벗에게.
찬미 예수.
다시, 깊은 밤입니다.
이런저런 사유로 아직 책상에 앉아 있습니다.
짧은 여행에서 돌아온 지 벌써 1주일이 지났지만 아직까지 모드 전환이 안 되고 있군요.
기쁘고 즐거운 일들로 그런 것이라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불행하고 참혹스럽게도 홍콩의 대화재, 그로 인한 많은 생명의 무참한 죽음이 어제부터, 오늘 하루종일 내내 전해졌기 때문입니다.
늦은 저녁 뉴스 기준으로 사망자가 128명에 이릅니다.
실종자들의 다수는 이미 생명을 잃었을 것이라고도 합니다.
며칠 동안의 인연이지만 마냥 다른 나라, 남의 동네 일로 여겨지질 않는군요. 몇가지 생각들이 오가지만 쉽사리 정리가 되질 않습니다. 머리와 가슴을 거쳐 손끝을 떠난 사유(思惟)가 글로 쓰이기는 더더욱 어렵네요.
배우 김미숙이 잠시 맡은 클래식 FM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노래하나가 흘러나왔습니다. 마침 방송 마지막을 장식하는 곡입니다.
<아직도 기억하는가 그 성가를(Oi, muistatko vielä sen virren)> 이란 곡이군요.
부르는 이는 요르마 히니넨(Jorma Hynninen).
노랫말이 영어가 아니기에 찾아보았습니다.
핀란드 출신의 바리톤입니다.
곡조가 구슬픕니다.
어렵게 가사를 찾아 번역기로 돌려보았습니다.
내용이 주옥같습니다.
특히 마지막 연의 가사는 진혼곡으로도 잘 어울리겠습니다. 김미숙은 <…기억하는가 그 성가를>으로 소개했는데 맥락 상 경어체가 더 좋군요.
비극적으로 돌아가신 가엾은 영혼들에게 하늘의 가호를.
고통 속에 살아남은 이들에게는 하늘의 위로를.
https://youtu.be/74oSaFm4_2Q?si=-UlIpXuodlQ_izw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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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i, muistatko vielä sen virren
오, 아직도 그 성가를 기억하십니까
비록 그 선율이 희미해졌어도
내가 죄의 길로 헤매었을 때
그 성가는 은은히 울려 퍼졌습니다
오, 아직도 그 성가를 기억하십니까
어릴 적에 부르던 그 노래를
밤이 창가에 스칠 때면
그 성가, 그토록 위로가 되었지요
가슴에 평안을 주었고
믿음으로 잠들게 하였지요
아직도 그 성가를 기억하신다면
지금 부르세요, 부르세요, 오!
오, 아직도 그 성가를 기억하십니까
어머니가 부르셨던 그 성가
작은 보석 같은 잠을
부드럽게 재우셨던
그 평화의 천사들이 하늘에서
아이의 침대 위로 내려왔던
오, 나는 아직도 그 성가를 기억하네요
그 성가는 거짓의 사슬을 끊어주었답니다
그 성가는 내 가슴에 싸움을 가져왔습니다
그래요, 나는 아직도 그 성가를 기억하네요
하지만 노래할 수 없네요, 노래할 수 없네요
오, 나는 다시 한번 성가를
당신과 함께 부르겠습니다.
순결한 날개로 날아올라
하늘에서 당신을 만날 때
새롭고 깨끗한 영혼을 얻어
나의 창조주께서 선물로 주시는
그때, 그때 그 성가를
다시 노래하겠습니다, 노래하겠습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