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포 용강동 옛 창비 건물 맞은편에
진미 생태찌개집이 있는데요.
일일이 낚시로 잡아 최고 신선한 생태만 쓴다는
술 마신 다음 날 그 집에 사람들 모시고 가면
자리 없어 한 시간쯤 기다렸다가 먹기도 하는데요.
한 사람은 거참 좋다 감탄사를 연발하고
또 한 사람은 아무 말 없이 숟가락질 바쁘고
다른 한 사람은 감탄사와 말없음표 번갈아 주고받다
이 좋은 델 왜 이제야 알려 주느냐고
눈 흘기며 원망하는 집이지요.
가끔은 생태 입에서 낚시바늘이 나오기도 한다는
그 집 진미 생태찌개처럼
싱싱하고 담백하면서 깊은 맛까지 배어나는,
한 사람이 그 양반 참 진국일세 칭찬하고
또 한 사람이 아무 말이 필요 없는 사람이라 하고
다른 한 사람은 왜 이제야 우리 만났느냐고 눈 흘기는
그런 사람이 바로 나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그 집을 저는 아주 아주 좋아합니다.
―고두현, 〈진미 생태찌개〉 전문
시를 읽으며 사람 좋은 고두현 시인이 극찬하는 이 식당에 가보고 싶어졌습니다. 그러면서 ‘내 단골 음식점은 어디일까?’ 생각해봤습니다.
그러다가 안암동의 동우설렁탕을 떠올렸습니다. 채식주의자는 아니지만 고기를 즐기지 않는 편이고, 설렁탕이나 곰탕은 싫어하는 음식 중 하나였습니다. 그런데 임신을 하고 임덧으로 고생할 때, 입에 대본 적도 없는 설렁탕이 생각났습니다. 한번 생각이 나니 참을 수 없을 만큼 먹고 싶었습니다. 다음 날, 친정으로 달려간 나는 엄마와 함께 설렁탕을 먹으러 갔습니다. 이렇게 인연이 되어 지금까지 종종 찾아가는 단골 음식점이 동우설렁탕입니다.
참 오랫동안 이 집 설렁탕을 먹었습니다. 손님이 왔을 때나 가족 모임 할 때처럼 즐거운 시간도 함께했고, 고관절 수술 후 힘들어하는 아버지를 간병할 때처럼 슬픈 시간도 함께했어요. 지독한 감기 몸살로 기력이 떨어졌을 때도, 밤새워 방송 원고를 마무리한 날도 뜨거운 설렁탕 국물에 의지해 힘을 냈습니다. 그래요. 생각해보니 단골집이 있다는 게 참 다행스럽습니다. 이 집을 저는 아주아주 좋아합니다. < ‘맛있는 시 – 외롭고 힘들고 배고픈 당신에게(정진아 엮음, 나무생각, 2019)’에서 옮겨 적음. (2019.08.04. 화룡이) >
첫댓글 '인품이 맑은 강물처럼 조용하고 은근하며 깊고 신선하며 예술과 인생을 소중히 여길 만큼 성숙한 사람'(유안진의 '지란지교를 꿈꾸며',그대를 생각할 때면 언제나 싱싱한 강물이 보이는 시원하고 고운 사람을 친하고 싶다.'(마종기의 '우화의 강') 참 진국인 친구들 불러 세상사 안주삼아 진미 생태찌게 나누어 먹으면 좋겠습니다.
김 시인이 꿈꾸고 있는 그 꽃자리에 초대받을 수 있는 친구들의 '성숙한 인품과 따뜻한 심성'이 부럽습니다.
오늘도 복된 날이시길 빕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