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한 끼, 공복의 힘/ 이시하라 유미 著
일본 저자들의 책에 그다지 흥미를 갖지 않는 편이다. 저자들의 수준 같은 문제는 아니고 왠지 흡입력의 측면에서 나를 끌어당기는 책이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건강관련 책으로는 내가 주목하는 작가가 몇 명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흔쾌히 책을 드는 것이 이 사람, 이시하라 유미다.
그는 일본의 유명인들을 치료하는 이시하라 클리닉의 원장이자 이 책에도 소개되는 이즈의 단식요양소를 운영하는 사람이기도 하다. 또한 탁월한 면역학자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그의 책은 건강에 관한 내용들을 아주 쉬운 실천강령으로 보여준다는 데 매력이 있다. 예전의 책 <체온 1도 올리면 면역력이 5배 높아진다>도 그랬지만, 여기서는 ‘공복’이 얼마나 개인의 건강에 이로운 것인지를 논리적인 의학지식과 사례들을 들어 쉽게 설명하고 있다.
특히, 아침을 사과당근 주스 다이어트로 시작해 점심과 저녁은 정상적으로 식사를 하는 다이어트 법은 간편하면서도 접근하기 쉽다. 개인적으로 사과당근 다이어트를 따라 하고 있는데 워낙 식탐이 있는 사람이라 좀 어려움이 있긴 하지만 꾸준히 노력해 볼 예정이다.
많이 먹지 않는 것, 때로 공복을 통해 자신의 속을 조절해 주는 것, 거기에 여전히 강조되는 체온 유지만으로 좀 더 나은 건강을 향해 갈 수 있다는 확신을 주는 책, ‘공복의 힘’은 건강문제로 고민하는 이들을 위한 좋은 지침이 되리라 믿는다.
- 이 백혈구의 힘이 바로 면역력이다. 우리가 밥을 배불리 먹으면 혈액 속에 영양분이 많아진다. 그러면 백혈구도 배가 불러 세균이 침입하거나 암세포가 만들어져도 그것을 먹지 않는다. 따라서 배가 부를 때는 면역력도 떨어지는 것이다.
반대로 배가 고플 때는 혈액 속의 영양 상태도 나빠진다. 그러면 백혈구도 먹을 것이 없어 배가 고파지므로 세균이 침입하거나 암세포가 생겼을 때 그것을 열심히 잡아먹는다. 즉 면역력이 높아지는 것이다. 인간이나 동물은 병에 걸리면 식욕이 떨어진다. 이것은 생체항상성(생체가 여러 가지 환경변화에 대응하여 생명현상이 제대로 일어날 수 있도록 일정한 상태를 유지하는 성질)의 작용으로 병을 고치기 위해 식욕이 저절로 억제되는 것이다. 병에 걸리면 면역력이 높아지도록 우리 몸이 자연스럽게 조절된다.(p30)
- 밤늦게 식사를 하는 사람에게는 아침을 거르는 아침 다이어트요법을 권한다. 하지만 아침만 거르면 된다는 생각에 점심을 과식하는 것은 좋지 않으므로 점심도 가볍게 하도록 한다. 공복력을 기르면 소화, 흡수 능력도 좋아지므로, 밤늦게 식사를 하더라도 최소한 1시간 이후에 잠을 자면 괜찮다. 잠자기 2, 3시간 전에 음식을 먹으면 안된다고 하는 것은 소화를 위해 혈역이 위장으로 모이고 이로 인해 위장이 움직이므로 잠을 자도 숙면을 취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공복력으로 소화력과 흡수력이 좋아지면 1시간 정도로도 상당 부분 소화, 흡수될 수 있다.(p49)
- 동양의학에서는 2천 년 전부터 ‘모든 병은 근원이 하나로, 피가 깨끗하지 않아서 병이 생긴다’고 병을 정의한다. 눈부신 발달을 이룩한 현대 서양의학에서도 밝혀내지 못한 ‘모든 병의 원인’을 ‘한 가지’로 규명한 것이다. 반면 현대 서양의학은 이 대목을 비판하고 있다. 그러나 병에 걸렸을 때 우리 몸이 나타내는 여러 가지 노폐물 배설 현상을 보면 이 사상이야말로 진리라는 생각이 든다.(p67)
- 혈액이 탁해지는 가장 큰 원인은 과식과 과음이다. 과식을 하면 위장에 대량의 혈액이 집중되기 때문에 대장, 신장 등으로 가는 혈액이 부족해져 배설이 원활하게 안 된다. 그 결과 혈액 속에 노폐물이 쌓인다. 이때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동물성단백질을 지나치게 섭취하는 것이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동물성단백질은 전체 식사량의 10% 정도로 충분하다.(p69)
- 혈액이 탁해지는 또 하나의 원인은 운동부족이다. 인간의 몸은 약 40퍼센트가 근육으로 되어 있다. 그런데 운동으로 근육을 사용하지 않으면 체온이 내려가 지방이 연소되지 않는다. 이렇게 되면 당연히 혈액순환도 나빠진다. 혈액이 우리 몸을 한 바퀴 도는 데 걸리는 시간은 약 45초인데, 이 시간이 60초가 되면 혈액 속에 노폐물이 쌓여 병에 쉽게 걸리게 된다. 따라서 동양의학에서는 근육의 쇠퇴를 모든 병의 원인 중 하나로 간주하고 중요시한다.(p73)
