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김재현이 17일 새벽 음주운전으로 또 다시 프로야구계를 먹칠했다. 올 해들어 잇따른 추문으로 공인인 프로야구 선수들의 ‘모럴 헤저드’가 여론의 도마위에 오른 가운데 터진 사건이라 입맛이 씁쓸하다.
같은 날 A구단의 코치 한명도 음주운전에 걸렸다. 이쯤되고 보면 프로야구 태동당시 자랑스럽게 내걸었던 ‘어린이에게 꿈과 희망을!’이라는 캐치플레이즈가 부끄럽기까지 하다.
김재현의 음주운전은 건강한 몸으로 그라운드에 복귀할 것을 학수고대했던 팬들에 대한 배신이다.
김재현은 지난해 12월 엉덩이 고관절에 무혈성 괴사증이라는 특이병을 발견한 뒤 선수생활을 걸고 수술을 받았기 때문이다. 뼈를 깎는 재활훈련으로 구슬땀을 흘려할 시점에서 자정이 훨씬 지난시간까지 술을 마셨다는 사실에 팬들도 분노하고 있다. 특히 무혈성 괴사증에 술은 치명적인 독약으로 알려져 있어 프로야구 선수로서 도대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김재현은 지난 97년 7월 올스타 브레이크기간에도 음주운전을 하다 적발돼 한차례 홍역을 치른 바 있다.
한번은 실수라고 눈 감아줄 수 있겠지만 똑같은 실수를 반복한 것은 용납할 수 없다. 이는 개인의 문제를 뛰어넘어 선수를 관리하는 구단이나 한국 프로야구를 관장하는 한국야구위원회(KBO)에도 큰 책임이 있다.
공인(公人)으로서의 모범적인 생활자세를 이끌어내지 못했다는 여론의 비난을 면하기 힘들다.
성적에 눈이 멀어 스타급 선수들의 방종에 눈을 질끔 감아버리는 각 구단의 태도도 비난받아 마땅하다. 회초리를 아끼면 아이의 장래를 망친다. 팬들의 눈살을 찌푸리게하는 추문들이 고쳐지기는 커녕 전염병처럼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다. 엄한 아버지가 없다면 할아버지라도 매를 들어야 한다.
자기 자식 감싸안기에 급급한 각 구단의 답답한 행태에 경종을 울리는 KBO의 매몰찬 조치가 필요하다.
프로야구선수는 팬들의 사랑을 먹고 사는 공인이다. 이에 걸맞는 ‘노블레스 오블리제(noblesse oblige)’가 필요하다. 팬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프로야구 선수는 존재가치가 없다.
인생이란 달리는 말과 같고 풀꽃에 맺힌 이슬같고 지는 해와 같다. 몸이 따라주는 짧은 한 시절,온 정열을 쏟아내야하는 프로야구 선수의 인생은 허튼 곳에 신경 쓸 여유가 없다는 사실을 모두가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