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20일은 39년전 아내와 내가 인생의 희노애락을
함께 하자고 약속한 날이다
결혼기념일이 되면 예전에는 내가 먼저 여행 제안을 하고
마음의 증표를 나누며 챙기는 것이 당연한 것으로 되어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장성한 자식들이 먼저 챙겨주며
재미있게 보내라고 용돈도 주고 기차표도 타 주고
호텔예약까지 해주니 기쁨이 두배가 되었다
이번여행은 서울역에서 기차를 타고 정동진역까지 가게 되었고
예전에 자가용으로 가던 때와는 색다른 묘미가 있고
운전도 안하니 마음도 푸근하고 아내와 지금까지
살아 온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며 가다보니 2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간 것 같았다
정동진역에서 내려 바라보는 동해의 풍경은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로 아름답고 기분이 상쾌했다
끝없이 펼쳐진 수평선과 다소 차갑기는 하지만 온몸을 휘감으며
불어대는 격한 바람이 환영의 포옹을 해주는 것 같았다
맛 집을 찾아 두부 요리로 된 음식으로 점심을 해결하고
정동진 해수욕장의 모래를 밟으니 세상 시름이 눈 녹듯
사라지고 밀려오는 파도에 보조를 맞추며 시간가는 줄 모르고
사진도 찍고 옛 추억을 회상하며 달콤한 시간을 보냈다
예전에 한두번 방문한 경험이 있는 곳이지만 이번에 방문해보니
세월의 흐름과 함께 많은 것들이 새롭게 만들어지고 단장되어
처음 방문한 느낌을 주었다
70-80년대의 시대상을 연상시켜 주는 모래시계 앞에서
사진을 찍으며 지난날을 회상해보기도 하고 레일바이크를
타면서 함께 여행하고 있다는 소중한 느낌도 마음속에
간직하게 되었고 저녁에는 썬 크루즈 호텔에서 첫 만남의
추억들을 회상하며 오붓한 시간을 보냈다
썬 크루즈호텔의 야경은 바다와 산과 건물이 어우러져 절묘한
조화를 이루며 내 기억속의 한 페이지를 장식해 주었다
호텔 옆에 있는 조각공원과 전망대 사진촬영 명소 등을
차례로 구경하고 저녁에는 대게와 회가 나오는 최고급 요리를
시켜먹고 소주한잔을 부딪치며 그 동안 함께 살아준 아내에게
고맙다는 인사와 남편 뒷바라지 및 애들 키우느라 수고가 많았다는
말을 전하기도 했었다
아침에는 동해에서 떠오르는 일출을 구경하기 위해 사람들과
함께 일출명소로 가서 바다에서 떠오르는 해를 보며 그 아름답고
찬란함에 반해 탄성을 지르기도 하고 무사 태평하고
건강한 노후를 보낼 수 있도록 햇님에게 소원을 빌기도 했었다
다음날에는 간단하게 아침을 먹고 택시를 타고서 강릉 경포대
해수욕장을 방문했다
겨울의 경포해수욕장도 이름값에 걸맞게 크기는 물론 바다와
어우러진 경치가 아름답고 황홀했다
겨울인데도 날씨가 포근하여 경포호수 산책길을 걸으며 겨울의
멋과 함께 추억을 쌓아간다는 사실이 너무 좋았고
경포대에 올라 옛 선현들이 풍악과 함께 시를 읊으며 여유를
가졌을 상황을 생각하며 시간여행을 갔다 오기도 했었다
경포대 주변 소나무 숲 산책길은 사람들이 없어 너무나 한적했고
소나무가 전해주는 신선하고 맑은 기운을 받으며 걸으니 낙원에
온 느낌이 들기도 했다
매년 맞이하는 결혼기념일이지만 올해는 또 다른 의미를 느꼈으며
아내와 함께 내년에도 새로운 기분을 느끼기 위해 또 다시
추억여행을 떠나고 싶다
靑坡
첫댓글 좋겠다. 좋겄어!!!
자네는 이런 여행하다니~~~
부럽다.
ㅎㅎㅎ
상상만 해도 즐거움이 느껴집니다. 아들, 딸 잘 키운 보람도 새삼 느끼며 대리 만족도 해 봅니다.다시 한번 축하하며 아름다운 삶이되기를 빌겠소......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