- 혈액을 탁하게 하는 세 번째 원인은 스트레스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부신(좌우의 콩팥 위에 있는 내분비샘)에서 아드레날린이나 코르티솔 등의 호르몬이 분비되어 몸을 정상 상태로 유지하려고 한다. 그런데 이것이 장기간 계속되면 혈압이 상승하고 혈관이 좁아져 혈액의 흐름이 나빠지고 백혈구 속의 림프구가 녹아 면역력이 떨어진다.(p76)
- 혈액을 탁하게 하는 네 번째 원인은 ‘냉증’이다. 서양의학에는 ‘냉증’이나 ‘냉병’이라는 개념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동양의학에서는 약 2천 년 전 후한시대에 <상한론(傷寒論):추위 때문에 생긴 병을 논한다는 의미>이라는 책이 쓰였듯이, 옛날부터 ‘냉증은 만병의 원인’이라고 생각했다.(p82)
- 서양의학은 결림을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그러나 동양의학에서는 결림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결림은 혈액의 흐름이 나쁘고 혈액이 탁해져 있다는 것을 나타내는 증상이기 때문이다. 특히 어깨나 목이 결릴 때는 상당히 위험하다고 본다. 어깨나 목의 결림을 심근경색이나 뇌경색의 원인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결림이란 노폐물이 응축된 혈액이 울혈(몸 안의 장기나 조직에 정맥의 피가 몰려 있는 증상)이 되어 근육이 극도로 경직되는 증상이다. 어깨나 목이 결리면 어깨나 목의 혈관도 함께 경직되므로 혈액의 흐름이 극도로 나빠져 뇌로 가는 혈액이 격감한다. 이 신호가 바로 두통이다.(p98)
- 1985년 뉴욕시립대학 마운트 싸이나이 의과대학의 R. 크로스 교수는 “배가 잔뜩 부를 때까지 먹이를 먹인 실험쥐에게 일정량의 방사선을 쪼였더니 100퍼센트 암이 발생했다. 그러나 먹이를 절반밖에 먹이지 않은 실험쥐에게 같은 양의 방사선을 쪼이자 0.7퍼센트밖에 암이 발생하지 않았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또한 미국 에모리대학병원 S.하임스 필드 박사는 평균 연령이 50세인 중증의 진행암 환자 100명을 무작위로 뽑아 A그룹 50명에게는 병원 일반식을, B그룹 50명에게는 고영양식을 제공했다. 그 결과 A그룹의 평균 생존일 수는 300일, B그룹은 75일이었다.
이러한 사실을 통해 ‘소식(小食)’은 암을 예방하고, 과식이나 포식은 발암을 촉진시키고 암을 악화시킨다는 것을 알 수 있다.(p110)
- 단식을 하면 위장을 비롯한 여러 장기가 휴식을 취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심장, 폐, 간, 신장 등 생명활동과 직접 관련된 장기나 뇌는 쉴 수가 없다. 이러한 장기나 뇌는 영양소가 보급되지 않으면 장애를 일으키는데, 단식으로 영양소 공급이 중지되면 이들 장기는 생존을 위해 몸속에 남아도는 물질을 이용하기 시작한다. 따라서 태어났을 때는 몸속에 존재하지 않았던 암세포, 궤양성 대장염이나 류머티즘성 관절염 등의 염증을 일으키는 세포나 각종 질병의 원인물질인 과도한 콜레스테롤, 지방이나 당분, 노폐물 등을 이용해서 생존해나간다.(p131~132)
- 몸 상태가 정상으로 돌아오고 충분히 건강해져야 비로소 기분도 상쾌해지고 마음도 안정을 되찾는다. 이를 위해서는 아침을 거르고 그때까지 아침식사에 할애했던 시간에 가벼운 체조를 하자. 체조를 끝낸 뒤 뜨거운 물로 샤워를 하면 몸을 더욱 따뜻하게 할 수 있다. 추운 계절에는 샤워 후 한기를 느끼지 않도록 마지막 3, 4초 동안 허리부터 아래쪽으로(머리는 절대 엄금) 냉수 샤워를 한다. 물 온도는 자신이 기분 좋다고 느낄 정도면 된다. 냉수샤워를 하면 몸이 차가워질 것 같지만 오히려 뜨거워진다. 냉수샤워는 여름에도 효과적이다. 배설에 관여하는 모든 기관이 활발히 움직여 몸속의 노폐물과 독소가 배출되므로 몸도 마음도 상쾌해진다.(p246)
- (코카서스) 장수노인들에게 장수 비결을 물었더니 몇 가지 비결을 가르쳐 주었다. 첫 번째는 ‘열심히 일할 것’, 두 번째는 ‘합창단을 만들어 다함께 노래할 것’, 세 번째는 ‘사냥을 가는 등 많이 걸을 것’, 네 번째는 ‘친구 집에 가서 술을 마시며 떠들고 놀 것’이었다.(중략) 그들에게는 이 모두가 너무나 일상적인 일이었다.(p2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