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생각해보게 됩니다. 그렇습니다. 인생의 시발부터 흐름까지 사람을 만드는 중요한 계기가 됩니다. 세상에 올 때 부모를 만나는 것은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없는 일입니다. 그야말로 운명이고 하늘의 뜻입니다. 그러나 그 외에도 살아가면서 우리는 전혀 우리 자신이 만들지 않은 만남을 경험하게 됩니다. 그것이 자주 있는 일은 아니지만 그 만남이 인생의 방향을 바꾸고 삶을 새롭게 만들기도 합니다. 돌아보면 역시 운명 같기도 하고 하늘의 뜻이라 생각합니다. 이 땅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누구에게나 그런 순간이나 기회가 올 수 있습니다. 때로는 그것이 세상을 빛나게 할 수도 있고 오히려 세상에 어둠을 깔 수도 있겠지요. 한 사람의 인생이면서도 세상의 역사이기도 합니다.
공연을 마친 ‘잭’은 술집을 찾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어느 조그만 바를 찾아 들어갑니다. 입구에서 유명 가수인 잭을 알아본 안내자가 너무 감격스러운 나머지 잭을 무대 가장 앞자리로 안내합니다. 그리고 자기 바에서 매우 뛰어난 가수의 노래를 잘 들어줄 것을 청합니다. 그렇게 잭은 ‘앨리’를 만납니다. 화려하게 분장한 앨리는 샹송 ‘라비앙 로즈’를 열창합니다. 잭이 술이 확 깨도록 심취하여 듣고 봅니다. 그래서 안내자는 기뻐하며 무대 뒤 분장실로 안내해 두 사람을 만나게 해줍니다. 유명 가수가 칭찬해주고 좋아하는데 얼마나 영광이고 기쁜 일입니까? 조그만 바에서 무명의 가수로 아르바이트 하는 주제에 사회적으로 잘 알려진 가수를 대면하여 만나 이야기한다는 자체만으로도 가슴 벅찬 일입니다.
두 사람은 바에서 나와 걸으며 앉아 쉬며 오래도록 이야기를 나눕니다. 그리고 잭은 무명의 가수지만 숨어있는 앨리의 재능을 확인하고 확신합니다. 이미 홀로 작곡과 작사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자신의 외모에 대해서 자격지심을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 잭은 오히려 그 점을 찍어 칭찬하고 좋아합니다. 그리고 앨리가 만든 작품을 자기 공연에서 부릅니다. 그곳에 앨리를 초청하여 강권하다시피 해서 앨리를 무대에 세웁니다. 함께 노래를 부릅니다. 팬들의 열광을 앨리도 처음으로 경험하지요. 그런 큰 무대를 경험해보지 못하였습니다. 조그만 바에서 아르바이트나 하던 무명가수가 어떻게 이런 자리에 서게 되었을까, 꿈만 같습니다. 이 장면은 유튜브를 통하여 널리 확산됩니다. 일약 유명가수가 됩니다.
잭의 공연을 따라다니며 함께 노래합니다. 팬들도 잭 혼자서 할 때보다 더 열광하는 듯합니다. 작품도 앨리 스스로 만들고 함께 노래하며 더욱 인기는 치솟습니다. 두 사람은 그렇게 사랑에 빠져 결혼까지 합니다. 결코 헤어질 수 없는 사랑의 끈으로 서로를 묶습니다. 문제는 잭에게 큰 약점이 있다는 것입니다. 술과 마약입니다. 술은 이미 그 아비로부터 이어받아 어려서부터 달고 살았던 모양입니다. 공연 전, 후를 막론하고 입에 달고 삽니다. 결국은 그것으로 쓰러지고 치료를 받게 됩니다. 그 사이 아내인 앨리의 인기는 날로 커집니다. 잭의 인기보다 월등하게 올라가지요. 어떻게 보면 잭의 역할을 다한 듯합니다. 아무도 모르게 숨어있던 보석을 찾아내 잘 다듬어주었습니다. 비로소 사람들의 눈에 나타났고 사람들은 다듬은 사람에게는 별 관심이 없습니다. 보석이 왕이지요.
그 사이 잭은 자기 매니저 역할을 해주던 형 ‘바비’와 다투고 헤어집니다. 나이 차도 많이 납니다. 같이 있으면 형제라기보다 부자지간으로 오해할 수도 있습니다. 잭은 아버지가 아주 늦게 60 넘어서 본 아들이랍니다. 형은 술독에 빠져 사는 아버지를 떠났다가 아버지 사후 동생을 돌봐주게 되었던 것이지요. 그렇게 매니저 역할까지 해왔습니다. 잭이 그만한 재능을 발휘하도록 아마도 뒷바라지를 잘 해주었을 것입니다. 그렇다고 사이가 원만하기만 한 것은 아니지요. 예술인, 예능인이라는 직업 특성 상 남모르게 당하는 스트레스가 있게 마련입니다. 일일이 다 이해하고 수용하기도 어려울 것입니다. 아마도 그런 이유로 인하여 더욱 술에 의지하였는지도 모릅니다. 더 이상 견딜 수 없다는 이유로 헤어지기는 했어도 형은 언제라도 어려우면 연락하라고 동생을 잡아줍니다.
치료를 받고 돌아오기는 했어도 시간의 흐름은 음악의 흐름도 바꿉니다. 앨리의 매니저는 앨리를 잭과 떨어지도록 만듭니다. 잭의 음악은 이미 시대에 뒤처지게 되었습니다. 잭은 견디기 힘들었을 것입니다. 아내를 질투하기보다는 자신이 이제 표면에서 사라져야 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힘들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러나 앨리는 자신의 공연을 포기하고라도 잭과 함께 하려고 노력합니다. 진실로 남편인 잭을 사랑하였습니다. 아마도 잭은 자기 존재가 아내인 앨리에게 방해가 되지 않을까 생각했는지도 모릅니다. 공연에 함께 해주기를 그렇게도 기다렸지만 영영 돌아오지 않게 됩니다.
당신이 없는 이 하늘이 싫어요. 당신이 없는 이 하루가 싫어요. 다시는 사랑하지 않을 거예요. 아무에게도 내 마음 주지 않을 거예요. 추모공연에 남편을 그리며 스스로 작사 작곡한 노래를 청중 앞에서 부릅니다. 자신의 마음 그대로이지요. 차가운 현실과 애타는 사랑이 뜨거운 눈물이 되어 뺨을 흐릅니다. 그래도 남은 자가 살아야 하는 오늘이 아프기만 합니다. 영화 ‘스타 이즈 본’(A Star Is Born)을 보았습니다.
첫댓글 잘 보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
잘보고 갑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