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집『절반의 목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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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시선은 얼어 있는 ‘맨발’을 향한다. 그 맨발들이 까맣게 점으로 번져가는 순간을 “수묵화 한 폭”이 펼쳐지는 것으로 묘사한다. 누군가 붓을 들어 저녁 하늘에 점을 찍은 저 그림은, 말하자면 살아 움직이는 새떼의 비상 장면을 옮겨 적은 것이다.
서로의 어떤 충돌도 없이 동쪽 하늘 모퉁이까지 낙관을 치고 돌아오는 그네들은 ‘회오리’ 형상 그 자체다. 그런데 물갈퀴로 하늘을 휘감고 날아올랐다가 다시 돌아오는 과정을 지켜보던 시인의 시선에 “쇠기러기의 빨갛게 언 발”이 들어온다.
새들은 그렇게 “시린 부리”와 ‘언발’의 힘으로 “또 다른 국경으로//떼 지어 노 젓는 소리”를 내면서 이동해간 것이다. “수묵화 한폭”을 가능케 했던 것은 그들의 시리고도 언 부리와 발이 었으니, 마치 “어느 해 겨울 같은 처마 끝/그 시린 흑적들”(「겨울빨래」)처럼, “신의 숨소리까지 들으며/우러러 하늘을 경배하는”(「고사목」) 움직임처럼, 새떼의 순간적 비상과 아름다운 비행은 우리 삶의 고단하고도 신산한 이치를 한없는 외경畏敬으로 들려주고 있는 것이다.
- 유성호 (문학평론가, 한양대 국문과 교수)
The Thorn Birds Theme - Henry Mancini / 가시나무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