깔로 살펴본 미래 인구 전망
1. 회색
인구의 고령화가 빨라지면서 세계 인구는 진한 회색빛을 띠게 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연령 기준으로 정중앙에 위치한 사람의 나이를 의미하는 중위 연령이 1960년 이후 전 세계적으로는 7년 정도, 선진국에서는 10년, 동아시아에서는 16년이나 상승했습니다.
우리나라의 중위 연령은 동 기간에 무려 22년이나 올라가 2024년 말에는 45세가 한국의 평균 나이가 될 것 같습니다. 이러한 추세대로라면 전 세계의 중위 연령도 21세기 말에는 40세를 넘어설 것이 분명해 보입니다.
인구의 고령화가 세계에 어떠한 영향을 줄지 정확하게 예측하기는 힘들지만 중위 연령이 20세인 세상과 40세가 넘는 세상은 뭐가 달라도 다를 것입니다. 고령화된 세계는 좀 더 평화롭고 준법정신이 투철한 세상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특정 국가의 청소년 비중과 범죄율 사이에는 강력한 상관관계가 존재한다고 하니까 나이 든 사람이 더 많은 미래 사회는 지금보다는 조금 더 평화롭게 변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인구가 많은 사회는 역동성과 혁신성이 떨어지고 위험회피적으로 변하기 때문에 이러한 경향이 실물경제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밖에 없습니다. 무엇보다도 고령인구를 부양해야 하는 사회적 비용과 공공 의료 수요가 대폭 증가할 것이므로 대다수 국가가 재정적 어려움에 봉착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선진국보다는 개발도상국에서 더 심각하게 나타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개발도상국들은 고소득 국가로 발전하기도 전에 노인 문제와 맞닥뜨려야 하므로 고령화에 대응할 수 있는 재정적 여력이 없습니다.
그동안 개발도상국의 노인들은 자녀들의 돌봄으로 노년을 버틸 수가 있었지만 인구 고령화로 인해 자녀의 수가 크게 줄어들고 국가가 그 공백을 메우지 못하게 되면 보살핌을 받지 못하고 방치된 채 죽어가는 노인의 수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2. 녹색
인구가 증가하면서 서식지의 확대와 생존에 필요한 자원의 획득을 위해 인간은 무자비하게 자연을 파괴했습니다. 게다가 현대인의 생활방식은 환경을 훼손하는 물질을 다량으로 배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지난 40여 년 동안 인구 성장률은 연평균 2%대에서 1%대로 둔화했고 21세기 말에는 0%에 가까운 성장률로 둔화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전체적으로 인류의 평균 연령은 올라가겠지만 기술발전을 활용한 적절한 자원 배분과 투자만 이루어진다면 동일한 토지에서 더 많은 수확량을 올릴 수가 있을 것입니다. 인구가 줄면서 수요가 줄어든 서식지와 수확량의 증대에 따라 남아도는 토지는 자연 상태로 되돌릴 수 있을 것입니다.
인구 폭증에 따라 문어발처럼 자연 속으로 뻗어나간 인간의 주거지가 점차 줄어들면서 지구 전체적으로 녹색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됩니다.
3. 흰색
앵글로색슨족을 중심으로 촉발된 백인 인구의 증가는 세계 정세를 크게 변화시켰습니다. 백인 인구의 팽창 없이 유럽의 제국주의가 그처럼 광범위하게 뻗어나갈 수는 없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현대에 들어서 인구 감소가 처음으로 뚜렷하게 나타난 지역은 유럽이었습니다.
제국주의 시대가 막을 내린 1950년에 유럽 대륙의 인구는 인류의 22%를 차지했습니다. 여기에 백인이 절대 다수인 미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의 인구까지 더하면 그 비중은 29%에 달했습니다. 65년이 흐른 후에 유럽의 백인을 포함하여 백인이 절대 다수인 지역의 인구 비중은 15%로 줄어들었습니다. 금세기 말에는 이 수치가 11%로 낮아질 것이라고 합니다.
국가 내에서도 백인의 비중은 계속해서 줄어들고 있습니다. 21세기 중반에 이르면 백인 영국인의 비중은 영국 전체 인구의 60%로 줄어들고 1965년에 85%였던 미국의 백인 인구 비중은 50% 아래로 줄어들 전망입니다.
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인해 사람들의 걱정이 많아진 것 같습니다. 하지만 늙은이가 더 많아지고, 인구 증가가 멈춘 미래의 세상은 지금보다는 더 평화롭고 푸르게 변할 것입니다. 덤으로 백인 인구의 감소에 따라 백인우월주의가 쇠퇴하게 됨으로써 인종 간 갈등이 조금은 줄어들게 될 거라는 희망적인 전망도 함께해 봅니다.
산업연구원 명예연구위원, (사)지역산업입지연구원 원장 홍진기 드림