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풍’ 안 아프면 약 중단? 뇌졸중-심장병으로 번질 수도
가을철 불청객 ‘통풍’ 관리법
증상 사라져도 62%가 1년 내 재발… 약 복용 멈추면 온 몸에 요산 쌓여
기름진 식사-음주 주요인이지만, 식습관 개선만으로 치료 불가능
꾸준한 약물 섭취로 평생 관리를
연말 잦은 회식은 과체중과 과도한 음주로 이어지기 마련인데 이는 통풍(痛風)의 원인이 된다. 통풍으로 인한 통증은 보통 발가락에서 시작해 발목, 발등, 무릎 등으로 확대된다. 게티이미지코리아
늦가을 한파에도 불구하고 마지막 단풍, 절경, 그리고 가을철 별미를 즐기기 좋은 계절이다. 이렇게 먹을 것, 즐길 것이 많은 계절이지만 떨어진 기온 탓에 몸을 움직이는 활동은 줄어드는 시기다. 음식 섭취량과 에너지 소모량의 밸런스가 무너지면 신체에도 좋지 않은 변화가 나타난다.
특히 비만과 관련이 많은 통풍 위험이 늘어난다. 과도한 음식 섭취와 운동 부족으로 인한 과체중은 요산 수치를 올릴 수 있고, 연말 잦은 술자리는 통풍을 유발하는 주요 원인 중 하나다. 경희대 류마티스내과 홍승재 교수의 도움말로 통풍 건강관리에 대해 자세히 알아봤다.
● 바람만 불어도 아프다는 ‘통풍’ 원인은 요산
통풍은 한문으로 아플 통(痛), 바람 풍(風)이다. 바람만 불어도 참을 수 없는 고통을 수반한다는 질환이다. 특히 남성에게 흔한 질환이지만 여성 호르몬이 감소하는 폐경 이후 여성에게도 발생할 수 있다.
통풍의 원인은 요산이다. 요산은 인체 내에서 음식물의 섭취와 세포 대사 과정에서 자연적으로 생성되는 물질이다. 요산이 지나치게 많으면 혈액에 녹아들지 못한 요산이 심장에서 가장 멀고 차가운 부위인 엄지발가락이나 발목 등에서 결정체를 이뤄 염증을 일으킨다.
혈액 중 비정상적으로 요산이 많은 상태를 ‘고요산혈증’이라 부르는데, 이때는 별다른 증상이 없다. 그러나 ‘급성 통풍 발작’이라는 급작스럽고 극심한 통증이 나타나면 이때부터는 통풍으로 진단받게 된다. 급성 통증 발작은 주로 한쪽 엄지발가락에서 시작된다. 증상 부위 피부가 붉어지고 따뜻한 느낌이 든다. 눌렀을 때 통증이 있고 그 부위가 발목, 발등, 손가락, 무릎 등으로 늘어난다.
급성 통증 증상은 보통 7∼10일이 지나면서 증상이 없는 기간이 이어진다. 그러나 62%는 1년 내 다시 통증 발작을 경험한다. 제대로 된 치료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통증의 빈도와 강도는 세진다. 통풍이 장기화되면 매일 통증이 지속되는데, 이때 요산 결정체가 쌓인 통풍결절이 관절 주위에 형성된다.
이는 관절의 광범위한 손상과 피부 밑 큰 결절을 유발해 기형을 이루거나, 심할 경우 불구를 초래할 수도 있는 심각한 상황으로 연결될 수 있다. 또한 요산 결석이 요도나 신장에 생기면 요로 결석이나 신장 기능의 손상으로 이어질 수 있는 질환이다.
● 적절한 치료와 관리가 필요한 만성질환
그러나 다행히도 통풍은 적절한 치료가 이뤄질 경우 관리와 일상 생활이 가능하다. 고혈압, 당뇨병과 같이 완치는 어렵지만 적절한 생활습관과 함께 전문의의 도움을 받아 꾸준히 요산 수치를 관리하고, 약을 복용하면 극심한 고통 없이 생활할 수 있다. 또 중증 증상에서 찾아오는 관절의 변형과 장애, 신장 손상 등의 합병증도 막을 수 있다. 전문가들은 생활요법과 함께 약물의 복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통풍 치료에는 크게 극심한 통증을 일시적으로 줄여주는 항염증제와 요산저하제, 요산억제제 등이 쓰인다. 요산저하제는 통풍의 원인이 되는 요산 농도를 낮추는 약물로, 고혈압약으로 혈압을 조절하듯 지속적인 복용이 필요하다. 요산억제제는 요산의 생성 자체를 줄이는 약과 배설을 촉진하는 약으로 나뉘는데, 이를 통해 요산 수치를 dL당 6.0mg으로 낮춰 관리해야 한다.
● 약 복용 중단하면 치명적 합병증 유발할 수도
통풍은 처음 급성 통증 발작이 일어난 이후 아무 증상이 없는 시기를 수반하기 때문에 이 무렵 약 복용을 중단하는 환자가 많다. 그러나 통풍을 방치하면 요산이 관절 외 온몸의 혈관과 신장에 쌓이면서 만성콩팥병, 고혈압, 당뇨병, 동맥경화, 뇌졸중, 심장병 등 치명적 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
실제 만성 결정성 통풍으로 증상이 악화된 환자의 경우 정상인보다 사망률이 3배 증가하고, 일반 통풍 환자도 제대로 치료하지 않을 경우 심장병으로 사망할 확률이 2배 이상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환자가 느끼는 통증과는 무관하게 혈중 요산을 dL당 6.0mg 미만으로 관리해 통풍 발작 재발을 방지하는 한편 관절 손상과 결절 크기를 줄이기 위해 매일 꾸준히 약을 복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통풍은 식습관과 관계가 있다. 미국과 유럽 류마티스학회에서는 요산 상승의 원인이 되는 고단백, 고퓨린 음식의 섭취를 줄일 것을 권한다. 고퓨린 음식은 △고기 내장 △쇠고기, 돼지고기, 양고기 등 붉은 고기류 △고등어, 꽁치, 참치, 삼치 같은 등 푸른 생선류 △멸치, 오징어, 조개 등 어패류 △과당이 많이 포함된 청량음료 △맥주를 비롯한 술 등이 있다. 반면 통풍에 좋은 음식으로는 퓨린 함량이 적은 우유, 치즈 등 저지방 유제품과 커피, 사과, 바나나 등이 있다. 하지만 통풍은 식습관 개선만으로 치료할 수 있는 병이 아니다. 요산 수치를 줄이는 치료제 개발로 식이요법은 과거에 비해 중요한 사안이 아니기 떄문이다.
통풍 환자 생활 수칙
▶ 통풍은 만성 질환으로 평생 관리해야 한다.
▶ 요산저하제는 꾸준하게 복용해야 한다.
▶ 혈중 요산농도는 dL당 6mg 이하로 조절해야 한다.
▶ 4대 성인병(고혈압, 고지혈증, 당뇨, 비만) 관리가 중요하다.
▶ 생활 습관(음주, 과식, 과당 음료)의 조절이 필요하다.
자료: 대한류마티스학회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