회 산행 다녀오셨네요^^,,,비가 많이 와야 할텐데. 계곡마다 너무 가물어 큰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